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인천공항 면세점 입찰, 복잡해진 셈법 "낙찰가 더 오른다"

영업기간 5년→10년…인천국제공항공사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신세계 탑승동 구역 DF3·DF6과 묶어 입찰…탑승동 수성 불가 전망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서울=뉴스1) 정혜민 기자 = 연 매출 1조2000억원에 이르는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면세점 입찰 경쟁이 본격화됐다.

입찰 참가 신청은 다음 달 26일, 입찰은 다음 달 27일에 진행된다. 개찰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 관세청 심사는 4월 중 마무리될 것으로 업계는 전망했다. 이번에 낙찰되면 오는 9월부터 면세점을 운영하게 된다.

이번 입찰에는 운영 기간부터 입찰 구역, 사업자 선정방식 등에서 변화가 커 입찰에 참여하려는 면세 사업자들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 운영기간 기존 5년에서 10년으로

면세점 운영 기간은 기본계약기간 5년에, 평가 결과를 충족하는 경우 추가 5년 연장할 수 있다. 2018년 상가임대차 보호법이 개정된 영향이다.

이에 따라 사업자들은 장기간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해졌다. 또 5년마다 피 말리는 입찰 경쟁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면세사업자 입장에서는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거꾸로 말하면 이번에 면세점을 낙찰받지 못하면 앞으로 10년 동안 인천공항 면세점 진입이 불가능해지는 셈이다. 이번 입찰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낙찰 금액이 높아질 가능성도 남아 있다.

제4기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일반 면세사업권 공고에서 탑승동 구역이 타 구역과 묶여 입찰에 나왔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 뉴스1

◇사실상 탑승동 빼앗긴 신세계免

신세계면세점은 기존 운영하던 탑승동을 사실상 수성하지 못하게 됐다.

오는 2023년 8월 이후의 탑승동 구역(DF8)의 사업권이 쪼개져 각각 동편 주류·담배(DF3)와 동편 패션·잡화(DF6)와 묶여 나왔기 때문이다. 이번 입찰에서 DF3·DF6를 낙찰받는 사업자가 각각 탑승동 주류·담배와 탑승동 패션·잡화도 함께 운영하게 된다.

규정상 품목이 같은 사업권의 복수 낙찰은 금지된다. 따라서 이미 서편 패션·잡화(DF5)를 운영하고 있는 신세계는 이번 입찰에서 DF5와 DF6 중 한 곳을 선택해 입찰에 참여해야 한다. 탑승동 패션·잡화를 포기할 가능성이 조금 더 높다.

탑승동 주류·담배를 수성하기 위해서도 무조건 DF3를 따내야한다. 이미 탑승동에 시설 및 인력, 마케팅 등 비용을 투자했고 장기간 안정적인 운영을 통해 수익성을 개선하려던 신세계 입장에서는 허탈할 수밖에 없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측은 "이를 통해 여객터미널과 탑승동 매장 간의 품목별 통합 운영 및 유기적인 마케팅 연계가 가능해 탑승동 매장의 영업 조건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가 보는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속내는 따로 있다. 매출이 가장 적은 탑승동을 상대적으로 인기 있는 구역과 함께 묶어 입찰 흥행을 유도하겠다는 의도로 보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낙찰가를 높이기 위해 입찰 때마다 구역을 조금씩 조정해왔다. 지난 2018년 인천국제공항공사는 롯데가 포기한 향수·화장품(DF1)과 탑승동(DF8)을 묶어 입찰에 부쳤고 신세계가 이를 낙찰받았다.

면세업계 한 관계자는 "포기 조항이 없기 때문에 신세계가 적자가 나는 탑승동 사업권을 포기하지 못하고 있는데 이번 입찰 공고로 인해 탑승동 포기 명분을 얻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인천공사, 우선협상대상자 1곳만 선정…가격 더 중요해질 듯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사업권별로 1곳씩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해 관세청이 승인 심사하게 됐다. 지난 입찰 때 인천국제공항공사가 복수 사업자를 선정하고 관세청이 1개 사업자를 뽑는 구조로 잠시 바뀌었다 원래대로 돌아온 것이다.

평가는 사업제안서 60%, 입찰가격 40% 비율로 한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입찰가격이 절대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가 1개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는 데다 입찰가격이 정량 평가 기준이기 때문이다.

가장 매출이 높은 구역인 신라면세점의 향수·화장품(DF2)의 최저수용금액은 1161억원으로 제시됐다. 지난 2015년 3기 사업자 입찰 때보다 160억원 정도 더 높아졌다.

한편 중소·중견 기업 사업권(DF9~12)은 사업제안서 80%, 입찰가격 20%로 가격평가 비중을 대폭 낮춰 가격평가 부담을 크게 완화했다는 게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설명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제1여객터미널 면세점 제4기 입찰에 나오는 사업구역 ⓒ 뉴스1(인천국제공항공사 제공)

◇현대백화점免, 이번 입찰에 참여할까?

또 다른 변수는 현대백화점면세점이다. 2018년 면세사업을 시작한 유통대기업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11월 서울 동대문 두타면세점을 인수하면서 면세 사업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였다.

두산은 두타면세점에서 적자를 계속 내다가 사업을 종료했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수익성이 떨어지는 입지에 위치한 면세점을 인수할 정도로 사업 확장에 적극적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현대백화점면세점이 이번 입찰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22일 열린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면세점 사업설명회에 신라·롯데·신세계를 비롯해 현대백화점면세점 관계자도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면세점 입찰 공고만 해도 총 100페이지가 넘는 만큼 자세한 설명을 들으면서도 타사 동향을 살필 수 있는 자리다.

신라는 서편 향수·화장품(DF2)을 비롯해 서편 주류·담배(DF4), 동편 패션·잡화(DF6) 사업권을 수성하는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도 공항 면세점 탈환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앞서 이갑 롯데면세점 대표는 "요즘 같은 때에 공격적 입찰은 어렵다"고 말한 바 있다.

이 밖에 중국의 한한령(限韓令·한류제한령) 완화 기대감도 이번 입찰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연초 중국의 인센티브 관광객들이 대거 국내를 방문하면서 백화점의 중국인 매출이 늘고 있다.

신라·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 면세점 측은 모두 "사업성을 따져 본 후 입찰 참여 여부를 타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hemingwa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