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대법 판단, 더 할 말 없다"…美 출장에 "韓 경제 기여 최선"(종합)

대법, 1.4조 재산분할 파기환송…'경영권 위기' 리스크 털었다
'제2 백악관' 마러라고 초청 미국行…트럼프 대면 만남 가능성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관세 협상 지원과 투자 유치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16일 오후 서울 강서구 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를 통해 출국하고 있다. 이번 회동은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의 초청으로 오는 18일(현지시간)에 삼성, SK, 현대차, LG, 한화 등 국내 5대 그룹 총수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저가 있는 플로리다 마러라고 리조트를 방문할 예정이다. 2025.10.16/뉴스1 ⓒ News1 이호윤 기자

(서울=뉴스1) 최동현 박주평 기자 = 최태원 SK(034730)그룹 회장은 16일 대법원의 판기환송 결정으로 1조 4000억 원에 육박하던 이혼 소송 재산분할금 부담을 털어낸 것에 대해 "법원의 판단에 대해선 제가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밝혔다.

최 회장은 이날 오후 미국 출장을 위해 서울 강서구 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CBAC)에 도착한 자리에서 대법원 판결에 대한 소감을 묻는 취재진에 말에 담담한 표정으로 이같이 답했다.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이날 오전 최태원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 상고심에서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재산 분할로 1조 3808억 원, 위자료 20억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노 관장의 부친인 노태우 전 대통령이 최종현 SK그룹 선대회장에 300억 원 규모의 금전을 지원한 것은 뇌물일 뿐, 노 관장의 기여로 보기 어렵다는 게 골자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비자금을 근거로 노 관장의 기여도를 측정, 천문학적인 재산분할액을 선고한 바 있다.

대법원이 항소심 판결을 배척하면서 최 회장이 지급해야 할 재산분할금은 현저하게 줄어들 전망이다. 일각에선 재산분할액이 1심 수준(665억 원)으로 회귀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최 회장이 1조 원이 넘는 재산분할금을 지급할 경우 지주사인 SK㈜의 주식(17.9%)을 대거 처분할 수밖에 없어 '경영권 위기' 우려마저 나왔던 만큼, 최 회장은 물론 SK그룹도 졸인 가슴을 쓸어내리게 됐다.

미국 출장길에 오른 최 회장은 "어려운 경제 현안이 상당히 많다"며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우리 경제에 기여되도록 열심히 해보겠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초청으로 미국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열리는 글로벌 비즈니스 리더들의 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이날 미국으로 출국했다.

이 모임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등도 참석해 초대형 인공지능(AI) 인프라 프로젝트인 '스타게이트'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마러라고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제2 백악관'으로 불리는 장소다. 공교롭게도 주요 그룹 총수들이 모이는 날 트럼프 대통령도 마러라고에서 대규모 모금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라 한국 총수들과의 대면 만남 가능성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에 우리 기업인들이 한미 양국의 관세 협상을 측면 지원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편, 최 회장은 중국이 미중 갈등 여파로 우리 기업에 보복 조치를 한 데 대해선 "나중에 따로 말씀드리겠다"며 말을 아꼈다.

dongchoi8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