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톡톡]발포주는 왜 식당·주점에서 찾아볼 수 없을까

낮은 마진율 때문에 식당·주점 점주들이 판매에 소극적
주류 업체도 '가성비' 이미지 해칠까 식당 납품에 소극적

12일 오전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서 한 시민이 맥주를 고르고 있다. 2020.2.12/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이호승 기자 = 최근 수년간 급성장한 발포주 시장은 연간 3500억~4000억 원 규모로 추정됩니다. 가성비를 앞세워 빠르게 성장했지만 식당이나 주점에서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슈퍼나 편의점 등 가정용이 아닌 식당 등 업소에서도 판매하면 좋을 텐데 그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발포주의 판매 가격은 일반 맥주의 60~70% 수준입니다. 맥아 비율이 10%를 넘는 일반 맥주는 72%의 주세율이 적용되지만, 맥아 비율이 10% 이하인 발포주는 '기타 주류'로 분류돼 30%의 주세율이 적용돼 저렴한 가격에 판매할 수 있습니다.

식당·주점에서 500mL 일반 맥주 1병은 통상 5000~6000원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발포주를 맥주보다 저련한 3000~4000원에 판매할 경우 소비자로서는 부담을 덜 수 있고 식당 점주들은 '박리다매'로 이득을 볼 수 있을 가정도 세워봅니다.

하지만 식당·주점에서 발포주를 찾기는 쉽지 않습니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식당·주점 점주들이 발포주 판매에 소극적이기 때문입니다.

가장 큰 이유로는 마진율입니다. 점주 입장에서 일반 맥주를 두고 저렴한 발포주를 팔아 수익을 낮출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맥주나 발포주에는 알코올과 탄산가스가 녹아 있는 만큼 마실 수 있는 양은 한계가 있어 '박리다매'를 기대하기도 어렵습니다.

식당·주점에서 발포주를 판매할 경우 맥주의 60~70% 가격에 판매할 수 있을지도 불분명합니다. 발포주가 식당·주점의 '대세' 주류가 되지 않는다면 유통 과정에서 가격이 오를 수도 있습니다.

29일 서울 역삼동 GS25 역삼홍인점에서 모델이 필굿의 여름 한정판 ‘굿 패키지’를 소개하고 있다. (오비맥주 제공) 2021.7.29/뉴스1

냉장고 문제도 있습니다. 대부분의 중소형 식당·주점에서는 5~6칸짜리 냉장고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한정된 공간을 발포주로 채운다면 일반 맥주나 소주 등을 줄일 수밖에 없어 가게 운영 효율성을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주류 업체가 식당·주점 납품을 꺼리는 것도 이유입니다. 발포주의 강점은 '가성비'에 있지만 2~3차 거래처인 식당·주점이 판매 가격을 크게 올리면 '가성비' 이미지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죠.

주류 업체가 발포주를 굳이 식당·주점에 납품하지 않아도 저렴한 가격 때문에 발포주는 대형마트나 편의점에서 불티나게 팔리고 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 시절 '홈술'족이 크게 늘어난 것도 시장 변화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발포주 시장 점유율은 하이트진로의 필라이트가 70%가량, 오비맥주의 필굿이 30%가량입니다.

필라이트는 2017년 4월 출시 이후 같은 해 11월 판매량 1억 캔을 돌파했고, 2018년 4월 2억 캔을 돌파한 데 이어 2020년 7월 10억 캔, 지난 1월 20억 캔을 돌파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가성비 전략을 앞세워 업소를 철저히 배제하고 홈술족을 공략한 것이 발포주 성공의 원인"이라며 "앞으로도 발포주는 유흥 시장보다 가정용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마케팅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yos54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