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VC창호, 화재위험성 커?" 11년째 결론 안나는 안전성 논란
'PVC창호 제한 취지' 개정안 폐기…업계 간 견해차 여전
논란 다시 불거질 수 있어…정부-업계 공동시험평가 무산
- 양종곤 기자, 나석윤 기자
(서울=뉴스1) 양종곤 나석윤 기자 = 아파트, 고층 빌딩과 같이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폴리염화비닐(PVC) 창호에 대한 안전성 논란이 11년째 가라앉지 않고 있다.
최근 옥시의 가습기 살균제 사태로 인해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정부의 역할론이 강조되고 있다. 정부가 이 논란을 어떻게 해소할지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23일 박수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3월 발의한 건축법 일부개정법률안은 19대 국회 종료로 폐기됐다.
현행 건축법은 건축물의 외벽(높이 120m 이상 고충건축물 등)에 사용하는 마감재료는 방화에 지장이 없는 재료를 쓰도록 규정하고 있다. 불연재를 쓰라는 얘기다. 개정안은 외벽뿐만 아니라 외벽에 설치하는 창호도 불연재료를 쓸 것을 제안했다.
박수현 의원은 개정안에서 "현행 법령은 창호의 마감재료에 대해 성능기준이 마련되지 않았다"며 "고층건축물 등에서 화재발생 시 가연성 재료가 사연된 외벽 창호에서 화염이 확산돼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개정안 발의 이유를 설명했다.
이 개정안이 통과되면 불연재가 아닌 PVC 창호의 사용이 제한된다. 때문에 PVC 창호를 생산하는 LG하우시스, KCC, 한화L&C, 이건창호 등은 개정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PVC 창호의 창호시장 점유율은 60%대다.
PVC 창호의 안전성 논란은 건축자재업계에서 오래된 논란 중 하나다. PVC 창호의 위험성은 알루미늄창호 업계에서 줄곧 주장해왔다.
2005년에는 알루미늄 창호업계가 PVC 창호의 위험성을 알리는 광고를 선보였다. 이를 문제 삼은 PVC 창호업계는 법적 다툼을 예고할 만큼 강경하게 대응했다. PVC 창호와 알루미늄 창호는 사실상 대체제로 창호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때문에 두 업계의 '밥그릇 싸움'이 논란을 이어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PVC 창호 사용이 제한되면 불연재인 알루미늄 창호의 수요가 늘어난다는 것.
지난해 이같은 논란이 법안 발의형태로 다시 불거진 이유는 PVC 창호업계와 알루미늄 창호업계의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PVC 창호업계의 한 관계자는 "PVC 창호의 장점은 높은 보온단열과 에너지 절감효과"라며 "전 세계적으로 화재 가능성 때문에 PVC 창호 사용을 금지한 사례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PVC 창호는 우레탄처럼 불이 활활 타오르지 않고 조금 타다가 꺼진다"며 "그동안 일어난 화재사고 피해와 창호의 인과관계가 밝혀지지 않았고 오히려 화재 위험은 창호 보다 보온단열재가 더 높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알루미늄 창호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본의 경우 창호에 대한 직접 규제는 없지만 간접 규제를 통해 안전성을 검증한다"며 "PVC 창호업계는 (제품 모두) 가스 유해성 실험을 통과했다는 입장이지만 (실험을 통해) 화재 확산의 가능성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이 업계의 다른 관계자도 "PVC 창호의 안전성 논란은 업계 간 이해다툼이 아니다"라며 "선진국과 마찬가지로 국내도 창호에 대한 안전 기준 법규가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일단 PVC 창호업계의 '손'을 들어줬다. PVC 창호가 널리 쓰이고 있다는 점, 화재 위험성에 대한 인과관계가 불명확하다는 점 등이 주요 이유로 알려졌다.
하지만 PVC 창호의 안전성 논란이 해소된 것으로 보기 어렵다.
정부와 PVC 창호·알루미늄 창호업계 등 논란의 이해당사자 측은 올해 1월 공동으로 PVC 창호에 대한 안전성 시험을 할 계획을 세웠다가 접었다. 두 업계가 서로 다른 평가 기준대로 시험을 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무산됐다. 서로 만족할 수 있는 결론 도출에 실패했다는 얘기다.
정부 측 관계자는 "공동평가는 무산됐지만 PVC 창호업계로부터 시험기관에서 발급한 제품평가서를 받았다"며 "알루미늄 창호업계에서도 시험평가서를 제출했는지 여부는 확인해주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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