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고창신'으로 이어온 20년…윤영달 크라운해태 회장의 '국악 사랑'
20회 맞은 창신제…"국악 영재 키우고, 고객의 일상 속에 국악 심겠다"
크라운해태의 20년 문화투자, 국악 후원 누적 규모 1000억 돌파
- 배지윤 기자
(서울=뉴스1) 배지윤 기자
서양 사람들은 무대에서 잘 안 뜁니다. 싸이가 무대에서 처음 뛰기 시작했는데, 그게 원래 국악 무용의 '굴신'(굽히고 펴는 동작)에서 비롯된 거예요. 저는 국악이 은은하게 K팝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봅니다.
윤영달 크라운해태제과 회장이 지난 17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창신제'(創新祭) 20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단순한 문화 후원자를 넘어 한국 전통예술의 뿌리를 기업인의 시선으로 되새겨온 그의 자부심이 묻어났다.
윤 회장과 국악의 인연은 IMF 외환위기 직후로 거슬러 올라간다. 부도를 겪고 정장 차림으로 산에 앉아 있던 그는 우연히 들려온 대금 소리에 이끌려 내려왔고, 그 길로 국악을 배우기 시작했다. 삶의 전환점이 된 그 경험이 훗날 창신제의 출발점이 됐다. 첫 공연은 2004년에 막을 올렸다.
이후 창신제를 중심으로 크라운해태제과의 국악 사랑은 한층 체계적으로 확장됐다. 명인·명창을 지원하고 청년 국악인을 위한 국악관현악단과 연희단을 운영했으며 미래의 국악인을 발굴해 육성하는 '영재한음(국악)회'도 매달 이어왔다. 기업이 국악의 생태계를 조성하고 지속 가능한 기반을 만든 셈이다.
그 노력은 숫자로도 드러난다. 20여 년 동안 국악 발전을 위해 지원한 후원금은 1000억 원이 넘는다. 국내외에서 직접 개최하거나 후원한 국악 관련 행사는 2071회, 누적 관객은 250만 명을 넘어섰다. 무대에 오른 공연자는 약 7만 명으로, 연간 국악 공연자 5000명이 1년에 12번씩 크라운해태제과의 무대에 오른 셈이다.
창신제가 특별한 이유는 '옛것을 바탕으로 새로움을 창조한다'는 법고창신(法古創新)의 철학을 무대 위에서 구현하기 때문이다. 윤 회장도 "국내에서는 '창신'(創新)이라는 단어를 거의 쓰지 않지만 중국에서는 자연스럽게 쓰더라"며 "고전을 바탕으로 하지만 새로운 시도를 담고 있어서 법고창신에서 의미를 끌어왔다"고 설명했다.
올해로 20회를맞은 창신제의 주제는 1500년 전 백제 가요 '정읍사'에서 시작해 궁중음악으로 발전한 '수제천'이다. 원형 보존과 현대적 재해석을 통해 새로운 국악의 미래를 창조하려는 의지가 담겼다. 지난 3년간 '과거에서 현재로'를 탐색했다면, 올해는 '현재에서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며 전통의 원형을 더욱 진하게 되살렸다.
22년간 이어온 크라운해태제과의 국악 후원은 윤 회장의 뚝심과 차별화 전략에서 비롯됐다. 그는 "제과업계는 제품력이나 마케팅에서 큰 차이가 없다. 뭔가 다르게 가야겠다 싶어 국악을 통해 문화적 차별화를 시도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시도는 단순히 이미지 제고에 그치지 않는다. 윤 회장은 "점주나 점주의 VIP 고객, 가족들이 공연을 보러오는데 반응이 좋다"며 "매출에 얼마나 영향을 미쳒는지 알 수 없지만 앞으로 더 지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그는 "국악에 대한 지원은 우리 회사가 생존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국악 영재를 키우고 새로운 인재를 발굴해 참여를 늘려 가려 한다. 또 고객들이 국악을 일상의 일부로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한편 윤 회장의 이런 철학은 무대 밖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윤 회장은 '국악'이라는 명칭 자체를 '한음'(韓音)으로 바꾸려는 시도를 병행하고 있다.
윤 회장은 "음악이라고 하면 대부분 서양음악을 뜻하지 않나"며 "한국·중국·일본 모두 그 나라의 노래를 국악이라 할 텐데 (우리 음악을) 국악이 아닌 한음으로 부르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국악이라는 단어의 쓰임 정도가 3분의 1 정도로 줄었다"면서 "나중에는 국악이란 표현을 아예 없애려고 하고 있다"고 했다.
jiyounba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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