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편의점' 공식 굳어진다…어떻게 가능했나

와인 사전 주문·픽업 서비스·특화 점포 인기
주세법 개정에 '스마트 오더' 시스템 가능…"시너지 효과 톡톡"

고객이 이마트24 주류특화매장에서 와인을 살펴보고 있다.(이마트24 제공)ⓒ 뉴스1

(서울=뉴스1) 이비슬 기자 = #직장인 정모씨(28)는 최근 편의점 와인에 취미를 붙였다. 코로나19 유행 이후 왁자지껄한 술자리가 없어지면서 친구들을 집에 초대하는 '홈파티'를 자주 열고 있기 때문이다. 굳이 백화점이나 마트를 찾아가지 않아도 집 근처에서 와인을 살 수 있는 것이 편의점 와인의 가장 큰 매력이다. 정씨는 "잘 살펴보면 편의점도 백화점 못지않은 고급 와인을 판매한다"며 "덕분에 과거보다는 와인이라는 술에 심리적인 거리감이 많이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편의점이 핵심 와인 공급처로 변모하고 있다. 과거 '구색을 갖추기 위한' 상품에 불과했던 와인이 소비자를 불러 모으는 핵심 상품으로 자리매김하는 모양새다. 편의점에서 구매할 수 있는 와인의 종류와 가격도 다양해지고 있다.

'슬세권'(슬리퍼를 신고 이동할 수 있는 권역) 어디든 하나씩은 있는 접근성은 편의점의 최대 장점 중 하나다. 지난해 주세법 개정으로 온라인을 통해 와인을 주문하고 편의점에서 찾아가는 것이 가능해진 점도 인기 비결이다. 편의점의 경우 공간 문제로 다양한 와인을 비치해 놓기 어렵지만 온라인에서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온라인에서 여러 종류의 와인을 비교해서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굳이 대형마트나 와인전문점을 방문할 필요가 사라진 셈이다.

이에 따라 편의점들은 와인을 더욱 쉽게 구매할 수 있도록 큐레이팅(정보 수집·안내) 서비스를 경쟁적으로 선보이며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있다.

30일 서울 용산구 세븐일레븐 이태원중앙점에 와인 코너가 마련돼 다양한 종류의 와인이 판매되고 있다. 2021.8.30/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와인 전문숍으로 변신한 '편의점'

5일 이마트24에 따르면 지난해 '와인O2O 서비스' 이용 건수는 2019년 대비 10배 급증했다. 올해 1~8월 이용 건수 역시 전년 동기 대비 3배 이상 늘었다.

와인 O2O 서비스는 모바일로 원하는 와인을 예약한 뒤 이마트24 매장에서 결제하고 와인을 픽업하는 구매 서비스다. 취급 와인 종류도 90종이 넘는다. 와인 수령이 가능한 매장은 지난 2019년 수도권 240여곳에서 현재 전국 3000개 매장으로 2년 만에 약 13배 늘었다.

GS25는 아예 와인 특화 매장을 열었다. 지난 3월 서울 강남구에 문을 연 '와인25플러스 플래그십스토어'는 주류 판매 플랫폼 '와인25플러스'에서 구경한 와인을 오프라인 매장에서 바로 구매할 수 있는 O4O(Online for Offline) 서비스다. 와인25플러스는 현재 와인부터 양주와 전통주까지 3500여종 주류를 판매하고 있다. GS25는 올해 말까지 주류특화매장을 2000점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편의점이 와인 유통 채널로 급부상한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국내 '와인 열풍' 때문이다. 코로나19 유행 이후 홈술·혼술족 사이에서 와인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와인 수입액은 전년 대비 27.3% 늘어난 3억3000만달러로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와인이 맥주를 밀어내고 수입 주류 1위 자리를 꿰찼다. 특히 올 7월까지 수입액은 이미 지난해 연간 수입액에 육박하고 있다.

이 때문에 과거 연말에 집중됐던 와인 판매량은 계절을 타지 않고 있다. 맥주처럼 스테디셀러 제품이 되고 있다.

실제 지난 1~8월 GS25의 와인 매출은 2020년 전체 매출보다도 4.7%나 많았다. 단 8개월 만에 지난해 전체 매출을 넘어선 셈이다. 같은 기간 CU와 세븐일레븐 매출액 역시 지난해 전체 매출 대비 16.4%와 35% 증가했다. 이마트24는 이미 올해 1~8월 사이 와인 176만병을 판매해 전년 판매량(173만병)과 매출을 모두 넘긴 것으로 집계됐다.

CU 와인샵 ⓒ 뉴스1

◇미리 주문하고 픽업하는 '스마트 오더'…편의점 와인 인기 끌었다

특히 지난해 주세법 개정 이후 주류 온라인 쇼핑이 일부 허용된 것도 결정적이었다. 와인을 앱으로 예약하고 가까운 편의점에서 찾아 갈 수 있는 '스마트 오더'서비스가 가능해지면서 편의점에서 와인을 구매하는 소비자가 급증했다. 스마트오더는 모바일로 주문·결제한 상품을 매장에서 직접 인도하는 형태의 판매 방식을 의미한다. 현재 편의점·대형마트·백화점이 앱을 통해 주류를 판매할 수 있다.

편의점 GS25·CU·세븐일레븐·이마트24 모두 모바일로 미리 와인을 주문하고 매장에서 픽업할 수 있는 편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편의점 입장에서는 종류가 다양한 와인 재고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어 상품 운용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구매자는 집 근처 편의점에서 쉽게 와인을 구매하며 판매자와 접촉도 최소화할 수 있어 일석삼조 효과를 낸다는 분석이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오더 시스템 도입 이후 코로나19 유행과 와인 인기가 맞물리면서 폭발적인 시너지 효과를 냈다"며 "편의점 와인도 과거 구색을 갖추기 위한 상품에서 최근에는 손님을 끌어모으기 위한 핵심 카테고리로 위상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유명 와인 유튜버 '와인킹'이 추천한 와인을 CU가 앱을 통해 판매했다. (와인킹 유튜브)ⓒ 뉴스1

◇와인 서비스도 진화 중…'큐레이팅' 서비스 강화

와인 인기가 해를 거듭할수록 높아지면서 편의점 와인 판매 서비스도 진화 중이다. 특히 원하는 와인을 소비자가 보다 쉽게 고를 수 있도록 돕는 와인 큐레이팅(정보 수집·안내) 서비스 경쟁이 치열하다.

GS25는 와인25플러스를 통해 소비자 취향에 맞는 와인을 추천하고 있다. 상품 종류를 레드·유기농·프리미엄부터 국가별 상품까지 여러 기준으로 묶었다. 각 제품 정보를 펼치면 와인의 역사와 와이너리 정보부터 당도·탄닌·바디를 10점 만점으로 환산해 표현한 그래프를 제공해 비교 분석이 가능하다.

CU는 와인 판매 서비스 차별화를 위해 유명 와인 유튜버와 '와인킹'과 손을 맞잡았다. 와인킹은 유튜브 구독자 수 28만명을 보유한 국내 와인 콘텐츠 1위 유튜버다. 지난 8월 한 달간 포켓CU앱을 통해 와인킹이 선정한 와인 17종을 판매해 와인 매출 상위 1~17위를 모두 휩쓸었다.

와인킹 추천 제품은 '초초보레드·초초보화이트·순수 과일향'과 같이 직관적인 이름을 붙여 와인을 잘 모르는 소비자도 취향에 따라 쉽게 고를 수 있도록 구성한 것이 차별점이다. 와인 전문가의 친절한 설명과 함께 와인과 잘 어울리는 음식도 추천해준다. CU는 전 세계에 수백 명뿐인 공인 와인 전문가 '마스터 오브 와인'과 와인킹이 함께 선정한 세트 상품도 소개할 계획이다.

세븐일레븐은 지난 1월부터 매달 '이달의 MD 추천 와인'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소믈리에 자격증을 보유한 송승배 세븐일레븐 와인MD(상품기획자)가 직접 계절과 라이프스타일에 어울리는 와인을 추천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여름철에 더 시원하게 즐길 수 있는 레드와인 '피노누아'를 선보였다. 이달에는 다 마신 와인병을 인테리어 소품으로 꾸미는 소비자를 위해 '앙리 마티스' 명화를 담은 와인을 선정했다.

세븐일레븐 앙리 마티스 와인(세븐일레븐 제공)ⓒ 뉴스1

b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