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담배만으론 안된다"…침체 빠진 면세점, '귀여움'에 빠지다
외국인 관광레저소비지수 역대 최대…면세점 침체 지속
30대 이하, 40대 이상보다 많아…"젊은층 어필 상품 필요"
- 문창석 기자
(서울=뉴스1) 문창석 기자 = 국내에 유입되는 외국인 관광객 숫자와 소비 수준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했지만 면세점 업황 침체는 계속되고 있다. 면세업계는 젊은 외국인 관광객이 증가하고 있는 만큼 이들의 구매 욕구를 자극할 수 있는 상품을 갖추는 추세다.
24일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 따르면 4월 외국인 관광레저소비지수(2019년=100)는 전년 동기 대비 16.4% 상승한 199.1로, 조사가 시작된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내국인 관광레저소비지수는 110.6으로 전년 동기 대비 5.1% 하락했다.
관광레저소비지수란 카드 결제 데이터를 집계해 관광 등 활동에 대한 소비자 지출을 분석하는 지표다. 내국인과 달리 외국인의 국내 관광 소비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보다 두 배 증가했다는 얘기다.
한국관광 데이터랩에 따르면 지난 5월 외국인 관광소비는 총 3조 6062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9% 증가한 반면 내국인 관광 소비는 4.1% 감소했다. 법무부 출입국자통계에 따르면 4월 방한 외래객은 전년 동기 대비 16.7% 증가한 170만 7113명으로, 코로나19 이후 처음으로 170만 명을 돌파했다.
외국인 관광 소비는 역대급으로 늘었지만 면세점 매출과 연결되진 않고 있다. 업종별로 보면 면세점 관광레저소비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8.9% 하락한 71.5로, 이는 관광 산업으로 분류된 12개 전체 업종 중 여행업(44.2)에 이어 두 번째로 낮다. 면세점 지수는 2020년부터 5년째 기준선(100)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자유 관광을 다니는 외국인 젊은 층이 많아지면서 '한국 방문은 곧 면세점'이라는 관광 소비 패턴이 바뀐 탓이다. 젊은 외국인의 주요 쇼핑지로 변한 올리브영은 올해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4.4% 늘었고, 다이소 역시 연 매출이 4조 원에 육박한다.
한국관광 데이터랩에 따르면 지난 4월 0~39세 외국인 관광객은 87만 9000명으로, 40세 이상 관광객(70만 9000명)의 숫자를 이미 넘어섰다.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도 0~39세 관광객은 21.1%를 기록해 40세 이상(12.2%)을 앞서고 있다.
관광객의 연령대가 낮아지면서 면세업계는 단체 관광이나 시내 면세점 같은 특정 채널로 접근하기보다는 올리브영·다이소처럼 젊은 외국인에게 어필하는 상품을 갖추는 추세로 전환하고 있다.
신세계면세점의 경우 최근 MZ세대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베뉴먼트'(VENUMENT)를 국내 면세점 최초로 온라인몰에 입점했다. 키링(열쇠고리) 형태의 립밤 제품이 주력으로, 일상 뷰티 제품을 패션 소품으로 여기는 젊은 층의 소비 성향에 맞춘 것이다.
특히 SNS 채널을 기반으로 일본과 중국 고객들의 유입이 확대되고 있다. 한남동에 있는 베뉴먼트 플래그십 스토어에는 내국인 다음으로 일본인 고객 비율이 40%를 차지할 만큼 방문객 수가 증가하고 있다.
롯데면세점도 지난달 롯데월드타워에서 젊은 층의 관심이 많은 '포켓몬 타운' 행사에 참여해 팝업 스토어를 열었고, 현대면세점은 인플루언서와 협업해 공동구매 특가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면세점에선 술·담배 같은 제품에 주력했지만 이제는 과연 팔릴까 싶은 예쁘고 귀여운 상품을 들이는 추세"라며 "MZ 관광객들 사이에선 '어느 곳에서 이걸 판다'는 소문이 금방 돈다. 그런 브랜드를 지속해서 발굴하는 게 숙제"라고 말했다.
themo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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