수입 유제품 관세 철폐 코앞…유업계 '프리미엄·사업 다변화'로 돌파구 모색

내년 1월부터 美·EU 수입 유제품 관세 철폐…멸균우유 가격 경쟁 심화 예상
시장 잠식 우려 커지자 유업계 'A2' 전면전…프리미엄·기능성에 집중

서울우유 A2+ 우유.(서울우유 제공)

(서울=뉴스1) 배지윤 기자 = 내년 1월부터 미국·EU(유럽연합)산 멸균우유와 유제품 관세가 전면 철폐되면서 국내 유업계가 본격적인 가격 경쟁 압박에 놓였다. 장기 보관이 가능한 수입 멸균우유가 무관세로 유입될 경우 국내 우유 시장의 가격 지형이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어서다. 이에 업계는 프리미엄 제품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1일 유업계에 따르면 무관세 전환 이후 해외산 멸균우유의 가격 경쟁력이 빠르게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프리미엄' 중심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가성비를 앞세운 수입산 멸균우유가 시장을 잠식할 가능성이 커지자 기능성·고품질 등 멸균 제품이 대체하기 어려운 영역에서 우위를 확보하려는 움직임이다.

실제 이 같은 흐름에 서울우유·연세유업·건국유업은 A2 단백질 우유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다. A2 우유는 특정 품종 젖소에서 나온 원유만을 사용해 단백질 차이에 따른 소화 부담을 줄였다는 점을 강조하는 프리미엄 제품으로 멸균우유와 경쟁 차별점이 있기 때문이다.

우선 서울우유는 저출산 기조에 더해 무관세 멸균우유의 시장 진입이 예상되자 프리미엄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약 80억 원을 투입해 선보인 'A2+ 우유'도 출시 1년여 만에 누적 판매량 8500만 개를 돌파하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서울우유는 2030년까지 전 목장을 A2 젖소로 전환해 A2 우유 생산 비중을 100%로 확대할 계획이다.

연세유업 역시 A2 시장을 빠르게 키우고 있다. 2023년 첫 A2 제품군 출시 이후 매출이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으며 '세브란스 전용목장 A2단백우유'는 올 10월 기준 누적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70% 이상 확대됐다. 건국유업도 A2 단백질 함량을 앞세운 제품을 연이어 선보이며 프리미엄 우유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이들 회사가 프리미엄 전략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배경에는 설립 구조도 있다. 서울우유협동조합은 전국 낙농가가 조합원으로 참여하는 협동조합 형태로 원유 수급과 가공이 사업의 핵심이다.

건국유업과 연세유업 역시 각각 건국대학교·연세대학교 부속 목장과 협력 낙농 기반에서 출발해 우유 중심의 사업 구조가 뚜렷하다. 이 때문에 프리미엄 제품 확대가 사실상 유일한 성장 동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매일유업과 남양유업은 원유 생산 기반에 묶여 있지 않은 만큼 사업 구조가 상대적으로 유연해 우유 중심에서 벗어난 다각화 전략을 적극 펼치고 있다. 두 회사 모두 제조·브랜딩·외식 등으로 확장이 가능한 기업 체계를 갖추고 있어 비(非)유제품 포트폴리오 확대가 용이하다는 평가다.

실제 매일유업(267980)은 셀렉스·어메이징 오트 등 비우유 제품을 내세우며 종합외식기업을 변화하고 있다. 또 자회사 엠즈씨드를 통해 커피 브랜드 '폴바셋' 등 외식 브랜드를 운영 중이며 엠즈베버리지를 통해 일본 맥주 브랜드 '삿포로'를 전개하며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에 나서고 있다.

남양유업(003920)도 단백질 음료 '테이크핏', 식물성 음료 '아몬드데이' 등 기능성 음료 라인업을 강화하며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또한 카페 프랜차이즈 자회사 '백미당'을 별도 법인으로 분리해 커피·아이스크림 등 외식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무관세 멸균우유는 가격에 민감한 소비층을 중심으로 확산 속도가 빠를 수 있다"며 "국산 우유는 생산비 구조상 가격 경쟁이 쉽지 않은 만큼 프리미엄 제품 확대 또는 포트폴리오 다변화가 유업계 생존 전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jiyounba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