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맡긴 택배, 왜 '대전' 거쳐가지?"…배송방식의 딜레마
택배업계, 운송방식 두고 '고심'…현대로지 "전환 쉽지 않아"
- 양종곤 기자
(서울=뉴스1) 양종곤 기자 = # 경기도 김포에 사는 임 모씨는 며칠째 온라인 쇼핑몰에서 주문한 택배물품이 도착하지 않아 위치를 조회했다. 물품이 대전에 있다는 조회결과를 보고 의아스럽게 생각했다. 대전을 거치지 않는더묜 더 빨리 물품을 받을 수 있는 것 아닌가하는 의문이 생겼다.
택배를 이용한 고객이라면 한 번쯤 이 같은 의구심이 들었을 법하다. 택배회사가 직접 자사 홈페이지에 설명문을 게시할 정도다. 이는 택배회사가 활용하고 있는 배송 방식에 따른 결과다. 택배회사 입장에서 일종의 '딜레마'다.
10일 택배업계에 따르면 대형 택배회사는 허브터미널에서 택배물품 분류작업이 이뤄지는 '허브 앤 스포크(Hub and Spoke)' 와 소규모 물류센터나 영업소에서 물품을 분류하는 '포인트 투 포인트(Point to Point)'를 병행하고 있다.
허브 앤 스포크는 A택배회사에 맡긴 택배물품이 허브터미널이나 서브터미널에서 목적지 별로 분류되고 택배차량을 통해 최종 목적지로 배송되는 방식이다. CJ대한통운, 한진택배, 현대로지스틱스 등 대형 택배회사는 대전에 허브터미널을 두고 있어 물품이 대전을 경유하게 된다.
이 방식은 택배물품이 대형 터미널에서 안전하게 보관된 뒤 배송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또 택배회사 입장에서 대규모 화물을 처리하는 데 용이하다. 최근 대형택배회사 터미널 분류시스템은 자동화돼 분류 속도도 빨라졌다.
단점은 허브터미널 의존도가 높다보니 문제가 발생하면 피해 규모도 커진다는 것이다. CJ대한통운의 경우 2013년 4월 허브터미널에서 분류작업의 차질로 전체 물량의 약 10%가 배송 지연 사태를 빚었다.
포인트 투 포인트 방식은 허브 앤 스포크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방식이다. 목적지에 가까운 지역의 물류센터나 영업소에서 택배물품을 분류하고 운송하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 허브 앤 스포크보다 운송 시간이 단축된다. 한진택배는 허브터미널에서 분류가 이뤄지지 못하는 상황에 한해 포인트 투 포인트 방식을 쓰고 있다.
택배고객 입장에선 빠른 배송은 반길 일이지만 이 방식도 단점이 적지 않다. 분류 작업이 효율적으로 이뤄질 수 있느냐가 관건인데 택배업계 현실적으로 녹록지 않다.
최근 택배회사는 택배기사를 구하기가 어렵고 영업소를 맡겠다는 수요는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소형 택배회사보다 관리시스템을 잘 갖춘 대형 택배회사도 지방 외곽지역 영업소를 관리하기가 쉽지 않다고 하소연한다.
실제 지난해 11월 경상남도 거제시에 위치한 한진택배 영업소에서는 택배 배송이 지연돼 고객이 항의하는 일이 발생했다. 명절에 급격하게 물량이 늘어났지만 감당할 인력이 부족했다.
상당수 소형 택배회사는 터미널을 만들거나 임대할 자금을 부족해 어쩔 수 없이 포인트 투 포인트 방식을 쓰고 있다. 대형 택배회사보다 분류 및 배송 인력을 구하기가 어려워 높은 수준의 택배서비스가 이뤄지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대형 택배회사는 이 같은 상황에 어려움을 토로한다. 현대로지스틱스 관계자는 "사업 초기 도입한 포인트 투 포인트 방식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단기간에 바꾸기는 현실적으로 힘들다"며 "현재 배송 방식으로 모든 고객을 만족시키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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