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 대주주 일가 '어닝쇼크' 직후 자사 지분 대거 매입 왜?
상속 염두 저가 매입 가능성 제기…김석수 회장 지난해 110억 고배당
- 장도민 기자
(서울=뉴스1) 장도민 기자 = 지난 수년째 상속 이슈로 시장의 관심을 받고 있는 동서그룹 대주주 일가의 '실적악화 공시후 지분 늘리기'가 논란이 되고 있다.
동서그룹 대주주들은 지난 4분기 이례적인 영업이익률 부진을 전격적으로 공시한 직후 의결권있는 주식을 장내매수해 지분을 늘렸다.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주)동서의 지난 4분기 주당순이익률(ROE)과 순이익률은 각각 2%, 18% 가량으로 최근 12분기 중 가장 낮았다. 2012년 3월 이후 25~36% 선을 유지해왔던 순이익률이 눈에 띄게 감소했고 그 직후 1분기만에 38%선까지 다시 회복했다. 롤러코스트와 같이 급락했다가 극적으로 회복한 것이다.
기업들은 통상 실적악화 공시를 가급적 뒤로 미루는데 (주)동서는 거꾸로 앞당겨 했다. 지난 1월 21일 '결산실적공시예고'를 거쳐 이틀 뒤인 23일 실적을 공개했다. 이는 전년보다 1주일 가량 앞당겨진 것이다.
주식시장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주식시장에서는 실적 발표 시기를 앞당기는 기업의 경우 호실적인 경우가 많아 기대감이 커진다"며 "그러나 동서의 경우 시장의 기대치와는 달리 이례적으로 부진한 실적이 발표하면서 주가가 급락, 투자자들이 뒷통수를 맞았다"고 지적했다.
주가가 급락하자 (주)동서 대주주와 2세들이 장내매수를 시작했다. 이들은 당시 1만5600원 선에서 (주)동서 주식을 사들였다. (주)동서의 주가는 17일 현재 2만3400원으로 회복돼 동서 대주주들은 당시 주당 8000원 가량 싸게 주식을 늘릴 수 있었다.
6월 11일 공시된 '주식등의대량보유상황보고서(일반)'을 살펴보면 김석수 회장이 2월 3일 장내매수 방식으로 의결권이 있는 주식을 2만주를 취득했고 다음날에도 1만7575주를 매수했다.
또 그룹 3세로 분류되는 김 회장의 자녀인 김동욱씨와 김현준씨도 같은달 4일 장내매수를 통해 각각 1000주씩 사들였다. 많은 수의 주식은 아니지만 상속이슈가 거론되는 상황에서 시기적으로 시장의 큰 관심을 받았다.
이들은 앞서 지난해 11월 28일 무상신주취득 방식을 통해 이미 65만2786주, 57만6630주씩 추가로 취득한 상태로 기존 주식과 4일 매수한 주식까지 합쳐 각각 160만196주, 141만3630주를 보유하게 됐다.
(주)동서는 고배당 성향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어 대주주들은 상당한 현금 배당을 받고 있다. 지분을 늘린 만큼 배당도 늘어난다.
3세들은 주당 550원 씩 각각 8억8000여만원, 7억8000여만원을 배당금으로 받게 된다. 김 회장의 배당금은 110억원 가량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관련업계에서는 동서그룹이 3세의 상속 자금(상속세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고배당 성향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특히 상속 작업이 진행되는 동안 주가 급등을 원치 않는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당시 4분기 어닝쇼크 이후의 주가 급락과 준비된 듯한 대주주의 저가매수는 투자자들에게 석연치 않은 느낌을 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동서그룹 계열사 관계자는 "상속이 진행되고 있는 것조차 확실치 않다"고 반박했다.
jdm@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