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값 인상에 웃는 편의점…변치않는 '편의점=담배가게' 공식
[매출 수조원대 구멍가게, 편의점①]담뱃값 인상으로 편의점 매출 급증
담배 매출 비중 40% 넘어
- 백진엽 기자
(서울=뉴스1) 백진엽 기자 = 편의점은 오프라인 유통에서 높은 성장세를 기록하는 거의 유일한 사업부문이다. 최근 몇 년동안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편의점 운영업체들의 매출은 수조원대에 달하고 있다. 하지만 지나치게 높은 담배 판매 의존도, 사회적 책임 소홀 등으로 인해 '덩치 큰 구멍가게'라는 지적도 받고 있다. 이에 뉴스1은 [매출 수조원대 구멍가게, 편의점] 기획을 통해 편의점 산업의 문제점과 개선해야 할 과제 등을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목차]
1.담뱃값 인상에 웃는 편의점..변치않는 '편의점=담배 가게' 공식
2.편의점 업계, 마케팅은 '펑펑' 사회공헌·기부는 '나몰라라'
3.'치킨게임'에 털리는 편의점주…수십억 보수에 배당 챙기는 오너
4."현장 동떨어진 행사에 소통도 안돼"…편의점주들 한숨만
5.'확장 위주' 편의점 정책, 점주들 자살로 내몰아
'편의점=담배 가게.'
국내 편의점 역사가 30년을 향하고 있고, 편의점 본사의 매출이 수조원대에 이르고 있지만 변하지 않는 공식이다.
담배는 편의점에 있어서 없어서는 안되는 상품이다. 매년 매출의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담배다. 최근 몇년동안 매출 비중이 조금씩 주는 듯 싶었지만, 올해 담뱃값 인상으로 인해 다시 비중이 급증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오프라인 유통채널 중 올해 성장이 두드러지는 곳은 편의점뿐이다. 상반기 메르스 사태에도 불구하고 편의점은 성장을 이어갔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유통업계 매출동향을 보면 상반기 편의점 매출은 전년대비 21.1% 늘었다. 같은 기간 대형마트와 백화점 매출은 두자리수 감소율을 보인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편의점 성장 뒤엔 담뱃값 인상, 담배 매출 비중 40% 넘어
이처럼 편의점이 성장한 배경에는 두배 가까이 상승한 담배 가격 덕분이다. 정부가 국민 건강을 위해 담뱃값을 인상했지만 취지와는 달리 담배를 파는 편의점만 웃게 된 셈이다.
편의점의 '담배 등 기타' 부문 판매는 1월 4.2%, 2월 10.2% 등 연초에는 소폭 증가했다. 하지만 3월부터 담배 판매의 회복세가 이어지며 '담배 등 기타' 부문 매출 증가는 △3월 23.1% △4월 28.4% △5월 31.5% △6월 29.0%로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상품군별 매출 비중을 살펴보면 '담배 등 기타'는 6월 편의점 전체 매출의 45.3%를 차지, 지난해 6월 35.8%에 비해 약 10%포인트 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담배 등 기타'에서 담배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92% 수준으로 나머지는 의약외품 등이다. 의약외품은 판매량 변동이 거의 없기 때문에 담배 등 기타 부문 증가율은 거의 담배 증가율로 사용된다.
편의점 A사에 따르면 전체 매출 중 담배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39.1%에서 올해(1~10월)는 41.1%로 늘었다. 다른 편의점들은 담배 가격 인상 이후 담배 매출 비중이 늘었다는 점을 공개하기 부담스러워 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A사와 큰 차이 없이 올해 담배 매출 비중이 늘면서 40%대로 올라선 것으로 추정된다. 즉 '담배 가게'라는 이미지를 털어내고 싶어하는 편의점의 바람과는 달리 담뱃값 인상으로 인해 '편의점=담배 가게'라는 공식이 더 굳건해진 것이다.
◇일본 편의점, 식품 매출만 62%…"한국 편의점, 상품개발과 가격 합리화 필요"
이는 편의점의 천국이라고 불리는 일본과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코트라에 따르면 2013년 일본 편의점의 상품 중 매출 비중이 가장 높은 것은 빵, 우유, 도시락 등 간편식품으로 35%에 달한다. 여기에 가공식품 27%까지 포함하면 식품 매출만 62%를 차지한다.
일본 편의점에서도 담배는 25%를 차지하며 효자 상품이지만 식품 비중에 크게 못 미친다. 게다가 일본 편의점의 경우 담배 매출 비중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한국 역시 고령화, 1인가구 증가 등 편의점 시장에 대한 잠재력은 일본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지금처럼 담배 판매 위주로 흘러갈 경우 편의점들 스스로 성장 가능성을 줄이게 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코트라는 "일본 편의점의 경우 식품 제조업체들과 함께 적극적으로 상품 개발에 나서면서 매출 증가는 물론, 여성 고객 비중도 늘리고 있다"며 한국 편의점이 배워야 할 점으로 제시했다.
아울러 유통업계에서는 편의점들이 담배 가게로 불리기는 싫어하면서도 담배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노력은 하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사실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다른 상품들은 마트 등보다 비싸지만 담배는 가격이 동일하다"며 "결국 소비자들이 편의점에서 담배 이외에 다른 상품을 살 메리트가 없기 때문에 '편의점=담배 가게'라는 인식이 심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jinebi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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