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교촌치킨 '슈링크플레이션 논란'이 남긴 교훈
200g 줄였다 되돌린 교촌치킨…한달 만에 용량·원육 변경 결정 철회
슈링크플레이션 논란에 소비자 반발…원가 상승보다 무서운 건 불신
- 배지윤 기자
(서울=뉴스1) 배지윤 기자 = 교촌치킨이 약 한 달 만에 치킨 중량과 원육 리뉴얼 결정을 철회했다. 순살 메뉴의 중량을 줄이고 닭다리살 100% 구성에 안심살을 섞었지만, 소비자 반응이 좋지 않아 기존 사양으로 되돌렸다.
이번 사태는 '슈링크플레이션'(가격은 유지하고 용량이나 혜택을 줄이는 현상)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한층 높아졌음을 보여준다. 원자재·인건비·물류비 등이 모두 상승한 상황에서 기업들은 가격 인상 대신 용량을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해왔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가 반복되면서 소비자들은 가격보다 제품 구성의 변화를 더 민감하게 살피게 됐다.
교촌치킨의 경우 홈페이지에는 변경 안내가 있었지만, 실제 주문창구인 배달앱에는 해당 내용이 표시되지 않았다. 일부 소비자들은 이러한 정보 차이에서 불편함을 느꼈고 브랜드 신뢰로 이어지지 못했다.
논란은 정치권으로도 번졌다. 국정감사에서는 충분한 사전 안내가 있었는지를 두고 지적이 이어졌고 대통령실은 관계 부처에 슈링크플레이션 실태 점검과 대응 방안 마련을 지시했다. 가격 정책이 단순히 기업의 판단을 넘어 사회적 관심사로 확장된 셈이다.
외식업계는 비용 상승과 소비 둔화 속에서 쉽지 않은 선택을 하고 있다. 가격을 올리면 부담이 커지고 용량을 줄이면 불만이 커진다. 그만큼 기업은 제품 변경 과정에서 더 세밀한 설명과 소통이 필요해졌다.
정부 역시 외식업까지 물가 관리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소비자 신뢰 확보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논의되는 흐름 속에서 가격 정책의 투명성이 점점 더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결국 교촌치킨 사태는 외식업계에 명확한 과제를 남겼다. 제품 구성을 바꿀 때는 원가나 품질 변화뿐 아니라 소비자가 이를 어떻게 인식할지를 세심히 점검해야 한다는 점이다.
메뉴 하나를 바꾸더라도 정보 전달 창구, 안내 시점, 표현 방식까지 꼼꼼히 관리해야 불필요한 오해를 줄일 수 있다. 변화의 폭보다 중요한 것은 그 과정을 공유하고 소비자와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다.
jiyounba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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