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 성혼율' 광고 알고 보니…결혼정보업체의 함정

성혼율, 객관적 집계 어려워…주요업체 제공 안 해
회원 유치 수익 직결…허위·과장 유혹 빠지기 쉬워

결혼정보업체 '성혼율' 관련 유의사항 ⓒ News1 방은영 디자이너

(서울=뉴스1) 나석윤 기자 = "애초 가입할 때부터 '성혼율 90%'라는 말을 의심해 봤어야 했습니다…"

온라인에서 성혼율 광고를 접하고 한 결혼정보업체에 가입했다가 피해를 본 최모씨(35·남)의 한숨 섞인 말이다. 최씨는 성혼율 수치에 혹해 100만원에 가까운 회비를 냈지만 결국 인연을 찾지 못했다. 그는 "가입하면서 낸 회비에 비하면 서비스 질이 불만족스러웠다"며 "업체 쪽에서는 가입시키는 데만 열중했지 그 다음은 세심히 살펴주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일부 결혼정보업체들이 성혼율을 부풀려 소개하는 방식으로 회원 유치를 하고 있다. 연매출 10억~20억원대 소규모 업체들이 규제와 단속이 소홀한 틈을 타 부당한 방법으로 회원을 모으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개인정보보호법까지 위반하면서 회원 모집에 매달리는 움직임도 나타나는 상황이다.

◇대다수가 눈속임용…"성혼율 객관적 집계 불가능"

성혼율은 모집단(전체 회원)의 수시 변화, 회원 결혼 사실 미통보 등으로 객관적인 집계가 어려운 수치다. 따라서 회원 유치 등 고객 홍보를 목적으로 활용해선 안 되는 자료다.

그래서 듀오와 가연결혼정보 등 업계 선두권 업체들은 성혼율을 내부자료로 활용할 뿐 대외적으로는 공개하지 않는다. 회원 간 결혼 여부 확인에 한계가 따르고 알려지지 않은 사례들이 많다는 점에서다.

듀오 관계자는 "결혼을 하신 분들의 경우도 회사 쪽에 (결혼 사실을) 알릴 의무는 없기 때문에 정확한 집계가 나오기 어려운 구조"라며 "결혼정보업체를 통해 결혼했다는 사실을 알리기 꺼리시는 분들도 많아 현실적으로 성혼율이 80~90%에 이른다는 말은 허위에 가깝다"고 말했다.

가연결혼정보 관계자도 "고객에 제공할 정도의 정확한 자료가 아닌 만큼 이 수치로 광고를 했다면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제재 조치를 받는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성혼율 눈속임은 어떻게 가능한 걸까. 대개는 매출 규모가 작은 업체들이 고객 모집을 위해 하는 허위·과장 광고에 유사 표현이 등장한다. '성혼 100% 보장' '100% 결혼 성공' 등의 문구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100%는 물론 성혼율이 80~90%까지 나올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 회원 수가 수십 명에 불과한 업체와 수만 명에 이르는 업체 사이 모집단 관리에 차이가 있을 뿐만 아니라 집계를 하더라도 누락되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중소 업체들은 주로 모집단 수를 밝히지 않고 성혼율만 제시하거나 일부 사례를 확대 적용해 수치를 부풀리는 방식을 쓴다. 실제 듀오는 보유 회원 3만3000명 가운데 결혼을 하는 회원은 연간 2500~3000명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단순 계산하면 성혼율은 채 10%를 넘지 못하는 셈이다.

듀오 관계자는 "계산을 한다고 해도 전수조사를 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정확한 수치는 떨어졌으면 떨어졌지 높아질 수는 없다"며 "결혼 사실을 알려주면 일정 금액 상당의 선물을 주기도 하는데 이 돈을 받으려고 감추고 싶은 사실을 말하려는 회원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개인정보 침해도 여전…졸업앨범 뒤지기도

성혼율에서 허위·과장이 성행하는 이유는 결혼정보업체 대부분이 회원들의 회비로 수익을 내기 때문이다. 결혼정보업체 가입 시 회비는 만남 주선 횟수와 제시 조건 등에 따라 100만원에서 1000만원까지 다양하다.

더구나 최근에는 결혼정보시장에서 업체수(2015년 기준 2000여곳 추정)가 크게 증가했고 그에 따라 중소 업체들의 경우 마땅한 홍보 수단을 찾기가 어려워 꼼수의 유혹에 빠지기도 한다.

특히 회원 유치와 회사 운영이 직결되는 만큼 소비자를 현혹하는 자극적인 문구와 수치를 주로 내보이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 공정거래위원회 등 관계 당국이 소규모 업체들까지 단속하기에 한계가 있다는 점에서 이를 악용하는 사례도 적잖은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일부에서는 특정 학교 졸업앨범에서 연락처를 확보해 무작위로 전화를 걸거나 문자를 발송하는 사례도 있다"며 "이런 영업방식은 꽤 오래 전에 썼던 방식인데 불법임에도 여전히 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회원 유치가 곧 수익 창출을 의미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seokyun19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