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p! 간접흡연③]'한류관광객'도 "흡연공간 대체 어딨어요?"

사정 모르는 관광객, '과태료' 부과에 울상
흡연구역 안내 전무… 금연구역 표지판만

이탈리아 관광객 아만다 루치((여·23·노란색 티셔츠)가 명동 한 쇼핑센터 앞 금연지역에서 동행 친구와 담배를 피우고 있다.2018.04.24ⓒ News1이승환 기자

(서울=뉴스1) 이승환 기자 = "대체 담배를 어디서 피우죠?"

이탈리아 관광객 아만다 루치(여·23)의 말이다. 그는 지난 24일 오후 4시께 명동 한 쇼핑센터 앞 벤치에서 동행 친구와 담배를 피우며 '우상의 나라' 거리 풍경을 바라봤다.

지난 10여년간 한류 드라마·케이팝(K-pop)를 즐기며 한국 방문을 꿈꿨단다. 특히 한국인 배우 김우빈씨가 자신의 '우상'이라면서 수줍게 웃는다.

그런데 그가 담배를 피우는 벤치 뒤에 붉은색으로 '흡연 금지'이라고 적힌 안내판이 눈에 띄었다. 이 글귀와 같은 의미인 '노 스모킹(No Smoking)'이라는 문구도 적혔다.

기자가 '금연 구역'이라고 일러주자 아만다는 휘둥그레진 눈으로 항변한다. "몰랐어요. 다 여기서 피우던데요…(중략)…이탈리아에선 길거리 흡연을 당연시해서요. 커피숍에서도 펴도 되고요."

이 센터 정문을 등지고 좌측으로 10분 정도 걸으면 '합법 흡연공간'이 있다. 이른바 '명동거리(법률 지정 행정구역 기준)' 내 유일한 흡연부스다.

이곳을 향하는 길에 유명 프랜차이즈 치킨 업체 배달원이 스쳐갔다. 그는 입에 담배를 문채 오토바이 핸들을 돌렸다. 거리 한복판을 걸으며 담배를 피우는 20대 유커(중국인 관광객) 남성도 보였다. 담배 연기를 감지한 일부 시민은 손으로 코를 가렸다.

버스 정류장 같은 모습의 흡연부스 안에서 10여명은 거리낌 없이 담배를 피웠다. 20대 연인, 정정 차림의 30대‧40대 직장인, 중년의 환경미화원 등 다양한 얼굴이었다. 다양한 연령대의 이들은 그러나 "흡연 공간이 너무 부족하다"는 한목소리를 냈다.

적잖은 흡연자들은 흡연 공간 찾기를 아예 포기한다. 같은 날 오후 2시께 고속버스터미널 역 앞. "어떻게 한 번만 안 되겠습니까?" 궐련형 전자담배를 피우던 김모(52)씨가 간곡히 사정했다. 그러나 구청 단속 직원은 고개를 흔들고 과태료 부과를 '통보'한다. "과태료는 4만원입니다."

김모(52)씨가 고속터미널역 인근 금연지역에서 흡연을 하다가 구청 단속직원에 적발됐다. 2018.04.24 ⓒ News1 이승환 기자

과태료 딱지를 받아든 김씨는 대전에서 서울행 버스를 타고 10여분 전 도착했다. 대전 소재의 한 중소기업 직원인 김씨는 거래처 관계자를 만나러 서울에 왔다. 금연지역에서 '딱' 한 대만 피우고 약속 장소로 이동하려다가 단속에 적발된 것이다.

"제가 잘못했죠. 변명하고 싶지 않아요. 다만 저 같은 지방 출신을 위해 흡연공간 위치를 알려주는 '안내판'이라도 서울 곳곳에 설치했으면 좋겠습니다."

흡연자들은 보통 흡연을 '생리현상'에 비유한다. 긴장할수록 더 생각나고, 참는 것 자체가 힘든 욕구라는 것이다. 고속버스터미널 인근 백화점 직원 정모(여‧25)씨는 짬이 나도 이 '생리현상 해소'까지 최소 10분을 참아야 한다. 그가 일하는 백화점 11층에서 인근 흡연공간까지가 딱 10분 거리다.

그는 "백화점에 실내 흡연장소는 당연히 없다"며 "이런 장소가 생길 것이라고 기대조차 안 한다"고 말했다. 또 불만인 것은 주변의 '시선'이다. 여성의 흡연에 곱지 않은 시선이 아직 있다는 것이다.

"남성도 소변을 보듯 여성도 소변을 봅니다. 여성 흡연이 뭐가 문제이지요? 가끔 혀를 차는 분들 있는데, 제가 무슨 죄를 지었다고 그러는지 모르겠네요."

전문가들은 간접흡연의 피해를 막으려면 역설적으로 금연구역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흡연구역을 확실하게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래야만 금연구역 이외의 지역에서는 담배를 피울 수 있다는 생각이 '흡연구역에서만 담배를 필 수 있다'는 것으로 바뀔 수 있다는 설명이다.

강남구 도곡동 '금연지역'임을 알리는 현수막 뒤로 인근 직장인들이 담배를 피우고 있다. 2018.04.24 ⓒ News1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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