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전기차만의 문제 아냐"…스웨덴의 지속가능 운송의 고민

칸델라 수중 익선, 전기 선박 효율성↑…볼보, 트럭·건설장비도 전기로
"전기차 전력 소비체 아냐…그리드·클라우드 연결된 유기체로 진화"

스웨덴 전기 선박 스타트업 '칸델라'의 P-12 선박. ⓒ News1 이형진 기자

(예테보리·스톡홀름=뉴스1) 이형진 기자 = 자동차와 버스, 선박에서 중장비에 이르기까지 사람 또는 사물을 움직이는 '운송'에서 탄소 발생을 줄이는 것은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필수 목표 중 하나다.

전기자동차 시장에서 이미 소비자들에게 친밀도를 끌어올린 북유럽의 유일의 자동차 생산국 스웨덴은 전기 선박, 전기 트럭·건설장비 등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아울러 기존 전기차는 단순 전력의 소비체가 아닌 SDV와 스마트 그리드 등을 연동해 에너지 자산의 역할까지 담당한다는 전략이다.

수중익선으로 전기 보트 효율성↑…"한강에도 도입 가능"

현지시간으로 지난 12일 한국언론진흥재단 디플로마 '기후 테크' 일정으로 스웨덴 스톡홀름에 위치한 전기 선박 스타트업 '칸델라'(Candela)를 찾았다.

칸델라는 소음, 파도 저항,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한 '하이드로포일'(수중익) 전기 페리를 운영 중이다. 악셀 브랑겐펠트 칸델라 비즈니스 개발 및 중동 책임자는 "해양에서 화석 연료를 미래 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이 미션"이라며 "보트를 전기화하려면 효율성을 올려야 했고, 저희가 발견한 것이 수중익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칸델라는 스톡홀름 연안 도서 지역을 연결하는 30인승 전기 여객선 P-12를 지난해부터 실제 통근 노선에 투입하고 있다. 배터리는 6개의 전기차용 팩으로 구성됐으며, 시속 50㎞로 주행할 경우 1회 충전으로 최대 70~80㎞ 항해가 가능하다. 소형 전기보트인 C-8은 볼보에서 독립한 전기차 브랜드 폴스타와도 협업한 바 있다.

한국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브랑겐펠트는 '한국의 칸델라 도입 가능성'에 대해 "대화는 가능하다"라며 "교통체증에도 한강을 타고 배로 이동하면 17분이면 이동이 가능하다. e스쿠터 등과도 연결도 가능하고, 화물선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전했다.

컨테이너선 등 한국 해운산업 등에 전기 선박을 바로 적용하긴 쉽지 않지만, 선박 운용의 효율성 극대화를 통해 화석 연료 에너지의 대안을 찾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칸델라의 P-12가 수중익선 모드를 활용해 운항하는 모습.(칸델라 누리집 갈무리)
건설장비와 트럭도 전기로…"전기차와 같은 충전 방식"

지난 17일에는 스웨덴 예테보리에 위치한 볼보 트럭 익스피리언스 센터를 찾았다. 세계 전기자동차 학술대회 및 전시회(EVS)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열린 행사에서는 볼보 트럭 건설 장비의 전기화를 살펴볼 수 있었다.

볼보는 소형뿐 아니라 23톤급 중형 전기 굴착기 EC230을 운영 중이고, 해당 굴착기의 생산은 우리나라 창원공장에서 이뤄지고 있다. 또한 소형 전기 휠 로더 L25 역시 전기로 구동된다.

볼보 측 관계자는 "전기화 장비들도 기존 장비와 같은 수준의 토크와 파워를 갖출 수 있도록 디자인됐다"며 "충전기도 기존 전기차와 같은 충전 방식을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볼보의 대형 전기 트럭을 약 3.5㎞의 짧은 구간 시운전할 기회도 있었다. 볼보의 FH 전기 트럭은 기존 40톤급 대형 덤프 트럭과 비슷한 적재 중량을 가져가지만, 운행은 디젤 엔진보다 더 부드럽게 움직이는 듯했다.

다만 해당 트럭은 현재는 1회 충전 최대 주행거리가 300㎞ 제품이지만, 곧 600㎞까지 늘린 제품 출시를 예정하고 있다. 이외에도 볼보는 수소연료전지트럭, 수소연소트럭 등 디젤 엔진을 대체할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17일 볼보 트럭 익스피리언스 센터에서 시승해 본 볼보 전기 트럭. ⓒ News1 이형진 기자
"전기차, 전력 소비체 아닌 사회 연결된 유기체로 진화"

볼보는 전기차를 전력 소비체가 아닌 하나의 '에너지 자산'으로 관점을 변화하고 있다.

지난 16일 EVS 38 현장에서 만난 앤더스 벨(Anders Bell) 볼보 CTO는 "전기차는 단순히 세상을 떠도는 독립된 물체가 아니라 그리드(전력망), 클라우드, 사회와 연결된 유기체로 진화하고 있다. 전기화된 제품으로 전환하는 것뿐 아니라 동시에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SDV)으로 변화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스웨덴에 위치한 세계 최초 자율주행차 전용 시험기관인 아스타제로의 피터 자네빅(Peter Janevik) 대표는 자율주행·V2G 등을 연결하는 기술에 대해 "우리는 차량의 배터리를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조절하는 데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며 "많은 인터페이스 문제가 발생하겠지만, 그럼에도 반드시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앤더스 벨(Anders Bell) 볼보 CTO가 지난 16일 한국언론진흥재단 디플로마 '기후 테크' 일정으로 EVS38을 방문한 한국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News1 이형진 기자

hj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