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병구 DHL코리아 대표 "직구·역직구 활성화로 개인 특송 시장 쑥쑥"
[유통, 물류가 바꾼다④]"이커머스 B2C 매출 비중 0%→15% 전망"
"BTS 굿즈, 톤 단위로 배송…정부 승인하면 北에도 배송 가능"
- 정혜민 기자
(서울=뉴스1) 정혜민 기자 = 국제특송 서비스로 잘 알려진 DHL은 세계 곳곳을 연결해 주고 돈을 번다. 220여 개국에 깔려있는 DHL의 물류망은 북한에도 닿을 정도다. 통일부 허가만 받는다면 남한에서도 북한에 물건을 보낼 수 있다.
DHL은 1977년 국제특송업계 최초로 국내에 진출했다. DHL은 급한 업무상 서류나 의약품 등 특별한 관리가 필요한 물품을 주로 운반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국제특송 서비스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전자상거래(e-Commerce)가 발달하면서 국제특송시장에도 거대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이커머스 판매자와 소비자들이 국제특송 서비스를 이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들은 한국에서 미국으로 물건을 보내는 일을 서울과 부산 간 배송쯤으로 여긴다. 직구 및 역직구 산업과 국제특송 산업은 서로를 뒷받침하면서 최근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 이커머스에서 나라 간 국경은 의미가 없어진 지 오래다.
DHL은 이런 '국경 간 거래'(Cross boarder trade)를 성장시킨 주역이면서도 한편으로는 국경 간 거래 활성화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지난 31일 한병구(62) DHL 코리아 대표이사를 서울 마포구 사옥에서 만나 국제특송 업계의 변화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B2C 매출 0%→15%…이커머스가 바꾼 특송 시장
"DHL 코리아의 B2C 이커머스 매출의 비중은 2025년까지 전체의 15%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합니다"
한 대표 분석이다. 3년 전만 해도 DHL 코리아의 매출은 100% 기업 간 서류를 주고받는 B2B 특송 서비스에서 발생했다. 회사가 아닌 개인 고객에게 물품을 보내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그랬던 B2C 매출의 비중이 현재 6%로 올라섰다. DHL코리아는 이커머스 물류를 미래 먹거리로 삼고 있다. 지난해 DHL코리아의 매출은 4401억원을 기록했다.
한 대표는 "국경이 사라지고 있다"며 "생각지도 못한 한국 상품들이 해외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아이돌 굿즈도 해외에서 인기다. 그는 "BTS 관련 굿즈는 아시아, 유럽 할 것 없이 톤 단위로 배송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0년 이후부터 해외 '직구'(직접 구매) 열풍이 거세게 불면서 블랙프라이데이 등 해외 쇼핑 행사 때면 국내에서도 '광클'(매우 빠른 속도로 마우스를 클릭하는 일)하는 풍경을 쉽게 볼 수 있다.
최근에는 '역직구'(직접 판매)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한류의 인기로 한국 제품을 찾는 해외 소비자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존, 알리바바 등 글로벌 유통기업들은 이미 한국에 들어와 세계 시장에 내다 팔 한국의 '핫한' 아이템을 발굴하는 데 여념이 없다.
그는 이커머스 국제 특송 사업의 미래가 밝다고 했다. 그는 "한국 이커머스 시장은 세계 5위 규모인 데다 한국 수출입 규모도 세계 10위권 안에 든다"며 "이커머스 특송 사업은 이미 안정적인 성장 궤도에 들어섰다"고 설명했다.
이커머스 물류 사업이 성장하면서 DHL의 업무에도 변화가 생겼다. 한 대표는 업무 시간의 대부분을 세계의 소비자에게 물건을 팔면서 DHL과 함께 성장 중인 중소기업과 1인 셀러들을 만나는데 쓴다.
한 대표는 고객사 인스타그램에 게시된 아이디어 상품들을 기자에게 일일이 보여주며 "한국 사람들이 진짜 머리가 좋다. 덕분에 우리도 같이 성장하고 있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독일 기업 DHL이 한국의 '빨리빨리'에 적응하는 법
이커머스의 발달로 B2C 물량이 늘어나면서 DHL의 배송 방식도 변하고 있다. 예전에는 기업에서 기업으로 배송했기 때문에 낮에 항상 사무실에 물건을 받을 사람이 있었다.
하지만 개인 고객에게 물품을 배송하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DHL의 고민도 커졌다. 개인 고객들은 낮 시간에 학교나 직장에 있어 물건을 직접 수령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내에는 '집 앞 배송'이 보편화됐지만 DHL이 본격적으로 도입하기는 어려운 선택지다. 비싼 돈을 주고 특별히 특송 서비스를 이용한 고객의 물품이 사라지는 경우 DHL 명성에 엄청난 타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DHL 코리아는 무인 택배보관함 뿐만 아니라 GS25 등 편의점과 주유소에서도 물건을 받을 수 있도록 제휴를 맺었다. 배송의 정확도와 효율성을 동시에 높이는 방법이었다.
한 대표는 "DHL의 입장에서는 고객이 부재중일 때 두 번 배송을 가지 않아도 되니 비용이 절감된다"며 "한국이 선제적으로 도입한 이후 DHL의 해외 지사에서도 따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아시아의 변방에서 '동북아 물류기지'로
"2008년 말에 인천 공항에 게이트웨이(화물터미널)를 열었어요. 다들 '과잉 투자'라고 비판했죠. 그런데 10년도 안 돼서 처리가능용량이 꽉 찼습니다. '동북아 물류기지 한국'이라는 구호가 와닿았습니다"
한 대표는 지난 10년 사이 물류업계에서 한국의 위상이 변화했음을 체감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한국을 모두가 주목하고 있다. 회장님이 한국은 직접 따로 보고하라고 할 정도니 일이 많아졌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한 대표는 "옛날에는 본사 회의에 가면 일본 CEO가 다 이야기한 후에야 '한국, 너도 할 이야기 있으면 해봐라'라고 할 정도였는데…"라고 회상했다.
지난 15일 DHL코리아는 인천 공항 게이트웨이 시설 확장을 위해 약 1750억원 규모 투자를 발표했다. 아시아 내 물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한국의 물류 시설이 포화 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2008년 인천 공항 게이트웨이가 문을 연 이후 화물처리량은 현재 45% 이상 증가했고 최근 5년간은 연평균 6% 가까이 성장하고 있다. 매출도 2008년과 비교해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그는 "한국은 홍콩, 중국, 일본 배송을 다 할 수 있는 요충지"라며 "일본 북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중국 동부 해안가는 자기네 나라를 거치는 것보다 한국에서 배송하는 게 더 빠르다"라고 설명했다.
끝으로 한 대표는 "국제정세가 안정을 되찾길 바란다"고 밝혔다. DHL과 같이 국가와 국가를 연결하는 일을 업으로 삼는 기업에는 자유와 평화가 영업에 필수적인 '인프라'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보호무역주의를 주창하며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이고 일본도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해 화이트리스트 배제로 대응했다. 기술 발전이 나라 간 국경을 낮추고 있지만 정치적으로는 국경이 점점 높고 견고해지는 상황이다.
그는 "이미 미국과 중국 간, 한국과 일본 간 물량이 줄었다"며 "국가 간 분쟁이 생기면 DHL은 굉장히 곤란하다. 어느 한쪽의 편을 드는 것은 아니지만 분쟁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hemingwa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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