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케아 성공비결, 가격인데"…몸집부터 늘리는 국내 가구업체

한샘·현대리바트, 유통망 확보 속도…"규모의 경제 효과"
이케아, 가격경쟁력 입증…日 가구업계, 고가정책 실패

한샘의 대구범어점 내부 / 사진제공 = 한샘 ⓒ News1

(서울=뉴스1) 양종곤 기자 = 국내 브랜드 가구회사가 이케아의 국내 진출을 계기로 몸집을 불리고 있다.

이같은 행보는 증권가에서 성장을 위한 투자라며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가구업계에서는 이케아를 대응하기에 한계를 지닌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케아의 성공비결인 가격경쟁력 확보에 대한 고민이 먼저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9일 가구업계에 따르면 현대리바트는 지난해 12월 이케아가 국내로 진출한 이후로 공격적으로 유통망을 확보하고 있다.

현대리바트는 최근 1년 만에 가정용 가구 대리점을 78곳에서 83곳으로, 직매장을 6곳에서 8곳으로 늘렸다. 5월과 6월 각각 서울 잠실과 창동에 직매장을 냈다. 추가적으로 4개 직매장을 이르면 올해 열 계획이다.

비용이 만만찮다. 현대리바트의 올해 신규 전시장 개설비용은 71억원이다. 현대리바트는 신규 유통망을 확보하기 위해 2016년에는 29억원, 2017년 27억원을 지출한다. 지난해 번 순이익(269억원)의 절반을 유통망 확보에 쏟겠다는 것이다.

한샘의 유통망 확장 속도도 빨라졌다. 한샘의 첫 직매장(플래그샵)은 1998년 개장한 방배점이다. 논현점, 분당점, 부산 센텀점에 이어 지난해 목동점, 올해 대구점을 오픈했다. 대구점은 연면적이 약 9200m²로 축구장 1.5배 정도 크기다. 한샘은 7개인 직매장을 20개까지 늘릴 계획이다. 까사미아도 올해 기존 점포 40%의 새단장을 마칠 예정이다. 까사미아는 6월 경기 운정점을, 9월 동탄점을 개설했다.

가구회사의 이같은 움직임은 이케아가 이끌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케아가 한국에 진출하면서 팽창한 인테리어 시장을 끌어안겠다는 의도를 품고 있다는 해석이다. 2020년까지 국내 5개 매장을 내는 이케아에 대응하기 위해 점포의 규모와 수를 늘리는 전략은 이들에게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한샘은 연 매출액이 1조3000억원에 달하고 현대리바트는 현대백화점을 모기업으로 두고 있어 자금 확보에 대한 큰 어려움도 없다.

이경자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가구와 부엌시장은 핵심은 B2C(개인과 기업 간 거래)시장을 성장시키는 것"이라며 "규모의 경제 효과가 필요하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가구회사의 대형 점포화나 점포 수 늘리기가 근본적인 이케아 대응책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이케아와 국내 가구회사와 여러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이케아는 조립식 가구를 판매하면서 제품 가격을 낮추고 디자인을 중시한다. 국내 가구회사는 완제품을 판매하고 가구수입브랜드를 유통하면서 고가제품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현재 현대리바트는 제품당 최고 900만원에 달하는 고가제품 브랜드를 준비 중이다.

가격과 디자인은 국내 소비자의 주요한 가구구매 기준이다. 이케아가 3월 광명점 방문객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보면 45%는 합리적인 가격을 장점으로 꼽았다. 이어 디자인(39%)이 2위를 차지했다.

이같은 결과는 다른 조사에서도 확인된다. 한국소비자연맹이 2년 간 가구를 직간접으로 구매한 경험이 있는 소비자 21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가구 구입 시 고려사항으로 가격을 꼽은 비율이 30.8%로 가장 높았고 디자인은 28.8%로 2위였다.

하지만 브랜드 가구회사는 가격경쟁력에 둔감한 분위기가 읽힌다. 소비자연맹 조사 결과 이케아의 한국 진출 후 한샘, 현대리바트, 까사미아의 51개 제품 중 50개는 가격 변동이 없었다. 여기에 매장 확보와 대형화는 회사 입장에서 고정비용 지출을 늘리기 때문에 제품 가격을 현재보다 올리는 잠재요인이다.

가격경쟁력과 디자인을 중시하지 않아 실패한 기업 사례는 일본에서 찾아볼 수 있다. 현재 일본의 가구 1위 업체는 '일본의 이케아'라고 불리는 니토리다. 2000년 이후 일본의 가구 1위인 오오츠카 가구를 제쳤고 2006년 진출한 이케아의 추격을 허용하지 않았다.

이 연구원은 "니토리와 오오츠카의 차이는 제품 가격에 있었다"며 "니토리는 중저가 가구에 중시했고 오오츠카는 고급 주거시설을 겨냥해 중고가 라인업 구축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가구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소비자는 기본적으로 가구가 비싸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며 "이케아의 성공은 브랜드 가구회사의 가격에 대한 반감을 더 키우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양한 가격대의 제품 라인업 구축이나 할인행사는 일시적인 효과에 그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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