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톡톡]"당시 '패피'들은 무신사가 이렇게 뜰 줄 알았을까?"
年거래액 4500억원·입점 3500개 온라인 편집숍 '무신사 스토리'
- 이승환 기자
(서울=뉴스1) 이승환 기자 = "너 무신사 알아? 오, 패션 좀 아나본데~"
2000년대 초 온라인 패션몰 '무신사'를 아는 이들은 '옷 좀 입는 사람' 대접을 받았습니다. 무신사는 '무진장 신발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준말입니다. 당시 무신사는 국내에서 쉽게 구하기 힘든 희소성 나이키 운동화 등을 판매했습니다. 그때만 해도 무신사는 '알 만한 사람'만 찾던 공간이었습니다.
특히 무신사 '거리의 패션'은 트렌드 방향을 일러주는 지표였죠. 무신사는 홍대를 포함한 주요 패션 거리에서 맵시 좋은 '패피(패션에 관심 많은 사람)' 사진을 찍고선 '거리의 패션'란에 올려놓았습니다. 패피들은 무신사 거리의 패션을 보고서 자신의 옷매무새를 매만졌죠. 무신사를 아는 이들은 재야의 고수들이 느낄 법한 자부심을 갖고 있었습니다.
◇마니아에 '패알못'까지 껴안고 비상2019년 봄, 무신사는 푸른 하늘을 가로지르는 항공기처럼 비상하고 있습니다. 무신사는 2003년 설립 후 17년 만에 국내 최대 온라인 편집숍으로 우뚝 섰습니다. 무신사는 지난해 거래액 4500억원, 영업이익 269억을 기록했습니다. 무신사는 이 같은 기세를 몰아 내년 거래액 1조원을 달성할 것이라는 목표를 제시했습니다.
더 이상 '알 만한 사람'만 아는 공간이 아닙니다. 패션에 대해 영원히 모를 것 같은 사람도 무신사를 찾고 있습니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놀란 이들 중 한 사람이 바로 기자입니다. 지금으로부터 15년 전인 20대 초반 시절, 기자는 '무신사'를 알고 있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제 나름대로 '패피'임을 자부했습니다. 물론 이제는 '패션 테러리스트'라는 놀림을 받고 있지만, 누구에게나 화려했던 시절은 있는 법이지요.
2002년 한·일 월드컵과 함께 온라인 쇼핑 시대가 바야흐로 도래했습니다. 당시 우후죽순 생겼던 온라인숍 중 상당수는 이제 자취를 감췄습니다. 그때 유행에 편승해 만들었던 기자의 온라인숍도 문을 닫은 지 오래입니다. 온라인몰 출혈 경쟁에서 '생존'한 무신사의 눈부신 비상이 더욱 도드라져 보이는 이유입니다.
업계 분석 등을 종합하면 무신사의 성공 이유는 크게 세 가지 입니다. 먼저 마니아 취향에 머물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유니클로·폴로·리바이스 등 대중적인 브랜드를 적극적으로 입점시켜 판매한 것입니다.
무신사 출범 초기에는 '일본 스트리트 패션'이 국내 마니아 사이에서 유행했습니다. 스케이트 보더의 옷차림 같은 자유롭고 개성있는 스타일이었습니다. 일본 스트리트 패션을 추구하는 패피들은 해외 직접 구매(해외 직구) 아니면 구입하기 힘든 슈프림 같은 희소성 높은 브랜드를 선호했는데요.
유니클로·리바이스·폴로 등 대중적인 브랜드는 평가 절하하는 경향이 강했습니다. 마치 예술 영화만 고집하며 흥행 영화는 "작품성 없다"며 멀리 하는 이들처럼 말입니다. 그렇다고 무신사가 마니아 고객을 포기한 것은 아닙니다. 무신사는 고급 가죽 재킷으로 유명한 '디아프바인'을 포함한 마니아 취향 브랜드도 입점해 판매하고 있습니다.
구찌·버버리·몽클레어 등 충성 고객층이 많은 명품도 판매합니다. 무신사 자체 상품(PB) 브랜드 '무신사 스탠다드' 제품도 선보이고 있습니다. 지난달 기준 무신사에 입점한 브랜드 수는 3500개에 달합니다. 회원 수는 470만명이지요. '알 만한' 사람부터 '패알못(패션을 알지 못하는 사람)'까지 수용하는 공간으로 탈바꿈하며 국내 최대 편집숍으로 자리매김한 것입니다.
◇신뢰·콘텐츠·기획력·SNS도 성공 '키워드'
두 번째 이유는 '신뢰'입니다. '무신사는 정품만을 판매한다'는 철학을 고객의 뇌리에 각인시켰습니다. 무신사 출범 초기에는 과거 유행가 가사처럼 그야말로 가품(짝퉁)이 판을 쳤습니다. 짝퉁을 판매했다가 적발돼 문을 닫은 업체가 수두룩했습니다.
지금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주요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업체가 판매하는 의류·운동화·잡화 등이 진품인지 '못 믿겠다'는 시선이 적지않은데요. 무신사도 종종 '짝퉁 논란'을 겪지만 가장 신뢰받는 온라인몰 중 하나인 것은 분명합니다.
세 번째 이유는 '콘텐츠'입니다. 무신사는 온라인에서 무신사스토어·우신사스토어·무신사매거진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무신사스토어는 주력 매장이며, 우신사스토어는 여성 제품 전문 매장입니다. 무신사매거진은 거리 패션, 패션 중고장터, 패션잡지, 패션화보 등의 콘텐츠를 담고 있습니다.
무신사 콘텐츠를 살펴보면 고객이 무엇을 원하고, 알고 싶은지 정확히 파악했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푸짐하고 영영가 좋은 먹거리를 떠올릴 만하지요. 패션 편집숍인 만큼 홈페이지 디자인에 더 신경 썼으면 하는 개인적인 아쉬움도 있습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콘텐츠의 질적 수준이 훌륭하니 디자인의 아쉬움은 큰 흠결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기획력도 무신사의 경쟁력입니다. 무신사는 입점 브랜드와 손잡고 다수의 기획 판매 상품을 선보여 왔습니다. 10·20대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브랜드 '내셔널지오그래픽'의 카이만 덕 다운 벤치재킷이 대표적이죠. '밀레'의 MTS 다운재킷, '카파'의 커밍 라인 등도 무신사에서 단독 판매돼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성장하는 기업에는 분명 그 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앞서 소개한 내용외에도 다양한 요인이 '무신사 성공 스토리'에 담겨 있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적극 활용한 마케팅 전략도 성과로 이어졌습니다.
무신사 페이스북 팔로워 수는 무려 80만명 이상입니다. 무신사는 페이스북 등 SNS에서 무신사 신상 제품과 동영상, 화보를 적극적으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특히 뮤직 비디오를 떠올릴 만큼 감각적인 홍보 영상이 인상적입니다. SNS을 통해 알 만한 사람부터 '패알못'까지 올 만한 공간임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고, 그 홍보 전략은 상당히 효과적이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고공비행 계속돼야 중소 브랜드 제품 활성화"
무신사와의 협업으로 성과를 낸 업체가 적지 않습니다. 패션계에 '신드롬'을 일으키는 휠라가 대표적이죠. 무신사는 지난 2017년 복고(레트로)를 포함한 다양한 훨라 스타일을 제안하는 이벤트를 진행했습니다. 부활하던 휠라에 날개를 달아준 이벤트 중 하나로 평가됩니다. 휠라는 지난해 사상 최대실적을 기록하며 '역대급' 전성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무신사가 국내 패션 생태계에 기여한 점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저는 무신사처럼 '빽' 없이 콘텐츠의 힘으로 자주성가한 업체들이 늘어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국내 패션 생태계가 더욱 발전할 수 있죠. 무신사의 고공비행이 계속돼야 중소 브랜드 제품의 판매도 활성화되지요. 무신사는 국내 중소 패션업체들의 브랜드도 다수 입점해 선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깨가 무거운 만큼 무신사가 기존의 겸손하고 성실한 행보를 이어갔으면 좋겠습니다. '무진장 신발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을 만들 때의 초심을 잃지 않았으면 합니다. 무신사와 함께 '청춘'을 보냈던 '패피' 대부분 같은 마음일 것입니다.
mr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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