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비-롯데 '카스처럼' 공조마케팅 '막내리나'
- 이은지 기자
(서울=뉴스1) 이은지 기자 = 오비맥주와 롯데주류의 '카스처럼' 마케팅에 빨간불이 켜졌다. 내년 맥주시장에 새롭게 뛰어드는 롯데주류는 내부적으로 '카스처럼' 단어 사용을 자제하며, 오비맥주와의 거리두기에 나섰다.
17일 업계 관계자는 "롯데주류 내부적으로 '카스처럼' 단어를 마케팅에 사용하지 말라고 공공연하게 이야기하고 있다"며 "롯데주류는 오비맥주와의 공생관계를 끝내고 자체 생산한 맥주를 소비자들에게 알려나갈 방법에 대해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소비자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카스처럼'이 구전되기 시작하자 오비맥주와 롯데주류는 이를 부인하지 않고 마케팅에 활용해왔다. 오비맥주의 '카스' 맥주와 롯데주류의 '처음처럼' 소주를 섞어 마시게 되면 각 사의 매출이 늘 뿐만 아니라 소주와 맥주 제품을 모두 가지고 있는 하이트진로를 견제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카스처럼' 마케팅 덕은 오비맥주만 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롯데주류 관계자는 "폭탄주를 만들 때 소주 1병에 맥주 3명 이상이 사용되기 때문에 '카스처럼'으로 매출 효과를 본 쪽은 오비맥주"라며 "오비맥주가 최근 매출 신장세를 이어간 배경에는 '카스처럼' 마케팅의 효과를 톡톡히 봤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오비맥주의 매출액은 2010년 9141억원에서 2011년 1조735억원, 2012년 1조2597억원으로 뛰어올랐다. 매년 15%씩 증가했다. 극심한 불경기를 겪은 올해에도 매출이 소폭 늘어날 전망이다. 영업이익률은 2010년 19%에서 2011년 25%, 2012년에는 29.2%로 30%에 육박할 정도로 증가했다.
반면 롯데주류는 '카스처럼' 마케팅 효과가 드러나야 할 2012년 매출 증가폭은 전년대비 오히려 줄었다. 롯데주류가 포함된 롯데칠성음료의 매출을 보면 2010년 1조8483억원에서 2011년 2조872억원으로 11% 증가했지만 2012년에는 매출 2조1985억원으로 5% 증가에 그쳤다. 영업이익률은 2010년 7.4%에서 2011년 8.3%, 2012년에는 6.8%로 한 자리수에 머물러있다. 업계 관계자는 "오비맥주의 영업이익률 증가를 보면 구전마케팅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 지 실감할 수 있다"며 "시장에서 소비자들이 자연스럽게 찾다보니 오비맥주 입장에서는 큰 돈 들일 필요없이 꾸준히 매출이 오르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됐다"고 분석했다.
'카스처럼'과 같은 구전마케팅에서 소외돼 있는 하이트진로의 경우 매출은 해마다 증가하는데 영업이익률은 곤두박질 중이다. 하이트진로 매출은 2010년 1조664억원에서 2011년 1조3736억원으로 전년대비 22% 올랐다. 2012년 매출은 2조346억원으로 전년대비 32%나 증가했다. 하지만 영업이익률은 2010년 11%, 2012년 9.9%, 2012년 8.2%로 점점 떨어지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부랴부랴 올해 여름부터 자사 맥주제품인 'd'와 소주제품인 '참이슬'을 섞은 '디슬이' 마케팅을 벌이고 있지만 아직 큰 반응이 없다. 업계 관계자는 "'카스처럼'의 마케팅 효과를 톡톡히 본 오비맥주가 내년에는 롯데주류의 맥주시장 진출로 공생관계가 끊어지고, 재매각 등의 이슈가 터지면서 기회보다는 위기 요소가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며 "이 틈을 타 롯데주류와 하이트진로가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일 것으로 보여 오비맥주가 기록한 '영업이익률 30%' 신화를 이어가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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