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호에 '울고 웃는' 홈쇼핑, '황금채널 쟁탈전'…"아! 송출수수료"
"'노른자위 밖'으로 밀리면 매출 감소 각오해야"
'송출 수수료 부담'에도 황금채널 확보에 '안간힘'
- 이승환 기자
(서울=뉴스1) 이승환 기자 = "KT·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 등에서 '몇 번'에서 방송하느냐에 따라 홈쇼핑 업체들은 희비가 엇갈린다. 가령 지상파 방송이 앞뒤 번호에 포진한 이른바 '황금 채널'에서 방송하면 판매 효과를 톡톡히 볼 수 있다. 그 반대 채널일 경우에는 매출 감소를 각오해야 한다."(홈쇼핑 업체 A사 관계자)
유료방송 사업자들의 채널 개편이 잇달아 예고되면서 '황금 채널'을 잡기 위한 홈쇼핑 업체들의 쟁탈전이 본격화되고 있다. 업체들은 방송 채널이 판매 매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한목소리를 낸다. 채널 '몇 번'이냐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황금 채널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송출 수수료'를 각오해야 한다. 일부에서는 소비자들에게 돌아가야할 혜택이 송출 수수료로 인해 통신업체에 전가되고 있다고 비판한다. 백화점이나 대형 유통업체가 입점 업체들에게 지나친 수수료를 받지 못하도록 하는 것처럼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규모 베팅설' 롯데홈쇼핑…지난 1년간 채널 영향력 '실감'
12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1위 유료방송 사업자 KT는 오는 12일 올레 TV 채널 개편을 단행한다. 이에 따라 롯데홈쇼핑은 올레 TV 4번으로 자리를 옮겨 방송하게 된다. 롯데홈쇼핑의 기존 올레 TV 채널은 '30번'이었다. 올레 TV 20번을 쓰던 K쇼핑은 이번에 2번으로 옮긴다.
유료방송 사업자들은 1년에 한 차례 개편 과정을 거쳐 '채널'을 변경하거나 유지한다.홈쇼핑 업계에서는 지상파 채널 번호 사이에 있는 '6번''8번''10번'을 'S급 채널'이라고 부른다. S급보다 가치는 떨어지지만 'A급'로 평가되는 채널은 지상파 방송 번호와 가까운 '4번'과 '12번'이다. S급과 A급 채널을 가리켜 '노른자위 채널'이라고도 일컫는다. 롯데홈쇼핑은 이번에 라이브 방송 중 유일하게 '노른자위'를 차지한 것이다.
롯데홈쇼핑 관계자는 "지난해 올레TV 주요 채널에서 밀려난 후 실적 타격을 우려해 모바일 시장에 초점을 맞추고 사업을 했다"며 "올해 다시 '노른자위' 채널로 복귀한 만큼 기존에 추진했던 방송 사업을 공격적으로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홈쇼핑이 올레TV의 노른자위 채널를 확보하기 위해 대규모 '베팅'을 할 것이라는 얘기가 이미 업계에 파다했다. S급 채널인 '6번'에 있다가 지난해 노른자위 채널 '밖(30번)'으로 밀려나 실적 타격을 직접 경험했기 때문이다.
롯데홈쇼핑은 작년 4분기 매출로 2480억원, 영업이익 26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각각 1.5%, 11.4% 감소한 수치다. 지난해 채널이 '뒤'로 밀린 데 따른 영향을 고스란히 받았다는 분석이다. 올해 1분기 들어 실적이 소폭 개선됐으나 롯데홈쇼핑 내부에선 '채널의 영향력을 제대로 실감했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반면 지난해 주요 채널 4번을 확보했던 SK스토아는 그 효과를 톡톡히 봤다. SK스토아는 올해 1분기 매출로 399억원을 기록, 양방향 데이터홈쇼핑(티커머스) 업체 중 매출 1위를 차지했다. SK스토아는 4번 채널 방영을 통해 홍보 효과를 충분히 봤다는 판단에 따라 올해는 주요 채널 확보에 큰 욕심을 부리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K쇼핑도 이번에 시청률이 높은 방송 'tvN' 앞자리에서 방송하게 돼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K쇼핑은 KT의 자회사 KTH가 운영하는 티커머스 업체다. 다만 KT가 운영하는 방송의 주요 채널를 같은 계열사 업체가 차지한 것을 놓고 '자회사 밀어주기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1조3000억원대 송출 수수료 어떡하나…"정상적 상황 아니다"
국내 주요 유료 방송 사업자 가운데 올해 채널 개편 내용이 공개된 곳은 KT뿐이다.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 등 다른 유료 방송 사업자들은 채널 개편 세부안을 놓고 홈쇼핑 업체들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황금 채널 확보를 위한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송출 수수료 문제'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홈쇼핑 업체들이 황금 채널을 받는 대가로 거액의 송출 수수료를 지불한다는 것이 업계의 정설이다.
대표적으로 SK스토아는 지난해 채널 4번을 따내기 위해 300억원 수준의 송출 수수료를 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홈쇼핑도 올해 채널 4번을 확보하기 위해 그 이상을 베팅했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송출 수수료란 방송 송출 대가로 유료방송 사업자들에 지급하는 비용을 의미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 2017년 국내 7대 TV 홈쇼핑 업체(GS·CJ·현대·롯데·NS·홈앤쇼핑·공영홈쇼핑)가 지불한 송출 수수료는 총 1조3093억원으로 나타났다. 4년 전인 2013년보다 약 34.%(3363억원) 증가한 금액이다.
홈쇼핑 업체들의 송출 수수료 지급 비율도 눈에 띄게 상승하고 있다. 홈쇼핑 PP(TV홈쇼핑·티커머스)의 방송 매출 대비 송출 수수료 지급 비율은 지난 2017년 39.3%에 달했다. 3년 전인 2014년보다 지급 비율이 9.3%포인트(p) 상승한 것이다. 9년 전인 2008년과 비교하면 무려 16.4%p 올랐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한 홈쇼핑 업체 대표는 "송출 수수료 문제를 반드시 잡을 필요가 있다"며 "가뜩이나 홈쇼핑 업황이 안 좋아지고 있는데 송출 수수료 부담은 점점 커지고 있는 이 상황을 정상적이라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일부 유료방송 사업자는 매년 두 자릿수 인상된 송출 수수료를 요구하고 있지만 업체들은 매출을 보장하는 '황금 채널'를 확보하기 위해 이를 거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홈쇼핑 업체들이 '을'의 위치로 전락한 지 오래"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송출 수수료가 높아지면 결국 홈쇼핑 업체들도 입점 업체들에게 수수료를 올릴 수밖에 없다"며 "소비자들은 그만큼 비싸게 물건을 사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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