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디지털 무역 10년간 3배 성장…韓 규제 강도, 美·中 '중간' 수준

대한상의 '디지털 통상' 보고서…상품수출과 달리 안정적 성장
"개방·기술주권 간 균형 맞춰야…국제규범과의 정합성도 확보"

대한상공회의소 전경 (대한상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4.17/뉴스1

(서울=뉴스1) 박기범 기자 = 글로벌 디지털 무역이 10년간 3배 이상 성장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의 디지털 무역 규제 강도는 미국보다 강하고 중국보다 약한 '중간' 정도인 것으로 분석됐다. 상대국에 따라 규제 완화 필요성이 제기될 수 있는 만큼 통상 마찰을 줄이기 위해 관련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대한상공회의소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는 9일 이런 내용을 담은 '디지털 통상 현안과 한국의 대응' 보고서를 발표했다. 디지털 무역이란 디지털 방식으로 주문되거나 디지털 방식으로 전달되는 모든 국제 무역을 의미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디지털 전송 서비스 수출은 2010년 5391억 달러에서 2024년 1조 6209억 달러로 3배 이상 증가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같은 기간 상품 수출은 등락을 반복했지만, 디지털 전송 서비스는 글로벌 금융위기나 코로나19 등 외부 충격에도 꾸준히 확대돼 변동성이 낮고 안정적인 성장 흐름을 유지했다.

데이터 이전 및 활용을 둘러싼 국가별 규범은 복잡해지고 있다. 미국과 일본은 데이터 자유화를, 유럽연합(EU)은 개인정보 보호와 디지털 주권 강화를, 중국은 데이터 현지화와 안보를 최우선으로 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보고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디지털 서비스 무역 제한 지수'(DSTRI)를 기준으로 한국의 상대적 규제 강도를 수치화했다. 한국(0)은 미국(+0.02), 일본(+0.04)보다는 규제가 강하지만, EU(-0.02), 중국(-0.26)보다는 개방적인 것으로 나타나 주요국 사이에서 중간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는 게 보고서의 설명이다.

박가희 SGI 연구위원은 "한국의 위치는 상대국의 시각에 따라 개방 부족이나 규제 완화로 해석될 수 있다"며 "특히 다자 차원에서는 세계무역기구(WTO) 협상 진전이 더디지만, 디지털 무역 협정은 이제 막 체결 단계에 있어 이러한 이슈들이 양자 간 통상 갈등으로 더 쉽게 부각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SGI는 디지털 무역 부문에서 한국이 지속가능한 통상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며 △개방과 기술주권 간 균형 △국제 규범과의 정합성 확보 △국제 표준화 선도를 3대 과제로 제시했다. 우선 인공지능(AI)과 클라우드, 자율주행처럼 개방과 협력이 필수적인 분야와 국가 안보 및 전략 산업보호가 필요한 핵심 기술을 구분해 적절한 균형점을 찾을 것을 SGI는 주문했다.

국내법 제도가 국제 규범과 상충하지 않도록 정합성을 확보하는 일도 과제로 꼽혔다.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 경제 동반자 협정(CPTPP),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등 신규 협정 참여와 기존 자유무역협정(FTA) 디지털 부문 개정은 국제 규범과의 정합성을 높이고 통상 마찰을 최소화하는 방안으로 언급됐다.

공동연구를 진행한 이홍식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은 디지털 서비스 무역 분야에서 개방성이 높은 만큼, 국제사회에서 신뢰할 수 있는 디지털 파트너 국가로 자리매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오는 20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부대 행사로 열리는 디지털 이코노미 포럼(DEF 2025)과 오는 28일부터 예정된 APEC 정상회의는 WTO 논의 교착 상황에서 디지털 무역 규범을 논의하는 기회가 될 전망이다. 특히 한국 정부가 추진 중인 'APEC AI 이니셔티브' 채택과 연계해 한국이 제시한 주요 과제를 국제사회와 공유하고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seongskim@news1.kr