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신년사 키워드 'AI·혁신'…사라진 시무식, CEO '현장 경영'

삼성·SK·LG, 이구동성 'AI' 화두 제시…"거친 파도 넘자"
SK·LG 이어 삼성도 시무식 없앴다…벽두부터 "현장으로"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인공지능(AI)이라는 거대한 변화의 바람을 타고 글로벌 시장의 거친 파도를 거침없이 헤쳐 나가자."(최태원 SK 회장)

삼성·SK·LG·한화 등 재계 총수들이 내놓은 병오년(丙午年) 새해 메시지의 키워드는 '인공지능(AI)'과 '혁신' 2가지로 요약된다.

지난해 업종불문 전 산업계 최대 화두였던 AI는 올해 존재감이 더 커질 전망이다. AI를 선택의 문제가 아닌 생존과 직결된 시급한 과제라는 절박함이 묻어난다. 공통으로 올해 대외 경제의 불확실성이 더 커질 것으로 전망하면서 '혁신'만이 위기를 극복하고 미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주요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는 시무식을 생략하고 새해 벽두부터 현장을 찾아 직원들을 독려하고 안전 점검에 나섰다.

재계 "AI와 혁신이 올해 경영 화두"

삼성전자(005930) 대표이사 전영현 부회장(DS부문장)과 노태문 사장(DX) 사장은 2일 신년사에서 이구동성 'AI'를 강조했다. 전영현 부회장은 "전례 없는 AI 반도체 수요에 대응해 AI 시대를 선도하자"고 주문했고, 노태문 사장은 "AI 기술을 유기적으로 통합해 AI 전환기를 이끄는 선도기업으로 도약하자"고 다짐했다.

최태원 SK(034730)그룹 회장은 올해 그룹 경영 방향성을 '승풍파랑'(乘風破浪)으로 요약했다. AI라는 거대한 돌풍을 타고 거친 파도 같은 글로벌 시장을 헤쳐 나가자는 의미다. 최 회장은 "AI는 단순한 기술 트렌드를 넘어 SK그룹의 명운을 결정지을 거대한 시대적 흐름"이라며 "SK가 축적해 온 반도체·에너지·통신 역량을 결집해 AI 통합 설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이 되자"고 강조했다.

구광모 LG(003550)그룹 회장은 AI 시대를 '새로운 미래가 열리는 변곡점'으로 규정하고, 새로운 혁신을 추동해 나가자고 주문했다. 구 회장은 "선택한 그곳에 남들이 불가능하다고 여기는 수준까지 파고들어야 한다"면서 "우리는 지금 새로운 미래가 열리는 변곡점에 서 있으며 더 나은 미래를 만드는 것은 우리의 몫이자 기회"라고 했다.

김승연 한화(000880)그룹 회장은 한미 조선 협력 프로젝트 '마스가'(MASGA)와 AI를 올해 키워드로 제시했다. 김 회장은 "마스가로 상징되는 한미 양국 산업 협력을 주도한 기업, 방산과 조선 분야에서 글로벌 선두를 향해 질주하는 국가대표 기업이 됐다"면서 "AI, 방산 등 핵심 사업 분야에서 미래를 좌우할 원천기술을 보유해야 경쟁을 뚫고 50년, 100년 영속적으로 앞서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정기선 HD현대(267250) 회장은 '혁신 DNA'를 강조했다. 정 회장은 미국의 보호주의와 중국의 공급과잉 및 기술 추격 사이에 끼인 한국 조선업의 현실을 짚으면서 올해 경영환경을 "그야말로 안갯속"이라고 진단했다. 정 회장은 "우리에게 필요한 '두려움 없는 도전'은 우리가 가장 잘하는 것들을 무기로 삼아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영역에 처음 발을 내딛는 용기"라며 독보적인 기술·제품으로 초격차를 유지할 것을 당부했다.

허태수 GS(078930)그룹 회장은 올해를 'AI 비즈니스 임팩트'의 원년으로 선포했다. 2024년 그룹 전 구성원의 생성형 AI 역량 강화를 주문하며 'AI 원년'을 천명한 지 2년 만이다. 허 회장은 "이제는 우리가 축적해 온 현장 중심의 도메인 지식과 피지컬 AI를 결합하고, 외부 기술 기업과의 과감한 파트너십을 통해 비즈니스 임팩트를 보여달라"고 말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2일 경기도 기흥캠퍼스 반도체(DS부문) 차세대 연구개발(R&D) 단지인 'NRD-K'를 방문해 차세대 제품 및 기술 경쟁력을 점검하고 있다.(삼성전자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2025.12.22/뉴스1 ⓒ News1 최동현 기자
시무식 대신 '현장'으로…분주한 발걸음

'현장경영'이 부각된 점도 뚜렷한 변화다. 삼성전자는 올해부터 시무식을 열지 않기로 했고, 코로나19 전후 시무식을 없앤 SK그룹과 LG그룹은 곧바로 업무에 돌입했다. 한화그룹은 시무식 없이 예년처럼 김승연 회장 주재 신년 하례식을 연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새해 첫 업무일인 5일 신년사를 발표할 예정이지만, 이재명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에 동행할 예정이라 시무식 개최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다.

장인화 포스코홀딩스(005490) 회장은 이날 포항제철소 2후판공장과 2제강공장을 연달아 찾으며 새해 첫 공식 일정을 현장경영으로 시작했다. 장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철강사업의 본원 경쟁력을 강화하고, 에너지사업의 수익 창출 역량 강화 및 신사업 발굴을 통한 그룹 사업 포트폴리오 구축에 전력을 다하자"고 주문했다.

장용호 SK이노베이션(096770) 총괄사장을 비롯한 SK그룹 에너지 계열사 사장들도 1일 새해 벽두부터 주력 생산기지인 울산 콤플렉스(울산CLX)를 찾아 구성원들을 격려하고 신년사를 통해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의 조속한 완수를 독려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연말·연초 전후로 현장을 뛰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달 22일 삼성 반도체 선행기술의 산실(産室)인 NRD-K를 찾아 "과감한 혁신과 투자로 본원적 기술 경쟁력을 회복하자"고 주문했다. 이 회장은 오는 4~7일 이재명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에 경제사절단 자격으로 동행하며 새해 첫 글로벌 행보를 시작한다.

dongchoi8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