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톡톡] '라면 종주국'에 스며드는 K-라면…日 열광 이유는
K-콘텐츠 인기 일본 내 확산…공감 트렌드·간편식 선호 소비 공략
닛케이 트렌디 '일본 MZ세대 인기 라면'…오징어짬뽕·툼바 선봉
- 김명신 기자
(서울=뉴스1) 김명신 기자
한국의 맛을 온전히 세계에 전하자.
라면 수출 본격화가 이뤄지던 1990년대. 농심의 창업자 고 율촌(栗村) 신춘호 명예회장이 직원들에게 강조한 말입니다.
한국의 맛, K-푸드의 인기가 날로 높아지자 신 명예회장의 말이 재조명되고 있습니다. K-푸드는 K-콘텐츠 붐을 타고 세계로 뻗어 가며 글로벌 진출 국가도 확장하고 있습니다.
특히 넷플릭스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의 폭발적인 인기로 K-라면의 수혜가 이어지고 있는데요. 대표적으로 농심의 상승세가 심상치 않습니다.
한국의 대표 라면 브랜드들이 미국, 유럽, 동남아시아 등에서 선방하고 있는 가운데 농심의 경우 '라면 종주국' 일본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 일본 유력 경제지 닛케이신문(NIKKEI)은 닛케이 플러스원(Nikkei Plus 1)을 통해 '밥과 잘 어울리는 아시아 즉석면 요리 톱10'을 선정하며 각국의 인기 라면을 재조명했는데요. 일본의 대표 식품 협회 회장을 비롯해 요리연구가, 식품 저널리스트, 식문화연구가 등 현지 미식 전문가들은 맛, 식감, 향 등 경쟁력에서 농심의 '오징어짬뽕'을 톱3 중 하나로 꼽았습니다.
최근 닛케이 트렌디(Nikkei Trendy)가 발표한 '2025년 히트상품 베스트30'에서는 농심의 '신라면 툼바'가 선정되기도 했죠. 한국 라면 브랜드 중에 농심이 유일합니다. 특히 닛케이 트렌디는 '인스턴트 라면 왕국인 일본에서 젊은 세대 인기를 끌고 있는 라면'이라고 평가했는데요.
농심은 1981년 도쿄사무소 설립 후 2002년 농심재팬을 시작으로 일본의 라면시장 공략에 나섰는데요. 대표 브랜드 신라면(1986년 출시)과 오징어짬뽕(1992년 출시) 등을 선봉으로 올해엔 2024년 출시된 신라면 툼바로 승부수를 띄웠습니다.
일본 즉석면 시장은 약 7000억 엔(약 6조 6000억 원)으로 추산되는데요. 매운 라면 시장이 성장세를 보이며 한국 라면 브랜드도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최근 3년간(2022~2024년) 농심재팬의 브랜드별 연평균 성장률은 신라면 20.1%, 오징어짬뽕 16.8%로, 전체 매출 변동 추이를 보면 2022년 873억 원에서 2023년 953억 원, 지난해 1000억 원(1064억 원) 돌파 후 올해 상반기 656억 원을 기록하며 매출 경신이 예상되고 있는데요.
특히 지난 4월 일본 CVS 1위 유통업체 세븐일레븐을 통해 선보인 신라면 툼바 용기면은 출시 2주 만에 초도물량 100만 개를 완판해 화제가 되기도 했죠. 9월부터는 봉지면으로 라인업을 확대해 세븐일레븐, 패밀리마트, 로손 등 일본 편의점 톱3를 중심으로 전국 매장에서 판매하고 있습니다. 현재 일본 내 신라면툼바 누적 판매량은 약 700만 봉에 달합니다.
닛신식품 등 일본 라면 시장 경쟁 속 농심의 선방 이유는 무엇일까요. 농심 재팬에 따르면 현지화 전략과 소비 트렌드 공략, 매운맛의 차별화 등이 주요 요인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미소, 간장 베이스에 익숙한 일본 소비자 수요에 따른 매운 라면 브랜드는 많지 않은데요. 농심은 "매운 것은 싫지만 K-푸드를 먹고 싶다"는 일본 소비자의 양면적 욕구에 정면으로 대응했습니다. 파스타풍 크림소스를 적용해 매운맛을 완화하면서도 '한류적 이국감'을 유지한 것이죠. 'K-푸드의 일본식 진화형'이라는 새로운 포지션을 확립한 셈입니다.
또한 크림빛 비주얼과 쫄깃한 면의 식감은 시각적으로 강렬해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빠르게 확산했는데요. 단순한 제품 노출이 아닌 '툼바 조리', '어렌지 툼바' 등 소비자가 직접 조리·촬영·공유하는 과정이 하나의 놀이로 기능하며 '체험형 바이럴'을 형성하는 확산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농심은 기존 신라면의 붉은색과 매운 이미지에서 벗어나 화이트·크림톤의 패키지를 도입하면서 세련된 한류 감성을 부각했는데요. 일본식 미니멀리즘 감성에 부합하며 색다르고 신선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무엇보다 소비 트렌드의 변화와 맞물린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인데요. 일본 역시 물가 상승과 경기 불확실성이 장기화하면서 소확행형 간편식과 타임 퍼포먼스 중심 소비가 확산하는 시점으로, 짧은 조리 시간과 합리적인 가격으로 소비자 수요를 끌어올렸다는 시각입니다.
K-콘텐츠의 인기도 한몫을 하고 있습니다. 최근 일본 내에서도 한국 콘텐츠의 붐이 일면서 일본 젊은 층을 중심으로 K-라면에 대한 관심과 공감 형성도 더욱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실제로 도쿄 하라주쿠 등 농심이 운영하는 K-라면 체험형 매장인 '신라면 분식'은 일본 MZ세대의 방문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방문객 80%는 여성으로, 특히 20~30세대 고객이 주를 이루고 있다는 전언입니다.
농심 재팬은 향후 오사카 등에서 팝업스토어 전개를 검토 중으로, K-라면 팬층 확보에 주력한다는 방침입니다.
lil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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