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百, 케이블TV 'HCN' 매각 추진… 4개월만에 180도 달라진 이유는?
(종합)유료방송 사업자 한계 '명확'…실탄 확보해 면세점 사업 집중
- 신건웅 기자
(서울=뉴스1) 신건웅 기자 = 현대백화점그룹이 4개월도 안 돼 현대HCN의 '방송(SO)·통신 사업부문'을 매각하기로 했다. 지난해 12월 초까지만 하더라도 "매각을 검토한 바 없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등 경영 환경이 급변하면서 현대백화점의 전략도 180도 달라진 것으로 풀이된다.
관련 업계에서는 급히 현대HCN의 매각에 나선 것은 국내 유료방송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자체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여기에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백화점의 성장이 주춤한 상태에서 새롭게 시작한 면세점 사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키우기 위한 '실탄'이 필요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현대百, 4개월도 안 돼 현대HCN 매각으로 선회
현대백화점그룹의 종합유선방송사업자인 현대HCN은 방송·통신 사업부문을 떼어내 '현대퓨처넷'(존속법인)과 '현대에이치씨엔'(신설법인)으로 분할한다고 30일 밝혔다.
물적 분할과 동시에 신설 자회사인 현대에이치씨엔과 현대퓨처넷의 100% 자회사인 ㈜현대미디어에 대한 지분 매각 등 여러 가지 구조 개선방안 검토에 들어간다. 다음 달 중 경쟁 입찰 방식을 통해 지분 매각을 추진할 계획이다.
앞서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12월 9일 공시를 통해 현대HCN의 합병 또는 지분매각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4개월도 채 안 돼 입장이 돌아선 셈이다.
현대백화점이 입장을 급히 바꾼 것은 유료방송 시장에서 현대 HCN의 홀로서기가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유료방송 시장의 경우, 빅3(KT·LG·SK) 점유율이 80%에 달한다. 현대HCN은 4%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대형 사업자로 쏠림현상이 나타나는 상황에서 사업을 지속하기 어렵다고 봤다.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방송·통신 사업부문 분할 및 매각 추진 검토는 급변하는 국내 유료방송시장 구조 재편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몸값을 높이기 좋은 시기란 점도 작용했다. 빅3 사업자가 현대HCN을 인수하면 시장 판도가 달라질 수 있어서다.
특히 현대HCN의 케이블TV 사업은 서울·부산·대구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사업권(SO, 8개)을 확보하고 있다. 또 현금흐름을 나타내는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지난해 약 700억원을 기록하는 등 케이블TV 사업자 중 가장 높은 수준의 현금 창출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HCN은 나름 알짜 유선방송 사업자"라며 "SK와 LG 중 누가 인수하냐에 따라 2위 사업자가 정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면세점 사업 확대에 자금 필요했나?
일각에서는 현대백화점이 HCN 매각으로 급선회한 것은 코로나19로 자금조달이 어려워진 반면 면세점 사업을 본궤도에 올리기 위해서는 자금이 더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실제 '코로나19'로 백화점 매출이 줄어든 상황에서도 면세점 투자는 지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현대백화점의 이달 매출은 30%가량 감소했으며, 면세점은 지난해 759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현대백화점은 동대문 두타에 2호 시내면세점을 냈고 인천공항까지 진출했다. 자금이 들어갈 곳이 많은 셈이다. 지난달에도 2000억원을 유상증자로 조달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현대HCN을 매각하면 최소 5000억원에서 최대 1조원가량의 자금을 수혈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면세점 투자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
다만 현대백화점그룹은 HCN 매각이 자금 조달보다는 유료방송 시장 재편에 초점이 맞춰져있다고 주장했다. 자금 여력도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아직 코로나19 등에 대해 감내하지 못할 수준은 아니다"며 "자금 문제보다는 유료시장 재편에 발맞추기 위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ke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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