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최고 '다람쥐 핸드크림' 만든 사람이?
네이처리퍼블릭 남자 디자이너 3명 손에서 탄생
"외형만 예쁜것 아닌 디자인에 스토리 담아야"
"화장품의 첫인상은 누가봐도 디자인이다. 디자인이 좋아야 첫구매를 하게되며 이후 내용물이 좋아야 또다시 사게 된다"
평소 디자인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해온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디자인 사랑이 결실을 맺었다. 세계 디자인대회인 'iF 디자인 어워드' 패키지부문에서 네이처리퍼블릭의 '프렌즈 핸드크림'이 골드상을 받았다. 국내 화장품 기업들이 패키지부문에서 본상을 받은 것을 많지만 최고상인 골드상을 수상한 것은 처음이다.
골드상을 수상한 프렌즈 핸드크림은 귀여운 네 마리 다람쥐를 콘셉트로 용기는 한손에 들어가는 구(球)형 모양이다. 화장품을 다 쓴 후에 인테리어 소품으로 활용하는 것이 가능하며 핸드크림 용기 위에 있는 새싹은 핸드폰 이어캡으로 사용하도록 고안됐다.
초봄 따뜻한 햇볕이 내리쬐는 지난 15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네이처리퍼블릭 본사에서 '프렌즈 핸드크림'을 제품화시킨 장본인들을 만났다. 한손 안에 들어가는 귀여운 핸드크림을 제품화시킨 것은 예상치 못한 투박한 남성 디자이너들이였다. 디자인팀 정석재 부장, 김태민 과장, 김완태 사원이 그 주인공이다.
수많은 화장품 브랜드숍에는 귀엽고 눈에 띄는 디자인의 제품을 만날 수 있다. 하지만 네이처리퍼블릭의 핸드크림은 귀여움을 뛰어넘어 '스토리'를 담은 디자인을 통해 'iF 디자인 어워드' 심사위원들의 감성을 자극했다.
제품디자인개발 총괄을 맡은 정 부장은 "감성적이라는 점에서 점수를 많이 받은 것 같다"며 "사람들의 무분별한 개발로 숲이 사라지고 도토리 등 견과류도 사라져 다람쥐가 살곳이 없어지고 있어 숲을 사랑하자는 의미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스토리없이 외형만 보고 디자인을 한다면 인정받을 수 없다"며 "화장품을 다 쓴 이후에도 인테리어 소품, 핸드폰 악세서리로 활용이 가능한점 등 환경을 생각한 것이 인정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프렌즈 핸드크림'의 판매 수익금 중 일부는 환경단체 생명의 숲 '다음 세대를 위한 나무심기' 운동에 지원된다.
네이처리퍼블릭이 표방하는 자연주의로 인해 디자인팀이 겪는 어려움도 많다. 정 부장은 "대표께서 자연에서 오지 않은 것을 제품에 사용하는 것을 싫어한다"며 "색깔도 금색, 은색은 사용해선 안되고 검은색도 숯에서 오지 않은 인공적인 검은색은 싫어하며 녹색도 형광녹색은 사용할 수 없는 등 디자이너들에게 제약이 많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자연주의로서의 방향성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현재는 자연주의 화장품으로서 다른 브랜드숍과의 차별성이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며 "해외의 아베다, 바디샵 등 환경주의 화장품 기업들의 활동으로부터 많이 배우려고 한다"고 말했다.
디자인팀은 끊임없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끌어내기 위해 사무실보다는 밖에서 더 많이 활동한다. 김 과장은 "연간 5~6회 해외에 가서 제품을 사오고 경험을 많이 쌓으려고 한다"며 "국내 전시회에도 많이가며 화장품보다는 오히려 프리미엄 식품관 등 전혀 새로운 곳을 찾는다"고 설명했다.
자연주의의 틀 안에서 새로운 디자인을 하는 것이 앞으로 디자인팀의 숙제다. 김 과장은 "동물애호가의 경우 면옷만 입다보면 화려한 모피를 입고 싶어지는 경우가 생기는 것과 비슷하게 디자인을 더 예쁘게 하려다 보면 자연주의의 틀을 벗어나는 경우가 생긴다"며 "앞으로 자연주의 철학에서 벗어나지 않으면서 소비자들에게 쉽게 전달되고 오래두고 볼 수 있는 디자인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iF디자인어워드는 세계 3대 디자인상의 하나로 독일 디자인 진흥기관이 가장 우수한 디자인 제품에 부여하는 상이다. 프렌즈 핸드크림은 올해 출품된 40여개국의 4000여개 작품들과 경쟁 끝에 패키지 부문 최고상을 받았다. 프렌즈 핸드크림 4종은 지난해 10월 출시 이후 현재까지 약 12만개가 팔렸다. 비슷한 가격대의 네이처리퍼블릭 핸드크림의 판매량보다 3배 정도 높은 수준이다.
fro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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