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 맛이 다 똑같다고요? 에딩거는 달라요"…130년 전통의 '자부심'
[인터뷰]발트라우드 카이저 에딩거 본부장 "밀맥주의 자부심은 에딩거"
"가족경영으로 품질 유지…좋은 맥주 맛은 시간 필요해"
- 신건웅 기자
(에딩=뉴스1) 신건웅 기자 = "맥주 맛이 다 똑같다고요? 다 달라요, 에딩거 맥주 마셔보면 맛과 품질의 차이를 느낄 수 있습니다."
독일 바이에른(Bavaria), 주도인 뮌헨에서 차로 1시간가량 이동하면 '에딩'(Erding)이라는 소도시가 나온다. 인구가 4만명이 약간 넘는 작은 도시지만 맥주에 대한 자부심은 독일에서도 손에 꼽힌다. 에딩이라는 지역은 몰라도 '에딩거'(Erdinger) 맥주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지난 3일 에딩거 공장에서 만난 발트라우트 카이저(WALTRAUD KAISER) 수출 본부장(Export Director)도 마찬가지다. 그녀의 말에는 에딩거에 대한 애정과 자신감이 묻어났다.
1985년에 입사해 30년 넘게 회사에 다닌 카이저 본부장은 인터뷰 내내 '품질'을 강조했다. 품질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부터 결과물까지 에딩거의 기본 철학이 느껴졌다.
에딩거는 우선 주식회사가 아닌 가족회사다. 가족들이 회사 경영을 맡고 있다. 외부투자를 거부하고 가족회사로 유지되는 것에 대해 카이저 본부장은 "전통적인 품질을 가장 우선으로 생각해 가족경영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식회사가 되면 회사 규모를 키우긴 좋지만 주주들의 간섭을 받아야 하고 품질보다는 수익성에 치중할 수밖에 없다는 것. 반면 가족회사는 경영활동이 자유로워 품질에 대한 철학을 지킬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녀는 "가족 경영이기 때문에 다른 간섭 없이 품질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다"며 "여러 맥주를 만드는 글로벌 맥주회사가 아니라 우리만의 스페셜리스트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에딩거에는 가족의 철학과 전통의 모든 것이 한 곳에 담겨있다"며 "비전을 방해받지 않고, 스페셜한 맥주를 누구한테도 뺏기고 싶지 않다"고 강조했다. 또 "스페셜한 맥주여야만 소비자가 찾는다"며 "맥주라고 다 똑같지 않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심지어 에딩거는 생산도 에딩 지역으로만 한정하고 있다. 다른 맥주업체들이 생산지역을 확대하는 것과는 다른 행보다.
이 역시 품질을 위한 결단이다. 그녀는 "다른 공장으로 생산을 확대하면 품질을 동일하게 유지하기 어렵다"며 "스페셜한 맥주 맛을 유지하기 위해 생산은 한 공장에서만 한다"고 설명했다.
품질에 대한 집착은 에딩거 맥주의 맛으로 이어졌다. 에딩거는 맥주 시행령이 1516년에 처음 시작돼 500년 넘게 지났지만, 정해진 곡물 외에는 다른 첨가물을 넣지 않는다. 물과 홉, 맥아만 들어가고 색소나 설탕 같은 것들 안 넣는다.
여기에 후숙발효까지 거친다. 병뚜껑을 닫기 전 효모를 한 번 더 넣고, 창고에서 3~4주간의 숙성 기간을 거치는 방식이다. 추가 비용 때문에 대부분 맥주회사는 후숙발효를 하지 않는다.
그러나 에딩거는 맥주 맛을 위해 후숙발효를 포기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카이저 본부장은 "후숙발효는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잘 안하는 분위기"라면서도 "맛의 품질을 위해 후숙발효 레시피를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병 안에서 후숙발효를 하면 거품이나 자연적인 탄산이 더 나온다"며 "맥주가 신선하고 살아있는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또 "진짜 좋은 맥주를 먹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품질에 대한 고집은 에딩거를 알리는 데 도움이 됐다. 1980년대까지 독일 북부엔 밀맥주 자체가 없었고, 전 세계적으로도 일부 지역에서만 자체 생산됐다. 그러나 에딩거가 알려지면서 지금은 밀맥주가 유명해졌다.
카이저 본부장은 "에딩에서 밀맥주를 유명하게 만든 것"이라며 "에딩거가 밀맥주를 글로벌화했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또 "에딩이라는 지역은 몰라도 에딩거 맥주는 다 안다"며 "지역 주민들에게 자부심을 심어주는, 지역을 대표하는 회사"라고 말했다.
에딩거는 지역 축제도 열고 있다. 올해는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9일까지 10일 동안 78번째 헙스트페스트(가을 축제)를 연다. 조그마한 소도시에 10일간 20만명 넘게 몰리는 지역 대표 축제다.
그는 "에딩의 헙스트페스트만큼 아름다운 가을축제는 없다"며 "전통적인 가족축제 분위기"라고 소개했다.
이외에 영국 런던과 더블린, 스위스, 싱가포르 등에서도 에딩거 맥주 축제를 연다. 한국에서는 에버랜드와 손잡고 프로모션을 하고 있다.
한국에서 에딩거 맥주 축제를 열 계획에 대해서는 "기회가 된다면 에딩거 맥주 축제를 열 수도 있다"며 여지를 남겼다. 이어 "젊은층들을 위한 프로모션을 확대하고, 에딩거 맥주의 차별점을 알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맥주를 맛있게 먹는 법에 대해서는 "풍미를 느끼기 위해선 6도 이상의 온도로 마셔야 한다"며 "에딩거 둔켈(다크비어)은 김치나 매운 음식, 삼겹살과도 잘 어울리기 때문에 같이 먹으면 좋다"고 설명했다.
한편 에딩거는 1886년 설립됐으며, 연간 약 176만 헥토리터의 맥주를 생산한다. 독일 최대의 가족 소유 밀 맥주 양조장으로, 현재 전 세계 90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한국은 영국과 이탈리아, 스위스, 오스트리아에 이어 수출 5위 국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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