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PB 조작' 시정 집행정지…유통가 행정소송 결과 촉각
대법, 쿠팡의 '집행정지 신청' 일부 인용 확정
타 e커머스 업체도 상황 비슷…향후 판결 예의주시
- 문창석 기자
(서울=뉴스1) 문창석 기자 = 쿠팡이 알고리즘을 조작해 자체 브랜드(PB) 상품을 부당하게 우대했다는 의혹으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받은 시정명령에 대해 대법원이 효력 정지 판단을 내린 원심을 확정했다.
공정위 시정명령의 적법성에 대한 판단은 아직 진행 중이지만 당장은 기존 PB 상품 영업을 이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판결이라는 평가다. 유통업계는 자칫 전체 PB 산업의 위축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만큼 향후 소송 결과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지난 7일 공정위의 재항고를 심리불속행 기각하고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앞서 공정위는 쿠팡이 알고리즘을 조작해 자체 브랜드(PB) 상품과 직매입 상품 등 자사 상품 6만여 개 '쿠팡 랭킹' 순위를 부당하게 높였다며 시정명령 및 1628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쿠팡은 이에 불복해 시정명령 및 과징금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고, 가처분 성격의 집행정지 신청도 함께 냈다.
지난해 10월 2심인 서울고법 행정7부(부장판사 구회근 배상원 최다은)는 쿠팡의 집행정지 신청을 일부 인용해, 공정위 시정명령의 효력을 본안 선고 후 30일까지 정지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날 대법원의 판단은 이 2심 판단이 유지된 것이다.
당시 2심 재판부는 "시정명령으로 인해 쿠팡에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고 이를 예방하기 위해 그 효력을 정지할 긴급한 필요가 있다"며 "공정위의 소명자료만으로는 효력 정지로 인해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PB 상품을 운영하는 유통가도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쿠팡 외 온라인 e커머스 업체들도 소비자가 상품을 검색한 결과를 자체 기준에 의해 순서별로 보여주고 있어, 자사 PB 상품이 화면 상단에 배치한다면 쿠팡과 똑같은 징계 처분을 받을 수 있어서다.
실제로 쿠팡 외 다른 e커머스에서도 '랭킹순' '추천순' 등 자체 기준을 적용한 알고리즘에 따른 검색 결과를 보여준다. 쿠팡이 검색 결과를 소비자 선호도와 판매량 등이 종합 고려된 '쿠팡 랭킹순'으로 정렬해 보여주는 것과 다르지 않다. 타 e커머스에서도 상품을 검색할 경우 자사의 PB 상품이 상단에 뜨는 경우가 많다.
유통업계는 플랫폼 사업자가 이런 상품 정렬 방식에 개입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이 같은 PB 상품의 영업 전략을 문제 삼을 경우 PB 산업 자체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밀어주기' 오해를 받지 않으려면 자사 PB 상품의 노출을 임의로 줄여 아래에 노출되도록 해야 하는데, 이처럼 자사 상품에 오히려 페널티를 주는 방식은 적절하지 않고, 알고리즘에 의해 자동으로 이뤄지는 만큼 애초에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가격이 싸다고 해서 상단에 노출되지 않는다. 가격 외에도 배송 준수, 고객 대응 등 여러 평가가 이뤄진다"며 "이 알고리즘에선 상품 하나를 정해놓고 개입해 임의로 상단에 올리는 게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해석에 따라선 PB상품 매대를 따로 만들거나 별도 코너에서 관리해 노출도를 높인 마트·편의점 등 오프라인 업체도 혼란을 겪을 수 있다. 가령 이마트 매장 내에 마련된 PB 상품 노브랜드 매대도 '자사 밀어주기'라며 문제 삼는 식이다. 다만 공정위는 온라인 플랫폼의 검색 순위와 오프라인 매장의 상품 진열은 성격이 다르다는 입장이다.
업계는 이번 대법원의 판단이 현재 진행 중인 공정위의 시정명령 및 과징금 처분에 대한 취소 행정소송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 있게 보고 있다. 쿠팡이 제기한 이 소송은 지난해 쿠팡의 집행정지 신청을 일부 인용한 서울고법 행정7부가 맡고 있다.
아직 본안 소송의 결과가 나지 않은 만큼 그전까지 시정명령의 집행을 멈춘 것뿐이라는 의견이 다수다. 다만 업계 일부에선 문제가 명백했다면 집행 정지조차 받아들이지 않았을 것이라며 행정소송 결과에 대한 긍정적인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통상 일반 브랜드보다 가격이 저렴한 PB 상품은 가성비를 찾는 소비자들이 선호한다. 결국 PB 산업이 위축되면 그 피해는 소비자들이 입을 것"이라며 "영업 방식이 아니라 시장에서 소비자들에게 판단을 받게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themo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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