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리면 끝' 주류 업계 '소주전쟁'…참이슬·처음처럼에 공세에 지방소주 '고전'
소주시장 점유율, 하이트진로·롯데주류↑·무학·보해양조↓
지방소주, 수도권 진출 노리다 텃밭 뺏겨
- 신건웅 기자
(서울=뉴스1) 신건웅 기자 = 지방 소주의 수도권 공략이 이어지고 있지만 '참이슬'과 '처음처럼' 양대산맥에 막혀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올 상반기 소주 시장에서도 하이트진로(참이슬)와 롯데주류(처음처럼)가 선방한 반면 지역에 기반을 둔 무학(좋은데이)과 보해양조(잎새주)는 점유율이 더 낮아졌다.
◇참이슬, 전국구의 위엄…"압도적 점유율 유지"
17일 닐슨 리테일 인덱스에 따르면 올 상반기 소주 시장규모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 성장했다.
이중 압도적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건 하이트진로의 참이슬이다. 지난 4월 리뉴얼한 참이슬 판매량이 99일 만에 5억병을 넘어섰다.
이에 힘입어 하이트진로의 올 상반기 소주 매출은 5229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상반기(5197억원)보다 0.6% 증가한 수치다. 시장 점유율 상승과 판관비 감소 등으로 소주 부문 영업이익은 501억원에서 621억원으로 24%나 성장했다.
특히 그동안 지역 특색이 강해 타 지역의 소주 브랜드가 진출하기 어려운 곳으로 유명했던 부산·경남시장에서도 참이슬의 판매량이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트진로가 지난 2015년 9월 부산·경남권에 선보인 '참이슬16.9'는 올해 1월 2억병 판매를 돌파했다.
판매량이 늘면서 하이트진로는 지난 6월부터 경남 마산공장에서도 참이슬을 생산한다. 마산 공장의 참이슬 생산은 올 하반기가 목표였으나, 최근 수요가 증가하면서 생산을 서둘렀다.
참이슬을 바짝 추격하는 것은 롯데주류의 처음처럼이다. 처음처럼은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점유율을 늘려나가고 있다.
올 상반기 롯데주류의 매출은 3637억원인데 이중 절반가량이 소주 매출로 추정된다.
특히 올해는 호남 쪽에서 점유율을 다소 높였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하이트진로와 롯데주류 모두 지방 판매가 늘면서 점유율이 올랐다"며 "지방 젊은 층들이 지역 소주보다는 수도권 소주를 선호하는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텃밭 뺏긴 무학·보해양조, 점유율 하락
저도주 16.9도 '좋은데이'를 앞세워 수도권 시장을 공략했던 무학은 주춤한 모습이다. 올 상반기 매출이 101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63억원)보다 25% 넘게 줄었다. 영업이익은 223억원에서 26억원 영업손실로 적자전환했다.
수도권 시장의 공략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텃밭이라 생각했던 부산지역 판매량까지 감소하면서 전체 실적이 악화했다.
좋은데이로 부산 소주 시장 1위를 점령해온 무학은 지난해 9월 대선주조의 대선소주에게 1위 자리를 내줬다. 대선주조의 지난 5월 부산 소주 시장 업소점유율은 69.3%에 달한다.
김태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무학은 지난해 초 75% 수준이던 부산지역 시장 점유율이 대선주조의 공세에 밀려 50% 밑으로 하락한 이후 약 1년이 지났지만 아직 뚜렷한 반전의 기미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경남지역에서도 하이트진로의 비수도권 영업 확대 영향으로 입지가 좁아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무학은 올 상반기 판매촉진비와 광고비로 20억원 가까이 늘려 246억원을 썼지만, 상황이 녹록지 않다.
답답하긴 보해양조도 마찬가지다. 광주·전남지역의 터줏대감인 보해양조는 주력제품인 '잎새주'를 내세웠지만, 올 상반기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505억원)보다 25% 넘게 줄어든 377억원에 그쳤다. 영업이익도 13억원에서 89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한국 주류회사 최초 알리바바 브랜드관을 선보이고,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장관을 사외이사로 영입하는 등 특단의 대책을 썼지만 효과를 보지 못했다. 오히려 텃밭인 광주·전남지역에서 하이트진로와 롯데주류에게 시장 점유율을 뺏겼다.
보해는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지역에서 70%를 넘는 소주 시장 점유율을 기록했지만, 최근엔 50%대까지 낮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지역 소주 업체들이 서울과 수도권 공략을 하겠다고 나섰지만, 오히려 텃밭을 내줬다"며 "차라리 다시 지역의 점유율을 끌어올리는 게 필요해 보이지만 이도 녹록지 않아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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