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시장 커져도 e커머스는 적자…쿠팡으로 재편되는 시장

온라인 거래액 13% 늘었는데…이커머스 4사 적자 25%↑
쿠팡·네이버 등 대형 업체 매출은 급증…"격차 더 벌어져"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서울=뉴스1) 문창석 기자 = 국내 온라인쇼핑 시장이 날로 커지고 있지만 오히려 주요 e커머스 업체들은 적자가 늘어나며 부진에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선 쿠팡 등 상위 업체를 중심으로 한 시장 구도 재편이 더욱 가속화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11번가·G마켓·SSG닷컴·롯데온 등 주요 이커머스 4개 업체의 올해 3분기(7~9월) 합산 영업손실 규모는 전년 동기보다 25% 증가한 850억 원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합산 매출액은 6333억 원으로 17% 감소했다.

기업별로 보면 11번가는 3분기 매출이 1047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 감소했고, 롯데온도 226억 원의 매출을 기록해 16% 줄었다. 3분기 영업손실의 경우 11번가는 88억 원, 롯데온은 96억 원을 기록했다. 다만 두 회사 모두 적자 폭을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8억 원, 96억 원씩 줄이면서 수익성을 일부 개선했다.

이마트 계열사인 G마켓과 SSG닷컴은 상황이 더 좋지 않다. 3분기 영업손실은 G마켓이 244억 원으로 전년 동기(-180억 원)보다 36% 늘었고, SSG닷컴은 422억 원으로 전년 동기(-165억 원) 대비 적자 규모가 약 2.5배 커졌다. 매출도 G마켓은 1871억 원, SSG닷컴은 3189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7%, 18% 감소했다.

두 회사 모두 매출은 감소하고 적자는 확대된 것이다. G마켓·SSG닷컴의 3분기 합산 영업손실은 666억 원으로, 같은 기간 이마트가 할인점(대형마트)에서 번 영업이익(548억 원)보다도 더 크다.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의 모습. 2021.3.12/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9월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23조 7956억 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13% 증가했다. 온라인 쇼핑 시장은 커지고 있지만 주요 이커머스 업체들은 모두 부진을 지속하고 있다는 얘기다.

확대된 온라인쇼핑 시장에선 쿠팡이 영향력을 넓히는 중이다. 쿠팡의 3분기 프로덕트 커머스(로켓배송·로켓프레시·로켓그로스·마켓플레이스) 매출은 11조 615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 증가했다. 이에 힘입어 쿠팡Inc는 3분기 2245억 원의 흑자를 냈다.

쿠팡을 제외한 국내 이커머스 업계 전반이 매출과 수익성이 점차 악화하는 가운데 업체 간 경쟁까지 심화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다. 반면 쿠팡은 배송·가격·상품 등 핵심 요소에서 모두 성공을 거두며 온라인쇼핑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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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의 대항마로는 기존 이커머스가 아닌 네이버 같은 거대 IT 기업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3분기 네이버 커머스 부문 매출은 9855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6%나 급증했다. 커머스 부문의 영업이익 규모는 공개되지 않지만, 네이버가 3분기 역대 최대 영업이익(5706억 원)을 달성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는 게 중론이다.

전문 쇼핑 채널인 버티컬 업체도 이커머스 업계의 전반적인 부진과 반대로 약진하는 추세다. 식품·의류 등 특정 카테고리에 특화된 역량을 앞세워 소비자를 자체 플랫폼으로 끌어들이는 것이다. 컬리의 경우 3분기 61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전년 동기(-44억 원) 대비 흑자 전환하며 3개 분기 연속 흑자를 이어갔다.

업계에선 앞으로 쿠팡·네이버 같이 체격이 월등한 대형 종합 채널과 특정 분야의 전문 채널에 소비자가 나뉘어 몰리고, 그 외 기존 이커머스 업체들은 쇠퇴하는 방향으로 온라인쇼핑 시장 구도가 변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3분기 들어 소비심리가 개선되며 전체 온라인쇼핑 시장이 커졌지만, 그만큼 쿠팡과 나머지 업체와의 격차도 더 벌어졌다"며 "단순히 상품을 싸게 파는 게 아니라 판매 과정에서 고객에게 줄 수 있는 콘텐츠가 무엇인지, 그 역량을 갖출 수 있는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themo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