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용산전자상가 "살 사람도, 팔 물건도 없다"…게임기 상가만 북적
中 공장 가동 중단에 공급도 차질…널뛰기 환율에 이중고
비대면 늘며 게임 관심↑…"닌텐도, 정가에는 못 구해요"
- 김정근 기자
(서울=뉴스1) 김정근 기자 = # 노트북은 수능 끝나고부터 입학 전까지가 성수기인데…그때를 놓쳤어요 (용산전자상가 노트북 판매상 심씨)
# 환율 상승으로 부품 가격도 올라 제품 공급이 더 어려워졌어요 (용산전자상가 상인 한씨)
지난 1일 오후 둘러본 서울 용산전자상가에서는 이런 말들이 오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어두운 그림자가 용산전자상가에도 덮쳐왔다. 코로나19로 인해 1년 중 가장 바쁜 대목인 신학기 특수를 놓쳐버린 상가에는 상인들의 한숨 소리만 가득했다.
용산전자상가에서 노트북을 판매하는 심모씨(50·남)는 "보통 1, 2월에 애들 데리고 와서 노트북을 사곤 했는데 코로나 이후로는 사람들이 안 나온다"며 "노트북은 수능 끝나고 반짝해서 입학하기 전까지가 성수기인데 그때를 놓쳤다"고 한숨을 푹 내쉬었다.
해당 매장 옆에서 노트북 매장을 운영하는 A씨 역시 "기업들이 평상시였으면 (노트북을) 구매해야 할 시기인데 지금은 일단 (코로나19 종식을) 기다려보자는 입장"이라며 "기업체와 주로 거래가 있었는데 그 부분이 줄어서 걱정이다"고 혀를 끌끌 찼다.
특히 용산전자상가는 수요는 물론 공급에도 애로를 겪고 있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용산전자상가를 찾는 수요(내수부진) 자체가 줄었을 뿐만 아니라, 전자 부품 수입 자체가 불안정해지며 공급 역시 불안정하기 때문이다.
상가에서 컴퓨터와 노트북을 판매하는 서모씨(49·남)는 "중국 공장 가동이 중단돼 2월에는 아예 물건 공급이 없었다"며 "공장 가동이 재개됐다고는 하는데, 아직 유통이 원활하지 않아 그래픽카드와 데스크톱 부품만 소량으로 들어오는 것이 전부"라고 걱정했다.
이어 "지금까지는 남아있는 물건하고 거래처로 버텼는데, 앞으로는 고객들의 주문 자체를 받을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고민했다.
전자부품을 주로 수입하는 한모씨(58·남)는 환율이 불안정해 부품 자체를 수입하기가 겁난다고 말했다.
그는 "환율이 오르니 부품값도 올라 수입업자의 부담이 커졌다"며 "나중에 환율이 떨어지면 손해가 심해지니 대량으로 수입을 못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제품 수급이 더 원활하지 않은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용산전자단지를 대표하는 김영산 이사장은 상가 전체가 코로나19로 인해 폐업이 속출하고 있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김 이사장은 지난 24일 중기중앙회에서 열린 '코로나19 중소기업 현장 간담회'에서 "중국이나 일본 의존도가 높은 아이템의 부품, 완제품 수입이 되지 않는다"며 "살 물건도, 팔 물건도 없다"고 호소했다.
또 "일본에서 들어오는 것은 HP나 빔 프로젝터, 레노버 노트북 등인데 삼성에서 플래시메모리, 낸드 메모리, 디램을 주지 못하다 보니 완제품도 들어오지 않는다"며 "직원들만 바글대다 보니 폐업처리도 계속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용산전자상가 지하 한쪽에 자리 잡은 게임기기 판매 밀집 지역에서는 지상과 다른 온도 차가 느껴졌다. 사람을 찾아보기 힘든 지상과 달리 지하에는 방문객들이 상인들과 대화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사람들이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며, 게임기기를 비롯한 일부 게임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다른 매장과 달리 이곳에는 게임 기기를 사러 온 사람들이 꽤 오가는 모습을 보였다.
게임용품을 판매하는 양씨는 "지금 닌텐도는 마스크 대란보다 더하다. 36만원짜리를 52만원에 팔고 있다"며 "며칠 전 아이파크몰에는 (닌텐도를 사려고) 줄을 쫙 섰을 정도"라고 말했다.
근처의 다른 상인 B씨 역시 "(닌텐도 스위치의) 수요는 3배 이상 늘었고 공급은 2배 정도 줄었다"며 "정가는 36만원인데 그 가격으로 지금은 못 구한다. (정가보다) 비싸게 팔리고 있는 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carrot@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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