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골부터 스키야키까지…'건강한 간편식' 밀키트(Meal Kit) '뜬다'

GS리테일, 밀키트 배송 서비스 출시
동원홈푸드·SK플래닛, 간편식 스타트업 인수

정 모 씨가 이용했다는 동원홈푸드 더반찬의 스키야키 밀키트.ⓒ News1(출처: 더반찬 홈페이지)

(서울=뉴스1) 정혜민 기자 = #며칠 전 집들이를 한 정 모 씨(26·여)는 밀키트(Meal Kit)를 이용해 만든 일본식 전골을 손님들에게 대접했다. 정 모 씨는 "아예 처음부터 요리하자니 번거롭고 배달 음식을 내자니 정성이 부족해 보여 밀키트를 사용했다. 채소류는 사다 두면 금방 시드는데 밀키트를 이용하면 필요한 만큼만 깔끔하게 쓸 수 있어 좋다"며 만족스러워했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간편식 시장이 확대되면서 밀키트 브랜드를 론칭하는 업체들이 늘고 있다. 밀키트는 가정간편식(HMR) 중에서도 식자재를 자르거나 껍질만 벗기는 등 최소한의 손질만 거친 'RTP'(Ready to Prepare)로 분류된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농산물에 속하며 관련 통계가 작성되지 않을 만큼 생소한 제품군이다.

'간편함'이 식품 소비의 트랜드로 떠올랐다. 1인 가구뿐만 아니라 맞벌이 가구가 늘면서 3~4인 가구까지 간편식을 선호하는 추세다. 이미 국·탕·찌개류에 대해서는 3~4인 가구의 레토르트 식품 수요도 상당하다. 나물이나 산적 등 명절 차례상을 간편식으로 차리는 가정도 있을 만큼 간편식이 보편화됐다.

그러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관계자는 "한국 사람들에게는 간편식 및 가공식품에 대한 죄책감이나 부정적인 인식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건강한 간편식을 먹으려는 수요가 생길 것으로 내다보고 업체들은 밀키트 브랜드를 내놓고 있다"이라고 설명했다.

밀키트 사업은 2012년 미국 뉴욕에서 스타트업 업체인 블루에어프런(Blue Apron)이 가장 먼저 선보였다. 대중교통으로 출퇴근하며 귀갓길에 장보기가 여의치 않은 뉴욕의 직장인들을 타깃으로 삼은 것이다. 지난 3분기에는 이용객이 85만6000명에 달할 정도로 성장했다.

밀키트 산업이 주목받으면서 미국 유통공룡 아마존(Amazon)과 월마트(Walmart)도 속속 밀키트 시장에 진출했다. 월마트는 이달 초 밀키트 서비스를 출시하며 30가지 제품을 선보였는데 일부 밀키트는 1주 만에 전량 매진되는 등 큰 인기를 끌었다.

동원홈푸드 더반찬 스키야키 밀키트 구성. ⓒ News1(출처: 더반찬 홈페이지)

국내에서는 동원홈푸드가 지난해 7월 가정간편식 전문 온라인몰인 '더반찬'을 300억원에 인수했다. 더반찬은 반찬뿐만 아니라 밀키트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SK플래닛도 지난해 밀키트를 포함한 각종 식료품을 판매하는 스타트업 '헬로네이처'를 인수해 자회사로 만들었다.

한국야쿠르트는 지난 9월부터 가정간편식 브랜드 '잇츠온'에 밀키트 카테고리를 추가했다. 가장 최근에는 GS리테일이 밀키트 배송서비스 '심플리 쿡'을 출시했다. GS리테일은 "맞벌이 부부가 믿을 수 있는 재료로 직접 요리한 음식을 집에서 아이들과 즐기고 싶은 욕구에 주목했다"고 설명했다.

성장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 우선 밀키트의 주 타겟층 중 하나인 1인 가구 비중은 지난해 34.97%로 전년(34.50%)보다 0.47%포인트 증가했다. 간편함이 식품 소비의 트렌드로 떠오르면서 가정간편식 시장 자체도 확대 중이다. 전체 간편식 소매 매출은 지난 2013년 1조4083억원에서 지난해 2조287억원으로 44% 정도 늘었다.

하지만 새로운 시장인 만큼 리스크도 있다. 밀키트의 선구자인 미국 블루에이프런의 순손실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급기야는 최고경영자(CEO)는 실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상장 반년 만에 사임했고 결국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국내에서는 지난 8월 우아한형제들의 밀키트 서비스 '배민쿡'이 출시 3개월 만에 서비스를 종료하기도 했다. 밀키트 시장이 무조건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 만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밀키트 산업이 탄생한 미국에서의 성장도 현재 정체된 모습이다. 글로벌마켓데이터 및 글로벌데이터 인텔리전스 자료에 따르면 미국 밀키트 시장 규모는 2012년 1억9030만달러(약 2065억원)에서 지난해 1억9910만달러(약 2161억원)으로 소폭 증가하는데 그쳤다. 미국 전체 간편식 시장에서 밀키트가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0.5%를 유지했다. 2021년까지도 비슷한 수준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hemingwa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