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CEO, 내년엔 두 살 젊어진다…엔지니어 출신 '약진'
리더스인덱스, 500대 기업 신임 CEO 분석
- 최동현 기자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대기업 최고경영자(CEO) 평균 나이가 병오(丙午)년 새해에는 올해보다 두 살 더 젊어질 전망이다. 외부보다는 내부 인사를 신임 CEO로 발탁하는 '순혈주의'가 한층 강화된 분위기 속에서, 엔지니어 출신 CEO들이 약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리더스인덱스가 국내 500대 기업의 올해 하반기(6~12월) 임원 인사를 전수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2026년도 신임 CEO는 총 55명으로 전년(57명)보다 소폭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신규 CEO들의 평균 연령은 57.5세로 올해(59.8세)보다 2.1세 낮아졌다.
연령별로 보면 1960년대생이 42명(76%)으로 주를 이뤘다. 1970년대생은 11명(20%), 1950년대생은 1명이었다.
최연소 CEO는 이윤행(43) HL클레무브 사장으로 유일한 1980년대생이다. 다만 이 사장은 정몽원 HL그룹 회장의 맏사위로 오너일가의 특수성이 반영된 사례여서 일반적인 세대교체로 보긴 어렵다고 리더스인덱스는 분석했다.
50대 초반 CEO는 정지광(51) 미래에셋캐피탈 대표, 최진일(51) 이마트24 대표, 김정아(52) 이노션 사장 등이었다. 최고령 CEO는 전영택(66) 삼천리 사장으로, 55명 중 유일한 1950년대생을 기록했다.
신규 CEO 중 자사 출신은 52명(94.2%)으로 전년(89.5%)보다 늘었다. 외부 출신보다는 내부에서 성장한 인재를 경영진에 중용하는 '순혈주의'가 전보다 한층 강해졌단 분석이다.
롯데쇼핑이 대표적이다. 롯데쇼핑은 신동빈 그룹 회장과 공동대표를 맡아온 김상현(62) 부회장을 대신해 자사 출신인 김원재(57) 전 롯데유통군HQ 재무지원본부장을 대표로 선임했다.
리더스인덱스는 "김상현 부회장은 2022년 외부에서 영입돼 그룹 차원의 유통 전략을 총괄해 왔던 인물로, 이번 인사는 외부 수혈보다 로열티 높은 내부 인사를 택한 상징적 사례"라고 평가했다.
LG화학과 KT도 비슷한 기조를 보였다.
3M 출신으로 2019년 영입돼 6년간 회사를 이끌어온 신학철(68) 부회장 후임으로 1996년 입사 이후 30년 가까이 LG화학에 몸담은 김동춘(57) 사장을 임명했다. KT도 LG 출신의 김영섭(66) 사장 후임으로 '정통 KT맨'으로 불리는 박윤영(63) 전 KT기업사업부문장을 차기 대표이사로 낙점했다.
리더스인덱스는 "경기 불확실성이 높아진 기업 환경에서 외부 수혈을 통한 신사업 확장보다 조직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내부 검증을 우선하는 보수적 인사 기조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했다.
'엔지니어 출신 CEO'의 약진도 특징이다. 재무 출신 CEO 비중은 28.1%(16명)에서 23.6%(13명)로 낮아졌다. 반면 생산·제조 부문 출신은 1.8%(1명)에서 10.9%(6명)로 크게 늘었다.
실제 류재철(58) LG전자 사장, 김영식(58) SK에코플랜트 사장, 송치영(61) 포스코이앤씨 사장, 김형관(57) HD한국조선해양 사장 등이 이공계 출신 기술 CEO다. 이들 모두 자사 출신이며, 60대 초반인 송치영 사장을 제외하면 전부 50대라는 점도 공통적이다.
출신 대학에선 '스카이'(서울대·고려대·연세대) 출신 강세가 여전한 가운데, 한양대 출신 CEO들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2025년도 신규 CEO 출신 대학은 연세대(9명), 서울대(8명), 고려대(8명) 순이었다. 반면 2026년도 신규 CEO 출신 대학은 연세대와 한양대가 7명으로 한양대 출신이 순위권에 진입했다. 고려대 출신은 4명으로 3위였다.
여성 CEO는 올해 1명(이수미 OCI홀딩스 부사장)에서 2명으로 늘어났다. 이선주(55) LG생활건강 사장과 현대차그룹 계열사 최초 여성 CEO가 된 김정아 이노션 대표가 이름을 올렸다.
말띠 신임 CEO는 고정욱 롯데지주 사장, 김성수 SK브로드밴드 사장, 곽희필 ABL생명보험 사장으로 세 명이다. 500대 기업 전체로 넓혀보면 말띠 CEO는 43명으로 집계됐다. 출생 연도별로는 1954년생 4명, 1966년생 31명, 1978년생 8명이다.
구광모 LG그룹 회장, 성래은 영원무역홀딩스 부회장, 이태성 세아홀딩스 사장(세아베스틸지주 대표 겸직), 이주성 세아제강지주 사장, 이우성 SGC에너지 사장, 지현욱 이지홀딩스 회장, 이병만 코스맥스 부회장이 대표적인 말띠 CEO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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