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스럽고 힘든 결정"…'자녀' 보다 '직원' 선택한 김준일 락앤락 회장

경영권 매각…김준일 "건강악화 후 미래에 대한 고민"
가업승계없이 '시스템 경영' 선택…"직원 고용 보장"

김준일 락앤락 회장. ⓒ News1

(서울=뉴스1) 양종곤 기자 = "락앤락 39년은 내 인생 전부였습니다. 결단(매각 결정)까지 고통스럽고 힘들었습니다."

25일 락앤락 경영권과 지분 전량을 매각한 김준일 회장은 락앤락 임직원에게 자신의 결정을 이렇게 설명했다.

1978년 락앤락의 전신인 국진유통이라는 작은 회사를 설립할 당시 김준일 회장의 나이는 27세였다.

이 회사는 1998년 '락앤락'이라는 이름을 단 밀폐용기를 처음 출시한 이후 국내외로 거침없이 사세를 확장했다.

락앤락의 2013년 매출액은 5017억원으로 생활용품산업에서 1등 기업이 됐고 김 회장은 1조원대 자산가, 자수성가 기업가란 성공의 수식어를 달게 됐다.

갑작스러운 경영 부침이 없다면 무난한 성장세가 이어질 수 있는 락앤락에서 김 회장이 전격 퇴진을 결심한 첫번째 이유는 건강 악화때문이다.

김 회장은 2014년 2월 중국사업 위기를 맞은 뒤 수습에 전념하다가 2015년 12월 심혈관 이상으로 시술을 받았다. 그는 1년에 240일 이상 해외로 출장을 떠났다.

김 회장은 "건강은 회복했지만 다시 건강이 악화돼 회사가 곤란을 겪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고 회사의 미래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다"고 임직원에게 전했다.

매각이 이뤄진 두번째 배경은 락앤락의 위기로 볼 수 있다.

락앤락은 2014년 9월 김성태 대표이사와 김 회장의 각자 대표체제로 변경했다. 이후 김성태 대표는 강도 높은 중국사업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중국 할인점 영업을 직접(직영점)에서 간접(대리점) 방식으로 전환하면서 판매채널을 줄였다. 원가, 인건비 등 고정비를 절감하기 위해 충남 아산에 위치한 생산공장 가동까지 중단했다.

락앤락의 성공을 이끈 중국이 부메랑으로 돌아온 상황을 맞게 된 김 회장은 경영체제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은 "창업자의 색깔보다 회사를 글로벌 기준에 적합하게 시스템화해야 한다"며 "스타플레이어가 아니라 조직적인 플레이가 필요하다"고 직원에게 전했다.

김 회장 지분을 인수한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는 아시아에서 가장 규모가 큰 사모투자펀드 운용사로 평가받는다. 이 운용사는 김 회장에게 먼저 매각을 제의했고 김 회장과 김 회장의 친인척 김창호씨 지분 63.56%에 대한 가치는 6293억원으로 매겨졌다.

김 회장이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당장 락앤락의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은 어피너티에 임직원 고용유지를 보장받았고 지분 재투자를 통해 당분간 회사 경영에도 참여한다. 락앤락 직원 수는 6월말 기준 438명이다.

락앤락 내부에서는 김 회장의 결정이 갑작스럽게 이뤄진만큼 당혹해하면서도 '역시 오너였다'는 평가도 나온다.

김 회장이 자녀에게 회사를 물려주지 않았다는 점이 이야기되고 있다고 한다. 김 회장은 두 자녀 나이는 각각 20대, 30대로 평사원으로 근무해왔다. 이들도 곧 회사를 떠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김 회장은 지난해 자신의 재산 일부를 출연해 설립한 공익재단 아시아발전재단에 총 500억원을 순차적으로 출연할 계획이다.

한 직원은 "재벌 대기업이 편법을 동원해 자녀에게 가업을 승계하는 경우가 있지 않는가"라며 "김 회장이 지금의 락앤락을 만든 안목과 결정은 확실히 남달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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