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부진했던' 삼성물산 패션 살린 "10년전 혜안"…사상 최대 실적 예고

아미·르메르·톰브라운 '신명품', 삼성물산 패션 효자로
증권가 연간 영업익 1000억 추정 '역대 최대 실적 기대감'

지난 3월 개점한 르메르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뉴스1

(서울=뉴스1) 배지윤 기자 = '아미, 메종키츠네, 르메르, 톰브라운...'

이름만 들어도 알법한 이른바 '신(新)명품' 패션 브랜드다. 해외 패션 브랜드지만 국내 브랜드 못지않게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모두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2010년대 초반부터 편집숍을 통해 들여와 성장한 브랜드다.

한벌에 30만원을 훌쩍 넘지만 MZ세대는 신명품에 아낌없이 지갑을 연다. 2030세대의 얼어붙은 소비심리를 녹이며 현재는 실적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 덕분에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올해 연간 최대 실적을 내다보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 패션부문문의 3분기 실적은 계절적 비수기임에도 크게 반등했다. 매출은 약 10% 늘었으며, 14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흑자로 전환했다. 신명품과 온라인 성장이 실적 견인차 노릇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누적 매출 1조7500억원, 영업이익 1000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가 전망대로라면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올해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하게 된다.

◇"10년전 알아봤다"…삼성물산 패션, 신명품 혜안 통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2010년대 초반 뿌린 씨앗을 거두고 있다. 10년 전부터 육성해온 해외 패션 브랜드가 인기를 얻자 단독 매장을 열고 브랜드를 확장하면서 실적이 크게 개선되는 모양새다.

불과 3년 전만해도 삼성물산 패션 부문은 국내 브랜드 부진과 외형 성장 둔화로 실적이 뒷걸음쳤다. 일부에서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하지 않거나 과감한 M&A(인수합병) 없이는 실적 부진을 이겨내는 것이 어려울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예컨대 지난 2012년 패스트 패션 SPA(제조 유통 일괄) 브랜드인 에잇세컨즈를 야심차게 내놨지만 눈에 띄는 성적을 내지 못했다. 하지만 비슷한 시기에 패션 편집숍 10 꼬르소 꼬모·비이커 등 편집숍을 통해 들여온 해외 브랜드는 차츰 성장하기 시작했다.

일부에서는 당시 부문장이었던 이서현 전 사장(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의 혜안이 뒤늦게 빛을 발했다는 평도 나온다. 이 전 사장은 10 꼬르소꼬모를 한국에 들여오는데 직접 진두휘할 정도로 각별한 애정을 쏟은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밀라노 본점 다음으로 2호점 개점을 고민하고 있는 까를라 쏘자니를 끈질기게 설득한 것도 이 전 사장이다.

이른바 신명품으로 불리며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해외패션 성적을 이끄는 아미·메종키츠네·톰브라운·르메르 모두 2010년대 초반 삼성물 패션부문의 편집숍을 통해 들여온 브랜드다. 당시 10 꼬르소 꼬모와 비이커 등 편집숍을 통해 인큐베이팅 돼 국내에서 단독 매장을 낼 정도로 브랜드가 10여년 만에 급성장했다.

예컨대 메종키츠가 국내에 처음 소개된 것은 2011년 비이커에서였다. 기대 이상의 반응을 얻자 비이커는 메종키츠네와 협업을 했으며 정식 판권을 맺은 건 지난 2018년이다. 다수의 패션 기업이 메종키츠네에 관심을 보였지만 판권을 확보할 수 있었던 데는 편집숍을 통해 브랜딩을 강화한 것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브랜드를 들여와 성과를 내는 데까지 단기간이 아닌 적게는 5년, 많게는 10년 이상이 걸린다"며 "10여년 전부터 회사가 편집숍을 통해 전개하며 공을 들인 아미·메종키츠네·르메르 등이 마침내 빛을 보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준서 삼성물산 신임 패션부문장.ⓒ 뉴스1

◇신명품을 간판 브랜드로…매출 세 자릿수 '폭증'

연초에 새롭게 선임된 이준서 패션부문장은 국내에서 신명품 브랜드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있는 장본인이다. 최근 한섬 사장에 선임된 박철규 전 패션부문장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코로나19 여파로 패션 산업에 변화가 생기면서 2030 젊은 MZ세대를 겨냥해 신명품을 간판 브랜드로 키운 것이다.

박 부문장이 신명품 성장을 위한 초석을 다졌다면, 이 부문장은 이런 흐름을 타고 연초부터 아미·르메르 등 신명품 브랜드의 단독 브랜드 매장을 개점에 적극 나서며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지난 8월에도 신명품 대표 주자로 꼽히는 르메르·아미의 대전 매장을 열었다. 이는 중부권 첫 매장이다. 특히 르메르는 한국에서만 독점으로 전개하는 앤트러사이트(잿빛) 색상의 크로아상백을 판매하는 등 한국 소비자들을 위한 유통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처럼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신명품을 간판 브랜드를 내세워 젊은 층을 빠르게 유입시키고 있다. 개성을 중시하는 MZ세대에게는 자신의 안목이 취향을 드러낼 수 있는 신명품 브랜드가 제격이기 때문이다.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기성 명품보다 합리적인 가격에도 불구하고 현대적이면서도 세련된 브랜드 이미지를 보유하고 있다.

물론 결과는 '기대 이상'이다. 이 부문장 체제에서 신명품은 더 크게 성장했다. 실제 10월 말 누적 기준 신명품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최대 세 자릿 수 이상 성장했다. 가장 많은 성장세를 보인 브랜드는 아미(200%)와 르메르(130%)다. 또 같은 기간 메종키츠네의 매출은 70% 늘었으며, 톰브라운 역시 30% 이상 성장했다.

올 상반기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일찌감치 목표 달성에 성공했다. 신명품 판매 호조와 온라인 판매 선전으로 올 상반기 목표달성장려금(TAI) 월 기본급의 100% 성과급을 받았다. 이는 지난 2014년 이후 7년 만에 받은 성과급이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MZ세대의 소비 패턴이 과거와 많이 달라졌다. 90년대생은 부동산에 대한 미래가 불투명하고 자산을 모으는 것이 어려워지면서 자산 투자 보다는 자기 자신을 위한 투자에 힘을쏟고 있다"며 "그런 이유에서 고급스러우면서도 가격대는 명품보다 합리적인 신명품 브랜드가 고성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jiyounba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