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PU 26만장' 찬물 끼얹은 트럼프 입…"中겨냥" 해석 속 좌불안석
엔비디아 "韓에 GPU 공급" 발표 날…트럼프 "누구도 못 가져"
'中 견제용' 해석 지배적이지만 혼란 가중…용산 "기존 발표 명확"
- 최동현 기자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 26만 장의 행방이 묘연해졌다. 삼성·SK·현대차·네이버 등 국내 기업에 공급하겠다고 발표한 직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엔비디아의 최첨단 인공지능(AI) 칩은 미국 외에 누구도 가질 수 없다"고 발언하면서 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중국'을 겨냥했다는 게 정부와 산업계의 지배적 해석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평소 첨단 AI 반도체를 무기로 활용하겠다는 뜻을 밝혀온 데다, 수시로 말을 바꾸는 태도를 보인 탓에 업계에선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는 분위기다.
6일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엔비디아가 한국 기업에 GPU 26만 장을 공급하겠다고 발표한 당일인 지난달 31일 미국 현지 CBS '60분' 인터뷰에서 "최첨단 칩은 미국 외에는 누구도 갖지 못하게 하겠다"고 말했다. 이 인터뷰는 이틀 뒤인 이달 2일(현지 시각) 방영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용기 기내에서 엔비디아의 블랙웰을 중국 등 다른 나라에 공급할지 묻는 기자들 질문에 "막 나온 새 블랙웰은 다른 모든 반도체보다 10년 앞서 있다"며 "우리는 다른 사람들(국가)에 그것(블랙웰)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누구도', '다른 사람들'이 정확히 어디를 지칭하는지 당사자나 미국 정부가 부연 설명을 내놓지 않자, 한국 시장의 분위기는 한순간에 얼어붙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현대차 등은 4일과 5일 연달아 주가가 6~9%대 하락했다.
엔비디아의 GPU 공급 발표가 아직 구속력을 갖는 '서면 계약'이 아닌 점도 시장 혼란은 부추긴 것으로 보인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대한민국 정부와 삼성전자, SK그룹, 현대차그룹, 네이버클라우드에 총 26장의 GPU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공급 시점과 가격, 모델명 등에 대한 실무 계약은 체결 전인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엔비디아가 GPU를 공급하기로 한 기업 중 MOU(양해각서) 등 요식 행위를 갖춘 곳은 없는 것으로 안다"며 "젠슨 황과 (각 기업) 총수들 간의 '의기투합'에 따른 선언적 단계라는 점이 (시장 불안에) 영향을 준 것 같다"고 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중국 견제용'에 지나지 않는다는 게 중론이다. 애초 CBS 인터뷰에서 중국 관련 질문에 대답하던 과정에서 해당 언급이 나온 데다, 미국의 AI 생태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한국의 반도체 기술력이 필수적이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말 바꾸기는 어느 정도 내성이 생긴 변수"라며 "설령 해당 발언이 실현된다면 미국 CSP(클라우드 사업자)들은 오직 현지에만 서버를 둬야 한다는 것인데, 이는 미국의 이익 측면에서도 합리적이지 않다"고 했다.
다른 관계자도 "해당 발언에 대한 진의를 내부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안다"면서도 "고대역폭메모리(HBM)의 쇼티지(공급 부족)가 심각한 상황에, 대부분의 물량을 제공하는 한국(삼성전자·SK하이닉스)을 (규제 대상에) 포함한다는 것은 실현 가능성이 작다"고 했다.
미국 정부나 엔비디아 측에서 GPU 26만 장 공급에 대한 확실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한국 정부와 기업은 GPU의 수요자 입장"이라며 "공급자인 엔비디아 측이나 미 상무부 차원에서 오해 소지를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남준 대통령실 대변인은 지난 4일 기자들과 만나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으로 우리나라의 AI 칩 확보에 차질이 없냐'는 질문에 "(AI칩 26만 장 확보는) AI 3대 강국으로 도약할 첫 출발점"이라며 "기존에 발표한 것과 같이 26만 장 확보는 명백한 사실"이라고 재확인했다.
업계는 엔비디아가 2030년까지 5년간 GPU 26만 장을 순차 공급하며, 초도 물량에는 최신 제품인 'GB200 그레이스 블랙웰'과 일부 'RTX 6000시리즈'가 포함될 것으로 본다. 내년 6세대 HBM4가 탑재된 '루빈'이 상용화되면 한국에 우선 공급될 가능성이 높다.
dongchoi8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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