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주류업계의 용어 관행 '유흥채널' 언제까지

식당·일반 주점 판매도 유흥채널…우리 사회 '유흥' 의미에 부적합
유흥주점 매출↓ 대표성 떨어져…객관적·소비자 친화 용어로 바꿔야

서울 종로구의 한 중식당에서 직원이 소주와 맥주를 정리하고 있다. /뉴스1 ⓒ News1

(서울=뉴스1) 이형진 기자

"소주를 유흥주점에서 판다는 소리야?"

최근 선양소주가 선양오크 소주를 '유흥시장'으로 본격 출시한다는 내용의 기사가 타전되자 지인이 기자에게 물은 말이다.

주류업계에서는 유통 채널을 크게 가정채널과 유흥채널로 분류한다. 가정채널은 말 그대로 '홈술' 소비자를 목표로 한 채널로 마트·편의점을 통해 소비자에게 전달된다.

반면 유흥채널은 음식점, 술집 등으로 주류가 제공되고 이를 통해 소비자가 주류를 구매하는 통로다.

정부는 유흥주점 등을 '유흥업소'로 분류하고 관리하고 있는데, 업계에서는 1990년대 혹은 2000년대부터 해당 분류와 표현을 맞췄고, 이후 관행적 용어로 자리 잡은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유흥'이라는 용어의 이미지다. 사전적 의미로는 '놀이' 정도의 의미지만, 한국 사회에선 성인 대상의 업소 이미지가 강하고, 퇴폐적인 느낌마저 부여한다. 유흥채널 범주 안에 일반 음식점과 동네 술집까지 들어간다는 것을 고려하면 의미에 부합하지 않는다.

'유흥'의 대표성도 줄어들고 있다. 유흥업소 시장은 김영란법과 코로나19 시기를 지나면서 규모가 줄어들고 있다. 해당 시장을 주름잡던 '로컬 위스키' 업체 골든블루, 윈저글로벌, 드링크인터내셔널 등은 모두 매각설에 시달릴 만큼 위태로운 상황이다.

농심축산식품부의 올해 2분기 외식산업경기동향지수 따르면 업종별 경기지수는 무도 유흥주점업이 58.73으로 최하위를 기록했고, 일반 유흥주점업이 64.15로 뒤에서 두번째다.

유흥채널의 판매 부진도 지속되고 있다. 주류업계의 코로나19 이전 유흥채널 판매 비중은 55% 수준으로 가정 채널보다 높았지만, 코로나19 당시 30%로 내려앉았다. 정확한 최근 수치는 발표된 것이 없지만, 지난해 하이트진로(000080) '켈리'의 유흥채널 비중이 45% 선으로 올라온 것을 고려하면, 여전히 가정채널이 우세한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유흥채널 역시 주류업계에 주요한 판매 통로다. 글로벌 시장에선 '온 트레이드'(On-trade)라는 객관적인 용어를 사용한다. 불필요한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소비자들에게 친숙한 용어로 접근해야 하지 않을까.

hj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