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中 수출은 생존의 영역…연변, 대륙 진출 교두보 될 수 있어
연변, 한국 F&B 수요 높지만 이언불통 되기 전 잡아야
농심 '백산수' 사례처럼 연변도 실질적 거점 역할 가능해
- 이강 기자
(연길=뉴스1) 이강 기자
"영원한 친구도, 영원한 적도 없다.영원한 건 이해관계뿐이다."
미국 정치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에 나오는 대사다. 19세기 영국 총리 헨리 존 템플의 연설에서 유래된 이 말은 한중관계를 설명하는 데 적확하다.
한국과 중국은 가까우면서도 자주 등을 돌린 이웃이다. 그러나 한국은 수출 비중이 높은 나라이고, 중국은 결코 놓칠 수 없는 시장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실제 국내 면세점과 백화점은 중국 관광객 유무에 따라 호황과 불황을 오간다.
F&B도 예외는 아니다. 한국은 연간 약 3600억 원의 라면을 중국에 수출하고 있으며, 일부 기업은 중국 법인의 실적이 본사를 웃돈다. 양국은 생산과 소비, 유통과 소비자 교류에 걸쳐 촘촘한 경제 고리를 형성해 왔다.
이런 흐름 속 연변은 베이징, 상하이 등 대도시 못지않은 '수출 교두보'로서 가능성을 품고 있다. 언어 덕분이다. 지난 16일 방문한 연변대 앞 상가에는 한국어 간판이 즐비했다. 대부분 짝퉁 브랜드였지만, 한국 F&B 수요가 높다는 증거로 볼 수 있다.
문제는 시간이 한정돼 있다는 점이다. 2020년부터 중국 정부가 연변도 통합 교과서를 전면 시행해 한국어(조선어) 교육을 축소하면서다. 현지 가이드는 "요즘은 조선어를 읽지 못하는 조선족 아이들도 많아졌다"고 말했다.
이언불통(異言不通), 말이 끊기면 길도 끊긴다. 언어는 단순한 소통 수단이 아니라 문화적 연결고리이자 시장 접근 방식이다. 지금 행동하지 않으면 기회는 빠르게 닫힌다.
일례로 농심이 가능성을 증명하고 있다. 연길에 위치한 백산수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의 약 25%가 중국에 판매되며, 현지 식당의 70~80%가 이를 사용 중이다. 농심은 연길을 기점으로 10만 톤 규모의 OEM 수출 계약을 체결했고, 절반은 이미 납품했다. 내륙 도시로의 유통망 확장도 진행 중이다.
연변은 유망한 시장이지만, 중국과 거래는 단순하지 않다. 검열, 인증, 불투명한 제도, 외교 리스크 등 복잡한 변수가 얽혀 있다. 그렇기에 성공적인 진출사례를 참고해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대중(對中) 수출은 선택이 아닌 생존의 영역이다.
thisriv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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