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레버, '판권' 이어 '마케팅'도 유한킴벌리로…韓시장 철수?

이민선 유니레버코리아 새 대표 "발 빠른 마케팅 펼치기 위함"

유니레버 대표 브랜드. (사진출처=유니레버코리아) ⓒ News1

(서울=뉴스1) 김효진 기자 = 글로벌 종합 생활용품 업체인 유니레버의 국내 마케팅을 유한킴벌리가 맡는다. 유한킴벌리는 유니레버의 국내 모든 판매권을 가진데 이어 마케팅도 함께 펼치게 됐다. 유니레버코리아가 생산, 전략 등 기존 업무만 유지하게 되면서 한국시장에서 철수 절차를 밟는 것 아니냐는 설(說)이 돌았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유니레버코리아는 이달 1일부로 유한킴벌리에 마케팅 업무를 넘겼다. 이에 따라 유한킴벌리는 유니레버 본사내 인터내셔널 조직과 직접 소통키로 했다. 유니레버코리아를 거치지 않고 독립적인 마케팅 업무를 진행할 수 있다.

유니레버코리아는 지난 2010년 유한킴벌리와 업무제휴를 맺고 국내 독점 판매권을 맡겼다. 이번에 마케팅 부문까지 넘기면서 제품 생산과 전략 등 업무만 남게 됐다.

유니레버는 도브(Dove), 폰즈(POND'S), 바세린(Vaseline), 럭스(Lux) 등 생활용품과 립톤(Lipton) 등 식품을 생산·판매하고 있는 글로벌 업체다. 1930년 네덜란드의 마가린 유니(Magarine Unie)와 영국의 레버브라더스(Lever Brothers)간 합병으로 탄생했다.

한국 시장은 지난 1985년 애경을 합작 파트너로 삼으면서 공략하기 시작했다. 이후 유니레버는 애경에 결별을 선언했고 1992년 유니레버코리아를 설립하며 독자적인 사업에 나섰다.

그러나 국내 매출은 2002년까지 상승 곡선을 그리다 부침을 겪기 시작했다. 이에 유니레버코리아는 유한킴벌리와 업무제휴를 맺고 국내 판매권을 넘겼다. 앞서 LG생활건강과 업무 제휴에 관해 논의했지만 무산되기도 했다.

업계에선 유니레버코리아가 마케팅 부문까지 유한킴벌리에 넘기자 한국시장에서 사실상 철수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보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기업들은 대행사를 통해 국내에 처음 진출했다가 사업이 잘되면 직접 뛰어들고 안될 경우 발을 빼는 행보를 보이곤 한다"며 "유니레버 역시 국내 시장에서 성과가 좋지 않았기 때문에 판매권과 마케팅을 유한킴벌리에 모두 맡기고 판매수익 등만 가져가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니레버코리아는 지난 2002년 매출액이 1540억원에 달했지만 2003년 1470억원, 2004년 1270억원으로 감소했다. 2009년에는 매출이 1000억원대 밑으로 떨어졌고 2010년 730억원, 2011년 570억원으로 급감했다. 지난 2013년 매출액은 510억원을 기록해 약 10년 전에 비해 3분의 1 토막이 났다.

다만 유니레버코리아 측은 부인하고 있다. 이민선 신임 대표이사 사장은 "기존에는 한국시장에 새로운 제품을 들여오고 마케팅을 펼치기 위해 본사와 소통하는 시간이 1~2주 이상씩 걸렸다"며 "반면 유한킴벌리는 유니레버 인터내셔널과 바로 협의해 보다 발빠르고 독자적인 마케팅을 펼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또 "한국시장에서 철수하는 것은 전혀 아니다"라며 "한국시장의 빠른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이미 유통망 등을 확보하고 있는 업체들과 손 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