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그룹 '화장품' 진출 'K뷰티 빅뱅' 예고…신세계에 '맞불'
현대百 계열 한섬, '화장품 제조·도소매업' 사업목적 추가
지난해 면세점 입성, 화장품으로 中 시장 공략
- 박희진 기자, 이승환 기자
(서울=뉴스1) 박희진 이승환 기자 = 현대백화점 그룹 계열의 패션기업 한섬이 화장품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한섬은 단순 패션기업이 아닌 백화점, 아울렛, 면세점, 홈쇼핑 등 막강한 유통 채널을 거느린 현대백화점그룹 계열사다. 롯데와 신세계 등 유통업계뿐만 아니라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 등 화장품 기업에도 파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한섬의 화장품 시장 진출은 유통기업이 제조·판매에도 뛰어드는 수직계열화 전략으로 풀이된다. 브랜드와 유통간 경계가 사라지는 무한경쟁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百 계열 한섬, '화장품 제조 및 도·소매업' 사업목적 추가
27일 한섬은 '화장품 제조 및 도·소매업'을 사업목적에 신규 추가한다고 밝혔다.
한섬은 이같은 내용의 정관변경 안건을 3월 28일 열릴 주주총회에서 의결할 예정이다. 1987년 설립돼 여성의류의 제조 판매업과 의료 도·소매업을 주요사업으로 하는 한섬이 화장품 부문을 사업목적에 추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회사 관계자는 "이미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에서 수입 화장품을 일부 판매 중이고 향후 사업 확대 가능성 등을 열어두고 정관에 사업 목적을 추가한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한섬의 이번 행보에 대해 업계에서는 현대백화점 그룹 차원의 화장품 시장 진출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유통기업이 패션 계열사를 통해 화장품 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이미 신세계그룹이 입증한 성공모델이기 때문이다.
신세계의 패션 계열사인 신세계인터내셔날(SI)은 2012년 2월 주주총회소집결의 공시를 통해 '화장품 제조 및 도소매업'을 신규사업으로 추가한다고 처음으로 밝혔다. 그해 4월 화장품 브랜드 '비디비치'를 60억원에 전격 인수하면서 화장품 시장에 뛰어들었다. 그해 2월은 현대백화점그룹이 한섬을 인수해 신세계처럼 패션 계열사를 확보한 시기이기도 하다.
SI는 이후 2016년 이탈리아 화장품 제조사 인터코스와 합작법인 '신세계인터코스코리아'를 설립해 화장품 제조 사업에도 진출했다. 한섬이 이번에 사업목적으로 추가한 것도 화장품 제조 및 판매다. 지난해 10월에는 자체 한방 브랜드 '연작'도 출시했다.
이와 별도로 신세계백화점은 2016년 화장품 전문점 '시코르'를 선보였다. 현재 전국 20개 매장이 있다. 2017년부터는 '시코르컬렉션'이라는 자체 브랜드(PB)도 강화하고 있다. 신세계그룹이 화장품 사업을 전방위로 확대하고 나선 셈이다.
다급해진 경쟁사들은 주로 백화점내 편집숍 확대 전략으로 맞서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12월 잠실점 에비뉴엘 월드타워에 처음으로 프리미엄 뷰티 편집숍 '온앤더뷰티'를 열었다. 현대백화점도 지난해 12월 화장품 제조업체 웰컴인터네셔널과 손잡고 화장품 전문 편집숍 '코스메플레이스 아포테카리'를 선보였다.
패션기업도 가세했다. 패션산업이 정체기에 빠지면서 뷰티, 라이프스타일 등으로 사업군 확대가 절실해서다. LG패션에서 사명을 바꾼 LF는 지난해 초 '화장품의 제조·판매'를 사업목적에 추가했고 같은 해 9월 남성 화장품 브랜드 ‘헤지스 맨 스킨케어 룰429’를 출시했다. LF도 기존에 일부 수입화장품을 유통해 왔다.
업계 관계자는 "사업목적에 추가한다고 당장 시장 진출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지만 패션만 하던 한섬이 화장품 사업을 추가한 것은 시장 진출을 사실상 선언한 것으로 봐도 무방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면세점 뛰어든 현대百, 화장품으로 中 시장 공략?
업계에서는 한섬의 이번 행보에 대해 지난해 유통 '빅3' 가운데 가장 늦게 면세점 시장에 진출한 현대백화점이 급성장하는 중국 화장품 시장을 정조준한 전략으로 풀이한다.
실제로 면세점은 중국이라는 거대한 소비 시장을 공략하는 교두보 역할을 하고 있다. SI의 '비디비치'가 인수 초기 고전하다 5년 만인 2017년 흑자전환에 성공한 것도 중국 소비자들이 몰리는 면세점에서 불티나게 팔리면서다.
화장품은 국내 면세점 매출의 50% 이상을 책임지는 '효자 품목'이다. 면세점 1위인 롯데면세점 본점의 화장품 사업 매출은 올들어 지난 25일까지 전년대비 55% 급증했다.
제품력만 보장된다면 중국의 'K-뷰티' 바람을 타고 후발주자들도 얼마든지 '성공 스토리'를 쓸 수 있는 분야가 화장품이다. 온라인몰로 시작한 '스타일난다'가 지난해 글로벌 화장품 그룹 로레알에 인수된 것도 중국에서 화장품 사업이 히트를 친 덕분이다.
자체 제조시설이 없어도 한국콜마와 코스맥스 등 OEM 업체에 의뢰하면 제품 패키지부터 제작까지 해결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진입장벽이 크게 없는 셈이다. 오히려 유통망과 마케팅 능력이 더 중요해졌다. 애경산업, 카버코리아(AHC)도 후발주자지만 홈쇼핑 채널을 활용해 급성장했다.
각종 유통 채널을 거느린 현대백화점의 화장품 시장 출사표에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다. 그간 화장품 판매에만 주력해온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등 화장품 기업도 비상이다.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신규 진출하는 회사들이 정말 많지만 유통망이 있는 기업들의 진출이 가장 두려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2bri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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