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 생수에 집중"…삼다수 유통권 입찰서 한발 뺀 식품사들

농심·롯데·동원 등 주요 식품 기업 불참…자체 브랜드 수성에 집중
광동제약 이어 풀무원·동화약품 등 11곳 참여…30일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서울에 위치한 한 대형마트 내 생수 진열대. 2023.3.22/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서울=뉴스1) 배지윤 기자 = 삼다수 유통권 입찰전에 11개 기업이 참여한 가운데 유력했던 식품 기업들은 입찰에 뛰어들지 않아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자사 생수 브랜드 강화에 집중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제주도개발공사는 최근 삼다수의 도외 유통·판매권 공개 입찰을 마감한 결과 11개 기업이 입찰에 참여했다. 그러나 주요 식품 기업인 롯데칠성음료(아이시스), 농심(백산수), 동원F&B(동원샘물) 등은 이번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이들 모두 자체 생수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어 삼다수 유통권을 확보하는 것보다 기존 브랜드 강화에 집중하는 것이 낫다는 전략적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삼다수 유통을 맡게 되면 자사 제품과의 내부 경쟁이 불가피하다는 점도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현재 생수시장은 삼다수가 약 40% 점유율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고 그 뒤를 아이시스·백산수·동원샘물 등이 나눠 갖고 있는 구조다. 이 같은 시장 상황에서 자생력을 갖춘 브랜드를 보유한 업체로선 삼다수 유통보다 자사 제품 성장에 주력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농심은 과거 삼다수 유통권을 둘러싼 갈등의 당사자이기도 하다. 2011년까지 삼다수 도외 유통을 맡았던 농심은 계약 종료 후 후속 유통사로 광동제약이 선정되자 이에 반발해 법적 대응에 나섰고 4년간의 소송 끝에 지난 2016년 소를 취하한 바 있다.

그럼에도 이번 입찰에 참여한 기업들은 삼다수 유통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보고 있다. 대표적으로 현 유통사인 광동제약이 있다. 2013년부터 삼다수 도외 유통을 맡아온 광동은 삼다수 단일 브랜드로만 연 3000억 원대 매출을 올리며 회사의 핵심 수익원으로 자리매김해 왔다.

업계는 10년 이상 축적된 유통 노하우와 공사와의 협력 관계를 바탕으로 광동제약이 이번 입찰에서도 유리한 고지에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이번 입찰 조건에는 기존과 달리 제주도내를 제외한 모든 유통 채널에 유통망이 포함돼 있어 광동제약은 더욱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

한 업계 관계자는 "광동제약이 지난해 연매출 9700억 원을 기록했는데 이번 입찰에서는 삼다수 유통 채널이 대폭 확대되는 만큼 유통권을 확보하면 연매출 1조 원 돌파도 현실화할 수 있다"면서 "기존 유통사인 광동제약이 어느 때보다 입찰에 사활을 걸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24일 마감된 이번 입찰에는 광동제약을 비롯해 풀무원식품·동화약품·빙그레·웅진·일화 등 총 11개 기업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도개발공사는 29일 제안서 발표 및 평가를 진행한 뒤 30일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최종 선정된 업체는 2026년부터 4년 동안 삼다수의 도외 유통을 전담하게 된다.

jiyounba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