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공룡' F&F 뷰티 계열사 '에프앤코'…계륵일까 효자일까

'2세대 로드숍' 바닐라코 전개…매출·영업익 반토막
지주사 지분 매입…회장 일가 승계 작업 묘수라는 분석도

F&F의 화장품 자회사 에프앤코가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가운데 승계 작업 역할을 하며 향후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F&F제공)

(서울=뉴스1) 김진희 기자 = '패션 공룡' F&F의 화장품 계열사 에프앤코(F&CO)가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계륵으로 전락할지 승계 작업의 핵심 역할을 하며 효자로 떠오를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F&F는 패션 부문의 경우 1조8000억원에 달하는 연매출을 거두며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지만 뷰티 사업은 부진을 면하지 못 하고 있다. 특히 메이크업 브랜드 바닐라코를 운영 중인 에프앤코는 수익성이 악화하는 추세다.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F&F의 계열사 에프앤코의 연결 기준 지난해 매출액은 1184억원으로 전년 대비 1.2% 상승했다. 영업이익은 117억원으로 23.2% 하락했다.

2016년 매출 1831억원, 영업이익 395억원을 달성했으나 현재 수익이 반토막난 셈이다. 에프앤코는 2020년에는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에프앤코가 전개 중인 바닐라코는 2010년대 국내뿐만 아니라 중국, 홍콩, 필리핀, 대만 등 아시아 국가에서 인기몰이를 하며 2세대 대표 로드숍 브랜드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뷰티업계가 럭셔리 브랜드와 온라인 시장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중국 매출이 부진하면서 바닐라코 역시 직격탄을 맞았다.

2020년에는 미스터바우어 지분 100%를 취득하면서 네일사업에도 뛰어들었으나 1년 만에 청산했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실적 부진에도 애프엔코가 김창수 F&F 회장 일가 승계 작업의 묘수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초 에프앤코는 F&F의 100% 자회사로 출범했다. 이후 2019년 김 회장이 에프앤코 회사 지분을 모두 사들여 그의 개인회사가 됐다. 김 회장 일가는 에프앤코 지분율 89%를 보유하고 있다. 김 회장의 장남인 김승범 F&F 디지털 본부장도 에프앤코의 본부장을 함께 맡아 회사를 이끌고 있다.

김 회장은 지난달 지주사인 F&F홀딩스 주식 86만3930주(2.2%)를 에프앤코에 시간외매매(블록딜) 방식으로 매도했다. 에프앤코의 F&F홀딩스 지분율은 2.2%로 늘어났다.

김 회장과 김 본부장의 승계 작업과 연관이 있다는 해석이 제기되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에프앤코가 지주사 지분을 매입하면 승계 재원 부담을 줄일 수 있다"며 "오너 일가 회사인 에프앤코를 통해 지주사 지분, 그룹 지배력도 높이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에프앤코가 F&F홀딩스​ 지분을 확보한 뒤 김 본부장이 에프앤코 최대주주로 올라서면 자연스럽게 F&F 지배력이 커지기 때문이다.

김창수 F&F 회장은 화장품을 향후 핵심 사업으로 보고 화장품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중국 등 아시아 국가를 중심으로 영향력을 높일 방침이다. F&F는 중국 내 MLB 뷰티를 론칭하는 등 직접 화장품 사업에 뛰어들기도 했으나 성공 여부는 미지수다.

한편 F&F의 패션 사업은 MLB, 디스커버리 등 주요 브랜드의 매출 호조로 호실적을 지속하고 있다. 이들 브랜드는 특히 중국 시장에서 폭발적으로 성장 중이다.

최근 중국 정부의 스포츠 산업 육성정책과 맞물려 중국에서는 스포츠웨어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면서 F&F 브랜드 매출도 덩달아 급증하고 있다. F&F는 지난해 MLB로 중국에서만 소비자 판매액 1조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F&F의 올해 1분기 매출은 497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8% 늘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0.6% 늘어난 1488억원이다.

jinny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