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심 접은 프리미엄 커피…'할인·배달'로 불붙은 실속 경쟁
"비싸다고 팔리는 시대 지났다"…저가 커피 확산에 흔들리는 프리미엄 커피
파격할인에 배달까지…고급 이미지 내려놓고 체질 개선 본격화
- 배지윤 기자
(서울=뉴스1) 배지윤 기자 = 저가 커피 브랜드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프리미엄 커피 프랜차이즈들도 체질 개선에 나섰다. 원두 품질이나 브랜드 감성만으로는 더 이상 소비자를 붙잡기 어려워지자 고가 브랜드들 역시 가격 외의 실익을 고민하며 전략을 바꾸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콧대 높던 프리미엄 커피 프랜차이즈들이 다양한 변화를 꾀하고 있다. 메가MGC커피·컴포즈커피·빽다방 등 이른바 '가성비 3대장' 브랜드들이 서울 및 수도권은 물론 지방 상권까지 빠르게 확장하는 추세여서다.
실제로 전반적인 커피 맛이 상향 평준화되면서 '비싸야 맛있다'는 공식을 체감하는 소비자도 줄었다. 서울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이소라 씨(32)는 "커피 맛에서 큰 차이를 느끼긴 어렵다"며 "요즘엔 잠깐 쉬어가는 '휴식의 개념'으로 커피를 마시기 때문에 가격이 더 중요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김지안 씨(33)도 "평일에 분위기 좋은 개인 카페를 갈 일도 없고 대부분 사무실에서 테이크아웃해 커피를 마시다 보니 굳이 비싼 커피 프랜차이즈는 안 찾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변화는 통계가 뒷받침한다. 행정안전부 지방행정인허가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국 커피숍 수는 7만 9350개로 전년 대비 1526개 감소했다.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래 커피숍 수가 역성장한 것은 60년 만이다.
반면 이런 흐름 속에서도 저가 커피 프랜차이즈는 거침없이 성장하고 있다. 메가MGC커피는 최근 3500호점을 넘어섰으며, 컴포즈커피는 올해 하반기 3000호점 개점을 목전에 두고 있다. 빽다방도 지난해 기준 1712개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
저가 커피의 거침없는 공세에 프리미엄 커피 프랜차이즈들도 기존 철학과 운영 방식을 유연하게 조정하며 변화에 나서고 있다. 과거 브랜드 감성과 고급 이미지에 집중하던 기업들도 이제는 실용성과 편의성 등 현실적 기준을 전략에 반영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스타벅스다. 업계 1위인 스타벅스는 최근 '원모어 커피 60% 할인' 프로모션을 전국으로 확대하고 오후 5시 이후 디카페인 음료에 추가 할인을 제공하는 등 가격 혜택을 강화하고 있다. 일부 매장에는 키오스크와 진동벨을 도입해 운영 효율도 높이고 있다.
한때 '오픈런 대란'을 일으켰던 블루보틀도 변화에 나섰다. 최근 서울 주요 매장에서 배달의민족·쿠팡이츠 등 배달 서비스를 시작한 것이다. '슬로 커피'를 표방하며 직영 운영과 현장 경험을 중시해 온 블루보틀이 배달앱에 입점한 것은 자본잠식 상황 속 운영 효율화를 위한 현실적 선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푸드 메뉴 경쟁력을 강화해 차별화를 꾀하는 브랜드들도 있다. 투썸플레이스는 '스초생'(스트로베리 초콜릿 생크림) 케이크 등 고급 디저트 라인을 확대하며 비(非)커피 매출을 늘리고 있다. 폴 바셋을 운영하는 매일유업 자회사 엠즈씨드는 지난해 4월 인수한 베이커리 브랜드 '밀도'와 협업한 특화매장 '폴앤밀도'를 통해 브랜드 시너지를 높이고 있다.
한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커피 맛이 전반적으로 상향 평준화되면서 더 이상 비싼 커피가 맛있는 커피라는 공식이 통하지 않게 됐다"며 "프리미엄 브랜드 입장에선 기존의 고급 이미지나 감성만으로는 경쟁이 어려워졌고 변화한 소비자 선택 기준에 맞춰 전략을 재설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jiyounba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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