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질유지기한 지난 맥주 팔아도 처벌 전무…주류 관련법 허술

국산 맥주, 유통기한 대신 품질유지기한만 표기
저도주 특성상 1년 이후 변질 가능성 높아
"수입맥주, 반품 불가능한데도 재고 관리 엉망"

최근 하이네켄 코리아와 밀러사의 수입맥주가 유통기한 조작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국산 및 수입 맥주관리가 허술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 주류코너에서 소비자가 제품을 고르고 있다. ⓒ News1

(서울=뉴스1) 장도민 기자 = 허술한 국내 주류 관련법이 도마에 올랐다.

품질유지기한이 지난 맥주를 판매해도 처벌이 이뤄지지 않는 만큼 사태가 재발할 가능성도 크다. 특히 국산맥주의 경우 변질될 가능성이 큰 저도수로 제조되는데도 유통기한 자체가 없는 실정이다.

또 국산 맥주는 품질유지기한만 표기하면 되는 반면 수입산 맥주는 유통기한과 제조일자를 동시에 표기해야 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혼란스러워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는 국산맥주와 수입맥주에 적용되는 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국산맥주는 주세법(기획재정부)에 따라 품질유지기한이 적용되지만 수입맥주는 식품위생법(식약처)에 의해 관리된다.

유통기한은 판매 가능 기한으로 이 기한이 지나면 소매점에서 판매가 불가능한 것이고 품질유지기한은 식품의 특성에 맞는 적절한 보존방법이나 기준에 따라 보관할 경우, 해당 식품 고유의 품질이 유지될 수 있는 기한을 말한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하노이 맥주가 유통기한을 속인데 이어 하이네켄과 밀러도 유통기한 조작 논란에 휩싸였다.

하이네켄코리아와 사브밀러 코리아는 각각의 제품 캔 밑면에 원래 씌어 있던 '유통기한 : 캔 밑면 표기일까지' 위에 '유통기한 : 제조일로부터 1년'이라 표시된 스티커를 붙였다. 논란이 커지자 하이네켄 코리아는 문제가 된 맥주 총 33만캔을 회수했다.

서울시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이에 대한 공동 조사에 나섰지만 처벌할 수 있는 관련법 체계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상적으로 맥주는 5도 전후의 알콜도수로 만들어진다. 고도주와 달리 부패우려가 큰 저도주임에도 불구하고 제조일자 표기법은 관대한 편이다.

주류업계에서는 2009년 5월부터 식품의약품안전청(현 식약처)의 표시기준 고시에 따라 맥주에 대한 품질유지기한 표시가 의무화됐지만 관리하는데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평가가 많다.

현재 캔 맥주는 12개월, 페트에 든 맥주는 6개월의 품질유지기한이 표시된다.

국산맥주의 경우 유통기한 대신 품질유지기한이 표기되는데 이 기한이 지난 제품을 판매해도 식품위생법에 따라 처벌받지 않는다.

페트 맥주의 경우 재질 특성상 외부로부터 영향을 받기 쉽고 산소나 탄산가스의 투과가 발생하는데도 장기간 판매가 가능한 것이다. 예컨대 지난해에는 한 국내 맥주회사의 일부 제품이 빛 탄산가스 투과에 의한 산화취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일부 제조업체들이 생산된지 1년된 맥주를 자체적으로 수거하기도 하지만 이는 전체 생산량의 5%도 되지 않는다.

한 맥주 제조사 관계자는 "맥주는 도수가 낮은데도 사실상 유통기한이 없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며 "특히 수입맥주의 경우 유통기한과 품질유지기한을 표기하는 데 실질적으로 재고 관리가 이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국산맥주와 마찬가지로 수입맥주도 유통기한 및 품질유지기한 관련법이 허술한 상태다.

또다른 주류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수입맥주는 품질유지기간이 한계에 가까워질 경우 마트 등 소매점에서 대폭 할인된 가격에 판매한다"며 "사실상 반품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안팔리는 제품도 판매될 때까지 진열한다"고 말했다.

jd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