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 매각' 전환에도 안갯속…시간 싸움 맞닥뜨린 홈플러스

인수의향서 31일 마감…매수자 없으면 디폴트 가능성도
M&A 길어질수록 유동성 위기 커져…'정책금융' 거론도

1일 인천 계양구 홈플러스 계산점의 모습. 2025.9.1/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서울=뉴스1) 문창석 기자 = 기업 회생절차가 진행 중인 홈플러스가 공개매각 방식으로 전환해 새 주인 찾기에 나서고 있다. 이달 말까지 인수 의향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유동성 위기가 더욱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일각에선 정부가 주도하는 협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1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지난 2일 공개경쟁 입찰 공고를 내고 인수자를 찾고 있다. 당초 '스토킹호스' 방식으로 인수합병(M&A)을 추진했지만 우선협상대상자를 찾지 못하자 공개 입찰 방식으로 전환했다.

스토킹호스는 우선협상대상자를 먼저 정한 후, 그가 제시한 가격을 기준으로 다시 공개입찰을 진행해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하는 희망자가 있는지 찾는 방식이다. 홈플러스 입장에선 최대한 높은 가격과 안정적인 매각을 진행할 수 있는 최선의 매각 방식이다.

하지만 공개 입찰로 전환했다는 사실 자체가 마땅한 인수 희망자를 찾지 못했다는 걸 의미하는 만큼 매각 성사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지적이다. 혹시 인수 희망자가 나오더라도 한 곳만 입찰할 경우 지나치게 낮은 입찰가에 매각할 수밖에 없는 가능성도 있다.

최근 농협하나로마트를 운영하는 농협경제지주가 홈플러스 인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인수전에 참여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인수의향서가 접수돼 회생법원에 제출하면 정상 경영의 발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공개경쟁 입찰 시한까지 인수 의향자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디폴트(채무불이행) 가능성도 제기되는 등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인수의향서 접수는 오는 31일 마감되며, 11월 10일까지는 회생계획안을 제출해야 한다. 최종 입찰서 접수일은 11월 26일이다.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이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5.10.14/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업계 안팎에선 지금까지 인수 희망자가 나타나지 않았던 만큼 이번 공개경쟁 입찰을 통해 협상이 진전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시각이 많다. 정치권을 비롯한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된 데다 시한도 촉박하기에 인수에 선뜻 나서기 부담스럽다는 관측도 있다.

인수 의향자를 계속 찾지 못할 경우 11월 10일로 예정된 회생계획안 제출 시한을 추가로 연장할 수밖에 없다. 다만 이 경우 아무도 인수에 나서지 않고 있다는 부담이 커지는 데다, M&A가 길어지는 만큼 홈플러스의 유동성 위기가 더욱 악화된다는 딜레마에 빠진다.

홈플러스는 지난 8월 모든 점포의 전기요금 사용료(9월 청구분)를 체납하는 등 자금 사정이 어려워진 상황이다.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지난 3월부터 8월까지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약 10%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결국 정부 주도의 딜을 통해 홈플러스가 새 주인을 찾을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홈플러스가 청산될 경우 2만 명에 달하는 임직원의 고용도 불투명해진다는 부담도 있다.

여당 내에선 정책금융 지원도 거론된다. 지난 14일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다면 "정책금융은 국민적 공감대가 있어야 한다"며 "김병주 회장이 최대한 노력하느냐에 따라 국민의 여론이 움직일 것인데, 지금은 그런 게 부족하다"고 말했다.

홈플러스 측은 "입찰 방식이 공개입찰로 전환됐지만 스토킹호스 방식 아래서 진행했던 잠재적 인수자와의 협의는 계속 진행 중"이라며 "인가 전 M&A의 성사를 위해 필요한 모든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themo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