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대 가격의 비밀 ②]"생리대, 할인없이 제 가격으로 사는 사람만 억울하죠"

[르포]백화점·대형마트 소비자 만나보니…"유통채널별 최대 4배 가격차 황당"
구매기준 '가격' 아닌 '품질' 목소리도 나와

(서울=뉴스1) 김진 기자 = 최근 생리대 가격을 두고 적정 논란이 벌어졌다. 생리대는 여성의 생필품인 탓에 제품 가격을 올린 업체는 비판대에 올랐다. 하지만 생리대 시장은 사실상 유통이 집어삼켰다. 유통채널별로 제품 가격차이가 크게 벌어지면서 '제품이 비싸다'는 절대적인 기준도 망가진 모습이다. 뉴스1은 '생리대 가격의 비밀' 기획을 통해 이 시장의 제품 가격, 유통 구조, 논란이 남긴 과제 등을 짚어보고자 한다.<편집자 주>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황당하네요. 같은 생리대인데 가격이 다르다고요? 제 가격 주고 사는 사람들은 억울하잖아요."(직장인 장모씨·여·29)

"안 그래도 고르면서 너무 비싸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근데 매번 어떻게 비교를 하면서 사나요. 어느 수준에서 통일돼야 하는 거 아닌가요."(대학생 이모씨·여·22)

유통가들의 여름 맞이 세일이 한창인 3일 오후 서울 시내 대형마트와 편의점. 여성용품 코너에서 만난 여성 소비자들 대부분은 생리대 제품 가격 논란을 알고 있었다.

이들은 '생리대는 꼭 써야하는 제품인만큼 저렴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정작 이들이 놀란 사실은 유통 채널에 따라 생리대 가격 차이가 너무 크다는 점이었다. 저렴한 가격보다 품질이 우선이라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기자는 이날 세일을 진행하는 서울 주요 시내 편의점과 백화점, 대형마트, 드러그스토어들을 찾았다. 유통 채널에 따라 생리대 가격 차이는 약 4배였다.

유한킴벌리의 '좋은느낌 울트라 날개 중형'은 온라인 최저가가 1개당 120원으로 가장 저렴했다. 드러그스토어는 167원, 대형마트는 평균 251원, 백화점은 298원으로 나타났다. 편의점은 439원으로 온라인 최저가에 비해 3.6배가량 비쌌다.

LG생활건강 제품도 마찬가지다. '바디피트 슈퍼 롱 와이드 오버나이트'는 드러그스토어가 개당 평균 310원으로 온라인 최저가인 개당 350원보다 쌌다. 이어 백화점, 대형마트 순으로 가격이 높아졌고, 편의점에서는 2배 높은 개당 평균 660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3일 서울 종로구의 한 드러그스토어에서 판매되는 생리대 제품들. 대부분의 제품들이 1+1, 2+1 행사 상품으로 판매되고 있다. 2016.6.3/뉴스1 ⓒ News1

기자는 이같은 사실을 이날 여성용품 코너에서 만난 소비자들에게 알렸다. 이 사실을 접한 소비자들은 모두 "이렇게 큰 차이가 날 줄은 몰랐다"며 놀랐다.

주로 드러그스토어에서 생리대를 구입한다는 대학생 한모씨(24·여)는 "제품을 안 살 수 없는데 이렇게 가격 차이가 나는 건 말도 안 된다"며 "급하면 편의점에서 제품을 사왔는데 앞으로는 (편의점에서 제품 구입을) 다시 생각해야겠다"고 말했다.

이날 깜빡하고 탐폰(체내삽입용 생리대)을 챙기지 않아 급하게 백화점을 찾았다는 직장인 백모씨(29·여)는 "이렇게 제품 가격이 큰 차이가 나는 줄 몰랐다"며 "어느 정도 제품 가격이 통일돼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소비자들은 세일을 하지 않는 이상 생리대 판매가격이 "너무 비싸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들 대부분은 현재 제품 판매가의 절반 수준인 2500~3000원(중형 16개입 기준)이 적정한 가격이라는 반응이다.

백씨는 "하루에 4~5번 탐폰을 새 것으로 교체한다고 생각하면 일주일 동안 4만원정도를 쓰는 셈"이라고 말했다. 종로구의 한 드러그스토어에서 만난 직장인 장모씨(29·여)는 "재활용 할 수도 없는데, 가정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은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저렴한 가격이 구매 우선순위인가를 묻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답한 소비자도 적지 않았다. 품질이 우선이라는 얘기다.

이는 생리대 생산업체의 고민이기도 하다. 품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양질의 원료를 쓰고 연구를 통한 제품개발이 필요하다. 이는 제품가격을 올리는 요인이 된다.

김모씨(30·여)는 "나한테 맞는 제품을 산다"며 "몸에 맞지 않는 상품이라면 세일에 나서도 대량으로 구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윤모씨(28·여)도 "가격보다 감촉이나 첨가물 등을 살펴본다"고 같은 목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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