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급호텔 '비즈니스룸' 대신 '놀이방'…달라진 호텔업계 흥행공식

'키캉스족' 겨냥 호텔 시설·패키지도 봇물

서울신라호텔 키즈라운지.ⓒ 뉴스1

(서울=뉴스1) 배지윤 기자 = 특급호텔이 최근 비즈니스 고객 대신 아이 동반 가족 고객들을 위한 일명 '패밀리 고객'의 수요 잡기에 한창이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장기화로 과거 주 고객층이었던 비즈니스 고객의 유입이 어려워지자 수익성을 회복할 자구책으로 가족 단위 고객을 겨냥한 시설·패키지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코로나19 장기화에 "가족 고객 잡아라"

23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특급호텔은 아이 동반 '패밀리 고객' 잡기에 한창이다. 코로나19 사태로 호텔을 방문하는 목적이 단순 숙박이 아닌 '휴가' 또는 '문화생활' 등으로 다양해지고 있어서다.

7개월 아이를 두고 있는 A씨(31)도 "최근 서울시내 특급호텔에 다녀왔다. 코로나19로 어린 아이를 데리고 야외활동을 하는 것이 쉽지 않은 만큼 '호캉스'만한 휴가가 없다"며 "어린이를 위한 다양한 액티비티가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안전하면서도 가족끼리 조용히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는 호텔업계에도 놓칠 수 없는 기회다.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시행 국가가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해외 비즈니스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해 왔지만, 코로나19 재 확산으로 경영 정상화 시점이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실제 패밀리 고객들의 선호도가 높은 파라다이스 시티 호텔도 지난해 패밀리 고객 효과를 톡톡히 거뒀다. 실제 지난해 파라다이스 시티의 가족 동반 고객 투숙 비중은 연말 기준 65%에 달한다. 원더박스·씨메르 등 가족과 즐길 수 있는 액티비티와 다양한 패키지 등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파라다이스시티 사계절 야외 온수풀(파라다이스시티 제공).ⓒ 뉴스1

◇'키캉스족' 위한 시설·패키지까지 봇물

아이를 동반한 일명 '키캉스족'이 늘자 특급호텔도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나고 있다. 새 고객층으로 떠오른 자녀 동반 고객을 위해 어린이 고객을 위한 공간이나 서비스를 마련해 안전한 휴식처로 이목을 끌고 있다.

서울시내 특급호텔도 패밀리 고객들을 위한 시설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서울 장충동 서울신라호텔은 최근 방학·어린이날 등 특별한 경우에만 운영하던 키즈 라운지를 상시 운영하기로 했다. 호텔에 방문한 부모 고객들이 방역과 놀이·교육에 대한 고민을 동시에 해소할 수 있는 공간이다.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도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은 '팸잼'족을 위한 '윈터 패밀리 패키지'를 내놨다. 객실 1박과 가족 3인(성인 2인·만 12세 이하 어린이 1인)의 그랜드키친 조식 뷔페 혜택과 3인이 투숙해도 불편함이 없도록 엑스트라 베드까지 제공한다.

플라자 호텔도 다양한 놀이 콘셉트로 꾸며진 공간에서 체험과 휴식을 '원스톱'으로 즐길 수 있는 패밀리 패키지를 선보이며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는 게 호텔 측 설명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격상으로 이동·모임 등이 제한되면서 보다 안전한 공간에서 휴식과 놀이를 동시에 즐기길 원하는 가족 고객의 니즈를 반영한 패키지다.

이 밖에도 호텔업계는 악화된 수익성을 반전시킬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상하는 모습이다. 예컨대 일 하는 시간대 호텔에서 머물 수 있는 '워케이션' 패키지다. 롯데호텔, 신라스테이, 센터마크 호텔은 등도 워케이션 패키지를 선보이 바 있다.

한 호텔업계 관계자는 "특급호텔의 경우 해외 여행객과 출장 등으로 방문하는 비즈니스 고객이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데 코로나19 이후 하늘길이 막히면서 수익을 내기 어려워졌을 것"이라며 "당장 비즈니스 고객 수요를 잡기 어려운 만큼 가족 나들이에 나서는 패밀리 고객의 수요를 잡는데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jiyounba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