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 인수 제동' 유진그룹 "항소 적극 검토하겠다"(종합)

法 "방통위 2인 체제 의결, 적법성 못 갖춰"…YTN 최대주주 변경 승인 취소
3200억 대금 납입하고도 정쟁 유탄…'재심의보단 항소가 이득' 판단 선 듯

서울 마포구 YTN 사옥으로 관계자들이 들어가고 있다/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최동현 이기범 기자 = 유진그룹이 28일 YTN 최대주주 승인 취소 판결에 대해 "항소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정부가 YTN 인수에 부정적인 입장인 만큼,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옛 방송통신위원회)가 항소를 포기하고 재심사에 나설 경우 인수가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유진기업은 이날 법원 판결 직후 입장문을 통해 "유진그룹은 본 소송의 보조참가인으로 자체 항소가 가능하다"며 "법원의 판결문을 면밀히 검토해 항소를 적극적으로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피고(방미통위)가 항소를 포기하더라도, 유진그룹이 항소해 2심에서 다투겠다는 취지다.

앞서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판사 최수진)는 YTN 우리사주조합이 방통위를 상대로 낸 최다액출자자 변경 승인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당시 2인 체제였던 방통위가 유진그룹의 인수를 승인한 절차는 적법성을 갖추지 못했다는 게 골자다.

재판부는 "재적 위원이 2인뿐이라면 1인이 반대하면 불가능져 다수결 원리가 사실상 작동하기 어렵다"며 "주요 의사결정은 5인이 모두 임명돼 재적한 상태에서 3인 이상의 찬성으로 이뤄지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이어 "부득이한 사정으로 5인 미만이 재적하게 된 경우라 하더라도, 적어도 3인 이상이 재적한 상태에서 이뤄져야 한다"며 "그러나 이 사건에서 피고는 2인만 재적한 상태에서 의결했고, 그에 근거해 승인했으므로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방통위는 윤석열 정부 시절 단 한 차례도 5인 정족수를 채우지 못한 채 파행을 거듭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당시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추천한 후보를 지명하지 않았고, 민주당도 정치적 이유로 추천을 중단하면서 공백이 장기화했다.

결국 방통위는 윤석열 정권 초기부터 대통령 몫(2인)만 남겨져 최소 정족수조차 충족하지 못한 '2인 체제'로 고착됐다. 이 시기 YTN 인수전에 뛰어들었던 유진기업 입장에선 '극한 정쟁'(政爭)에서 파생된 유탄을 얻어맞은 셈이다.

유진기업이 '소송의 보조참가인' 자격을 언급하며 항소 의지를 피력한 건, 방미통위의 재심사를 새로 받는 것보다 법적 절차를 통해 기존 승인 효력을 다퉈보는 편이 인수 성사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일단 소송의 당사자(피고)인 방미통위는 항소를 포기할 가능성이 높다. 이재명 정부가 유진기업의 YTN 인수에 부정적일 뿐만 아니라, 절차적 하자(과반 정족수 미비)가 명백한 만큼 소송의 이익이 크지 않다고 판단할 공산이 크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3일 공공자산 매각이 무원칙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지적을 언급하며 모든 부처와 공공기관에 매각 절차를 중단하고, 국회 협의와 국민 여론 수렴을 거쳐 제도를 재검토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이 긴급지시를 내린 직후 김민석 국무총리는 YTN 지분매각 사례를 특정해 언급하며 전·현 정부서 추진된 매각 사례에 대해 즉각적인 전수 조사 및 감사를 실시하라고 주문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법원 결정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현 정부의 기조를 비춰볼 때, 방미통위가 위원 구성을 완료하고 최대주주 변경 안건을 재심의하더라도 기각할 가능성이 현저히 높다는 게 재계의 관측이다. 이 경우 유진기업은 YTN 최대주주 지위를 박탈당하고 기납입한 인수 대금(3199억 원)을 반납받을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재계 관계자는 "유진기업의 YTN 인수 찬반을 떠나 기업의 정상적인 인수합병(M&A)이 정권에 따라 180도 결과가 뒤집힐 수 있다는 나쁜 사례가 될 수 있다"며 "(유진그룹 입장에선) 항소심에서 억울함을 다퉈보겠단 판단을 했을 것"이라고 했다.

dongchoi8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