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세에 매출 3백억…정철 VT코스메틱 대표 "제2의 스타일난다? 오히려 서운"
쿠션 파운데이션으로 틈새시장 공략해 '대박'
'젊은 감각'이 성공비결, "中 모바일 시대 적극 대응"
- 정혜민 기자
(서울=뉴스1) 정혜민 기자 = "제2의 '스타일난다'라고 하면 오히려 서운하죠. 내년 상반기가 되면 스타일난다와 저희의 매출 규모를 비슷한 규모가 될 것이고, 더 큰 회사로 성장시킬 자신이 있습니다."
지난 9일 서울 가로수길에 위치한 VT코스메틱 본사에서 정철 VT코스메틱 대표이사를 만났다. 정 대표는 34살의 젊은 나이에 이미 크게 성공한 창업가다. 젊은 나이에 성공한 비결을 물었더니 의외로 소박한 답이 돌아왔다.
"처음부터 이렇게 할 생각은 없었고 계획한 대로 된 것도 아닙니다. 물론 큰 회사로 키우는 것을 꿈꾸기는 했는데, 항상 할 수 있는 일을 해왔고 하루하루 치열하게 하다 보니 (회사가) 성장을 했더라고요."
◇평범한 청년이 제2의 김소희(스타일난다 前대표)가 되기까지
매출액 310억원, 영업이익 18억원. 지난해 VT코스메틱의 실적이다. 미국, 중국, 일본 등 7개국에 진출했으며 싱가포르, 베트남, 태국 진출을 눈앞에 두고 있다. VT코스메틱은 광고모델인 '방탄소년단'과 '중국 시장'에서 원동력을 얻고 있다.
정 대표는 23살이던 2007년 여성 의류 쇼핑몰을 창업하면서 사업을 시작했다. '스타일난다'를 비롯해 온라인 의류 쇼핑몰이 급속도로 늘어나던 시기였다. 그는 "스타일난다 비슷한 급의 쇼핑몰이 (고향인) 광주에 많았다. 다른 사람들이 하는 것을 보고 '할 수 있지 않을까'하고 창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후 정 대표는 2010년 화장품 제조업체와 협력해 VT코스메틱의 전신인 화장품 브랜드 VANT 36.5를 창업했다. 정 대표는 전문대에서 화장품과 무관한 전공(미생물학)을 공부했지만 참신한 아이디어를 살려 화장품 기업을 일궜다. 얼마 전 세계적인 화장품 기업 로레알에 '스타일난다'를 6000억원 가까이에 매각한 김소희 전 스타일난다 대표와 행보가 겹쳐 보인다.
VT코스메틱(당시 VANT 36.5)은 2014년 출시한 쿠션 파운데이션 제품(일명 반트 팩트)이 대박을 터뜨린 시점부터 큰 폭으로 성장했다. 정 대표는 "솔직히 말하면 (아모레퍼시픽의) 아이오페가 잘되니까 따라서 한 것이 맞지만 타사보다 빨리 출시한 편"이라며 "니치시장(틈새시장)을 공략한 것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쿠션 파운데이션 생산량이 주문을 못 따라갈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고 과거를 떠올렸다. 그는 "2015~2016년에는 아모레퍼시픽 다음으로 쿠션 파운데이션 판매량이 가장 많았다"며 "중국 사람들이 선택하는 것이 결국 인기를 얻는 시기였다"고 전했다.
탄탄대로만 걸었을 것 같은 그의 사업에도 부침은 있었다. 정 대표는 사업에서 가장 힘들었던 경험으로 상표권 소송에서 패소했을 때를 꼽았다. VT코스메틱은 모 화장품 제조사와 협력해 'VANT 36.5'를 론칭했는데 상표권 문제를 정리하지 않고 사업을 진행한 것이 화근이었다.
지난해 법원은 해당 화장품 제조사의 손을 들어주면서 VT코스메틱(당시 기업명은 곤센)은 VANT 36.5라는 이름을 더 이상 사용하지 못하게 됐다. 이는 2017년 새 화장품 브랜드 VT코스메틱이 탄생한 계기이기도 하다. 정 대표는 "그간 쌓아온 브랜드를 뺏기니까 정체성을 잃어버린 듯한 허탈감이 컸다"고 회상했다.
◇성공비결은 트렌드 읽는 '젊은 감각'…"품질은 기본, 마케팅도 갖춰야"
정 대표의 성공 비결은 '젊은 감각'에 있었다. 경쟁이 치열한 화장품 시장에서 마케팅의 흐름이 TV 광고나 방문판매에서 모바일 SNS, 즉 '바이럴'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을 남들보다 빨리 캐치했다. 또 젊은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도 즉각적으로 선보였다.
정 대표는 "한국 화장품 시장은 제조사들이 워낙 발달해 품질은 '기본'"이라며 "결국 마케팅과 인식의 싸움"이라고 말했다. 그는 "TV CF처럼 퀄리티가 높은 광고 영상도 필요하지만 소비자들이 궁금해하는 사용법 같은 것을 즉각적으로 제공해 줄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VT코스메틱은 자체 콘텐츠팀을 두고 온라인에 유통할 콘텐츠를 생산한다. 정 대표는 "회사를 창업할 때부터 네이버, 페이스북, 이후 인스타그램과 유튜브까지 각 채널에 맞는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며 "제품을 생산할 때부터 품질, 디자인, 가격 등 기본에 충실하면서 '콘텐츠'가 될 포인트에 신경을 쓴다"고 말했다.
그는 바이럴 마케팅에 대해 "적은 광고비로 자발적으로 제품을 알릴 수 있다"며 "에센스 파운데이션 제품의 경우 소비자들이 '숟가락으로 파보고 싶다'는 댓글이 있었는데 실제로 동영상을 만들어 올리니 조회 수가 200만 뷰를 기록할 만큼 반응이 좋았다"고 예시를 들었다.
중국 시장에 대해서도 중국인 유학생이 창업한 업체(습니다창고)와 제휴를 맺고 발빠르게 대응해왔다. 그는 "중국 소비자의 시선에서 보고 깊게 소통해야겠다고 판단했다"며 "중국에서 좋아하는 콘텐츠가 있더라도 우리가 만드는 것과 처음부터 현지인이 만드는 것이 다른데, 최대한 현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은 우리보다 더 빨리 모바일화(化)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광고 모델인 방탄소년단이 올해 빌보드 1위에 오르며 화제가 된 것에 대해서는 "운이 좋았다"며 "그때(지난해 10월)도 몸값은 이미 비쌌지만 글로벌 빅 보이 그룹이 되기 직전"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방탄소년단 덕분에 10대 고객 유입이 늘었고 해외에서도 팬덤을 고객으로 확보하는 등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고 밝혔다.
이어 "특히 방탄소년단의 인기가 높은 일본에서는 VT코스메틱 매장이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며 "(방탄소년단의 성공 이후) 해외에서 계약 체결이나 유통 문의 등의 반응이 엄청난 상황"이라고 전했다.
◇'제2의 도약' 꿈꾸는 VT…2020년까지 매출 2000억원 목표
짧은 시간 안에 다시 인지도를 쌓아 올린 VT코스메틱은 '제2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VT코스메틱은 브랜드를 다시 구축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면서 성장이 잠시 주춤했지만 올해는 매출 1000억원, 2020년까지는 2000억원을 달성하며 성장을 가속화하는 것이 목표다.
VT코스메틱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해외시장에 집중할 방침이다. 정 대표는 "날마다 변하는 시장 상황에 민감하게 반응해 대응해야 한다"며 "'현지화' 전략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에서는 지난달 알리바바그룹의 오픈마켓인 타오바오에, 미국에서는 지난 11월 유통공룡 아마존에 입점했다. 일본에서도 사업을 진행 중이며 태국, 베트남, 대만 등지에서도 연내 합작법인(JV) 설립을 목표로 해외 사업을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정 대표는 "각 나라에 맞춰 제품을 다 다르게 구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는 쿠션 파운데이션과 BTS(방탄소년단) 제품 위주로, 일본에서는 립라커와 콜라겐 팩트 위주로 판매하되 일본 시장 전용 컨실러도 준비 중이다.
중국 시장에서는 시카 마스크팩이 인기가 좋았다는 점을 반영해 아예 지난 6월 '시카 라인'을 구성해 출시했다. VT코스메틱의 전략은 적중했는데 론칭 2달 만에 시카 선 스프레이 120만개, 시카 마스크팩 100만개(1000만 장), 시카 레드니스 커버 쿠션 50만개를 중국에 납품하는 등 성공을 거뒀다.
정 대표는 "장기적으로는 온라인 중심의 브랜드 이미지에서 벗어나 10대부터 60대까지 두루 사랑받는 대중적인 브랜드로 인지도를 쌓아갈 방침"이라며 9월부터는 TV CF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9월부터는 '화장품계의 유니클로'를 콘셉트로 '국민적인 제품을 한 가지씩 내놓자'는 '국민 프로젝트'도 시작할 계획이다. 첫 번째 상품은 '국민쿠션(파운데이션)'으로 기본적인 품질과 디자인은 갖추면서 가격은 1만원으로 저렴한 제품을 구상하고 있다. 마트, 편의점 등 대중에게 친숙한 채널을 통해 유통할 계획이다.
정 대표는 VT코스메틱의 사업 영역을 화장품 이외로 넓힐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 화장품 중에 중국에서 성장할 수 있는 브랜드가 많지 않은데 (그런 브랜드에) 속해있다는 자부심을 갖고 일단 화장품에 집중하며 기회를 활용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화장품 스타트업 창업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정 대표는 "지금 화장품 스타트업을 창업한다면 명확한 고객군을 정하고 전략을 세워야 생존 확률이 높고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제가 창업을 할 때까지만 하더라도 많은 신규 브랜드가 대중에게 알려질 기회가 있었지만 작년에는 뜬 신규 브랜드가 없었다"며 "화장품은 전쟁, 시장은 레드오션이다. 지금 시점은 (화장품 기업) 창업에 깊은 고민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hemingwa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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