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구한 백화점…K-콘텐츠 열광에 매출 '훨훨'

3분기 방한 외국인 전년比 18%↑…연간 첫 2000만
'필수 관광 코스' 된 백화점…외국인 매출 비중 급증

서울 시내 한 면세점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쇼핑을 마친 뒤 걸음을 옮기고 있다. 2025.6.5/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서울=뉴스1) 문창석 기자 = 소비 위축으로 고전했던 국내 백화점 업계가 K-콘텐츠 열풍으로 인한 외국인 고객 유입으로 매출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국내 소비 흐름과 무관하게 외국인 방문 및 소비가 늘어날 것으로 보이면서 백화점 업계도 이들을 잡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13일 한국관광공사 한국관광데이터랩에 따르면 올해 3분기(7~9월) 방한 외국인 수는 526만 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444만 명)보다 18.5% 늘어난 수치다.

특히 K-콘텐츠의 확대로 관광 목적의 방문객이 증가하는 추세다. 방문 목적별로 보면 3분기 방한 외국인(526만 명) 중 관광 목적은 440만 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362만 명)보다 21.7% 늘어난 것으로, 전체 방한 외국인 증가율(18.5%)을 상회한다.

방한 외국인 수는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급감했지만, 지난해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한 데 이어 올해는 이보다 20% 가까이 증가했다. 올해 1~9월 방한 외국인은 1408만 명으로, 이 추세대로라면 역대 처음으로 연간 2000만 명을 넘어설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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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외국인 관광객 사이에서 백화점이 단순한 쇼핑 공간이 아닌 '필수 쇼핑 코스'가 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코로나19 이후 단체 관광에서 개별 관광으로 여행 트렌드가 바뀌면서 이슈성 브랜드와 팝업스토어가 많은 데다 화려하고 즐길 거리가 많은 백화점에 대한 방문 수요가 늘어난 것이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3분기 외국인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34% 증가했으며, 고객 구성비도 외국인이 전체의 19%까지 늘었다. 이에 따라 3분기 기준 전체 백화점 매출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4.5로, 2019년(2.5%)과 비교해 크게 확대됐다.

신세계백화점도 3분기 외국인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56% 늘어났으며, 외국인 매출 비중은 전체 매출액의 5.1%로 전년보다 1.1%포인트(p) 확대됐다. 명동에 위치한 신세계 본점의 경우 외국인 매출 비중이 16%에 달하고, 강남점도 7%까지 확대됐다.

더현대 서울과 무역점이 관광 명소가 된 현대백화점은 외국인 매출 비중이 15% 내외에 달한다. 현대백화점은 올해 외국인 매출액이 전년 대비 20% 이상 증가하고, 2019년 기준 1.5%였던 외국인 매출 비중도 올해 6% 이상으로 4배 확대될 것으로 예상한다.

외국인이 매출 상승세를 주도하면서 백화점 실적에도 영향을 미쳤다. 올해 3분기 롯데·신세계·현대 등 백화점 3사의 매출은 모두 전년 동기 대비 증가했으며, 합산 영업이익은 총 2565억 원에 달한다.

7일 오후 서울 시내 한 면세점을 찾은 관광객 등이 쇼핑을 위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2025.8.7/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방한 외국인이 늘어나면서 이들의 소비액도 증가하는 추세라는 점도 중요하다. 한국관광데이터랩에 따르면 올해(1~10월) 외국인 관광소비액은 총 14조 6433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8% 증가했다. 그중 쇼핑업에서 사용된 금액은 37.5%로 숙박업(21.6%), 의료웰니스업(14.5%), 식음료업(13.9%) 등을 제치고 가장 높았다.

쇼핑업 중에서도 백화점이 속한 대형쇼핑몰(백화점·대형마트·아웃렛·휴게소)에서 사용된 금액이 42%로 가장 높았다. 올해(1~10월) 대형쇼핑몰에서 사용된 외국인 소비액은 총 2조 1928억 원으로 전년 동기(1조 8888억 원) 대비 16.1% 늘었다. 특히 최근에는 원화 약세로 인해 외국인의 구매력이 더욱 커지면서 객단가도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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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업계는 관광객 특화 체험 콘텐츠를 운영하는 등 '큰손'인 외국인 관광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들이 선호하는 K-콘텐츠 전시 및 체험 공간을 운영해 방문을 늘리고, 글로벌 고객 커뮤니케이션도 강화할 방침이다.

업계는 K-콘텐츠 열풍으로 외국인 방문객이 더욱 늘어나면서 향후 외국인 매출이 백화점 매출 성장의 구조적인 동력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본다. 특히 외국인 매출은 국내 소비 흐름과 무관해 안정적이고, 기존에는 내수 위주라 성장에 구조적으로 한계가 있었던 백화점에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진협 한화증권 연구원은 "내수 소비 회복 및 외국인 소비 확대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며 백화점의 성장이 본격화됐다"며 "최근 원화 약세로 외국인의 구매력이 커지면서 내년 상반기까지 백화점의 두 자릿 수 이상의 매출 성장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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