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자의 '두잇']中 국빈들을 위한 '댜오위타이' 코스요리 직접 먹어보니…
신라호텔, 문재인·닉슨·부시 등 세계 정상 위한 중국판 '대작(大作)'요리 선봬
- 이승환 기자
(서울=뉴스1) 이승환 기자 = 중국을 방문한 '국빈(國賓)'들이 맛본 요리가 있다. 오찬가 기준으로 24만원짜리 코스 요리. 기자의 한 달 외식비와 맞먹는 가격이다. 중국집에서 "자장면이냐 짬봉이냐"만을 고민하던 기자의 눈앞에 마침내 그 드라마 같은 요리가 놓여졌다. 중국판 '대작(大作)'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 등 세계 정상을 위한 '국빈 요리'를 지난 3일 직접 체험해 봤다.
◇"곱고 아리땁게 피어오른 꽃…우아함에 기품 더하는 요리"
장소는 서울 중구 장충동 소재 서울신라호텔의 중화요리 레스토랑 팔선이었다. 신라호텔은 중국 국빈관 댜오위타이(조어대)와 손잡고 식음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었다. 댜오위타이 간판 조리장이 방한해 이날부터 오는 8일까지 팔선에서 국빈 요리를 선보이는 행사다. 60년 전통의 '댜오위타이'는 중국을 방문한 외국 정상들을 영접하기 위해 설립된 국빈관이다.
세계를 호령하는 '높으신 분' 앞에 대령된 요리는 어떤 맛일까. 황토색 원형 탁자에 황금빛 그릇이 놓이자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구름 사이로 승천하는 용의 형상이 새겨진 그릇은 마치 웅장하고 화려한 동양화 같았다. 중국 베이징에 있는 댜오위타이에서 직접 들여온 것이다. 현지 분위기를 연출하고자 공수한 '국빈용' 식기인 셈이다.
첫 번째 요리는 영빈전채였다. 닭고기 김말이·파기름향 소라·동고 버섯 동충하초 꽃으로 구성된 요리다. 동고 버섯 위에 얹힌 노란색 동충하초가 곱고 아리땁게 피어올랐다. 첫 번째 요리인 만큼 적은 양이지만 기품 있고 우아한 '데코레이션’(꾸밈)'이 강렬한 시각적 효과를 냈다.
동고버섯부터 젓가락으로 집었다. 동고버섯은 표고버섯의 일종으로 육질이 두꺼운 게 특징이다. 입안에 넣는 순간 식감이 확 느껴졌다. '씹고 있다'는 느낌이 입안 전체에 고스란히 전달됐다. 파기름향 소라는 과자처럼 고소하고 담백한 맛이다. 기름향이 '톡' 쏘는 느낌을 주는 기존 중국 음식과 완연히 다른 맛이었다. 닭고기 김말이는 다소 농담조로 표현하면 '고품질 닭고기로 만든 삼각김밥'을 먹는 기분이었다.
◇ "닭고기향 가득, 스프 아닌 차 마시는듯한…고요해지는 기분"
그릇 위를 모두 비우자 방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두 번째 요리가 도착했다. '닭가슴살 두화(연두부) 맑은 스프'다. '동양화' 같은 그릇 뚜껑을 열자 닭 향기가 방 안 가득이 풍겼다. 이름 그대로였다. 맑고 부드러운 맛이었다. '하동관의 곰탕' 같은 맛과 예상했는데 아니었다. '스프'가 아닌 '차'(茶)를 마시는 기분이었다. 깊게 우리고 다진 보양식 차를 떠올리면 될 듯하다.
이어 상어 지느러미 찜이 테이블 위에 놓여졌다. 8시간 이상 끓인 육수에 상어 지느러미를 익힌 요리다. 일품이었다. 기분 탓이었을까. 닭가슴살 스프·상어 지느러미 찜 그릇이 비워지는 동안 방안이 고요해지는 듯했다. 여성 종업원이 다소곳하게 새 그릇을 놓았다. 조심스럽고 정갈하게 흰색 천(냅킨)으로 입 주변을 닦았다.
워밍업을 끝내고 드디어 '메인 요리'가 등장했다. 의외였다. '스테이크(겨자소스 한우 구이)'였다. 중국 전통 코스 요리에 서구 전통 요리인 '스테이크'가 포함될지 예상하지 못했다. 댜오위타이 요리가 비로소 '국빈 요리임'을 실감했다. 각국 정상에 만나는 식탁에 놓이는 요리라는 점을 말이다.
서구권에서 온 국빈이라면 스테이크를 보고 분명 반색했을 것이다. 새콤한 겨자 소스가 어우러져 풍부한 식감과 진한 육즙이 느껴지는 메인 스테이크였다. 메인 요리 식사 후 점차 포만감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전통 북경식 자장면vs한국 철가방 '짜장면'
이어 죽순과 계절채소가 놓여졌다. 비타민이 풍부하고 혈액순환과 위 건강에 도움을 주는 채소 '닷사이 그린 비타민'이 포함된 코스다. 스테이크 섭취 후 속 안에 남은 더부룩함과 느끼함을 해소하는 효과가 있는 영양식이었다. 이렇다 할 양념을 첨가하기보다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는 데 초점을 맞춘 듯 했다.
디저트 전 마지막 요리는 전통 북경식 자장면이었다. 노란 콩을 사용해 6시간 조리한 특제 자장소스와 완두콩·당근·숙주 등 채소 6종을 얹어 만든 요리다. 소스향이 방안에 가득 퍼질 정도로 강렬했다.
소스는 '자장 범벅'인 한국 철가방 '짜장면'과 달리 필요한 양만 쓰인다. 한국 짜장면 면발은 밀가루와 콩을 발효해 만든 춘장 소스가 버무려지며 검정에 가까운 색으로 변한다. 반면 전통 북경식 자장면 면발 색은 엷은 갈색이 더해지는 수준이다. 맛은 달달함보다 매콤함에 더 가깝다. 한국 짜장면에 더부룩함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북경 자장'에서 개운한 뒷맛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한국식 '짜장면'에 더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자장 요리 만큼은 '서민 음식'으로 남겨두고 싶기 때문이다. 기자의 주머니 사정상 '국빈용' 북경 자장면은 다시 경험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물론 그 달콤 쌉싸래한 맛은 평생 잊히지 않겠지만 말이다.
◇ 요리라기보다 '외교적 예의'…동양화 같은 그릇은 '권력' 상징
오찬은 △닭고기 김말이·파기름향 소라·동고 버섯(영빈전채)△닭가슴살 수프△상어지느러미 찜△겨자소스 한우 구이△전통 북경식 자장면 등 8가지 음식으로 구성됐다. 10가지 코스로 구성된 댜오위타이 만찬 가격은 오찬가보다 6만원 비싼 30만원이다. 직접 댜오위타이 오찬을 먹은 소감은 '담백하다'. 이 보다 담백할 수 없었다. 기름지고 화려한 중식이 아니라 정갈하고 맛깔스러운 한식 같았다.
음식 문화가 전혀 다른 세계 각국 정상을 위한 요리인 만큼 '튀는 맛'보다는 '담백한 맛'으로 코스를 짠 느낌이다. 댜오위타이 요리는 '외교적 행사'에 가깝다. 정상들이 국가 운명을 놓고 중차대한 사안을 논하는 자리에 제공되는 오찬 또는 만찬인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2017년 말 중국 방문 당시 댜오위타이 요리를 먹었다. 문 대통령은 댜오위타이에서 중국 서민이 즐겨 먹는 유탸오와 더우장 등을 메뉴로 골랐다.
상대 정상이 식사 도중 탈이 나거나 거북함을 느끼는 순간 외교적 결례를 범하는 셈이다. 실제로 고(故) 조지 부시(아버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1992년 찾은 일본에서 '졸도'한 경험이 있다. 만찬 식탁에 '연어회' 음식이 나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부시 대통령은 미야자와 기이치 당시 일본 총리 앞에서 속안을 게워내며 쓰러졌다.
일본 '정상'이 얼마나 당혹스러워 했을지 충분히 상상할 수 있다. 이 같은 불상사를 피하기 위해 댜오위타이는 '저염·저당·저지방·고단백'의 건강식 요리를 추구하는 것이다. 댜오위타이의 식기와 전통 공연 등도 '외교적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황금빛 그릇이 대표적이다. 외교 무대에 놓인 국빈용 식기는 중국의 전통과 문화를 시각적으로 강렬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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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이봐, 해봤어?"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 회장의 유명한 명언입니다. 세계 최대 조선소를 짓겠다는 계획을 주변에서 만류하자 생전 그는 이처럼 촌철살인 같은 질문을 던집니다. 해보지 않고 논할 수 없고, 해보지 않고 평가할 수 없습니다. "당장 해봐(Just do it)" 정신은 "발로 뛰어 취재하라"는 기자 정신과도 사실 비슷합니다. 이 코너를 통해 정 회장의 기상 같은 야심찬 기사를 쓸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해보고, 가보고, 입어보고, 먹어본 경험을 토대로 아기자기한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